박항서 매직은 계속된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에 올려놨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의 마이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4강 2차전에서 후반 38분과 후반 41분에 연이어 터진 응우옌 꽝하이, 응우옌 꽁푸엉의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지난 2일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4-2로 우위를 점하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베트남 승리 이끈 박항서 매직

베트남은 이번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필리핀은 세계적인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선임하며 스즈키컵에서 반란을 노렸다. 다수의 혼혈과 귀화 선수로 구성된 필리핀은 뛰어난 피지컬을 보유한 팀이었다.

베트남은 전반 초반 수비 위주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공격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피지컬에서 열세인 베트남은 기술과 스피드의 우위를 앞세워 필리핀을 강하게 몰아쳤다. 중원에서 베트남이 경기를 주도했고, 강한 압박으로 필리핀의 빌드업을 무력화시켰다.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하며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베트남은 쾅하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전반 16분 쾅하이의 과감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고, 전반 27분에는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베트남은 다시 웅크리며 공수 밸런스를 유지했다. 1골이 필요한 필리핀은 공격의 비중을 높였다. 후반은 더욱 치열한 공방전으로 흘러갔다. 박항서 감독은 후반 16분 쯔엉 대신 후이홍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영의 행진은 후반 37분 깨졌다. 왼쪽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꽝하이가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기세를 올린 베트남은 5분 뒤 응우옌 꽁프엉의 쐐기 골로 달아났다. 필리핀은 후반 44분 제임스 영허즈번드의 만회골에 그쳤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상대로 10년 만에 우승 도전
   
이날 승리로 베트남 전역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들고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이제 시선은 스즈키컵 결승으로 쏠린다. 베트남은 2008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과 2016년 대회에서는 4강에 올랐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베트남의 상승세는 최고조에 올라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직을 모두 맡은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약한 체력과 피지컬을 보강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 90분 동안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기동력과 압박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첫 번째 결실은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이다. 이어 8월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 신화를 일궈냈다.

두 대회 모두 연령별 대회였다. 박항서 매직의 마지막 검증은 성인 대표팀에서의 성과였다. 베트남 국민들이 월드컵처럼 여기는 스즈키컵 우승이야말로 박항서 감독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베트남은 어느덧 우승을 바라보는 팀으로 우뚝섰다.

베트남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 조별리그 4경기에서 3승 1무, 무실점으로 가뿐하게 통과했고, 4강에서는 필리핀을 두 차례 제압했다. 특히 A조 2차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한 차례 격돌해 2-0으로 승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박항서 감독 "말레이시아는 여러 명의 선수가 우리를 위협하는 장면을 여러차례 보여줬다"고 경계하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베트남은 오는 11일과 15일에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결승전을 치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