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서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수 많은 유망주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 문을 두드린다. 앤서니 베넷이 전체 1순위로 뽑힐 정도로 '역대급 흉작'으로 꼽히는 2013년에도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테토쿤포(밀워키 벅스)를 비롯해 빅터 올라디포(인디애나 페이서스), C.J. 맥컬럼(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팀 하더웨이 주니어(뉴욕 닉스)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는 손에 꼽히는 풍년으로 평가 받는다. 이미 론조 볼(LA 레이커스),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셀틱스), 디애런 팍스(새크라멘토 킹스),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댈러스 매버릭스), 도노반 미첼(유타 재주) 등은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하위 순번으로 지명됐던 카일 쿠즈마와 조쉬 하트(이상 레이커스), 조던 벨(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도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농구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으며 맨 먼저 이름이 불렸던 선수는 정작 NBA 2년 차가 된 이번 시즌까지도 잠잠하다. 필라델피아 76ers의 마켈 펄츠가 그 주인공이다. 어깨부상에 시달린 루키 시즌 14경기 출전에 그쳤던 펄츠는 이번 시즌에도 19경기에 출전한 채 '흉곽출구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제외됐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NBA에 입성한 듀얼가드

프로 농구, 특히 NBA 레벨에서 190cm초반의 신장은 상당히 애매하다. 포인트가드를 하기엔 다소 둔해 보일 수 있고 슈팅가드를 하기엔 지나치게 체격이 작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산 어시스트 1위에 빛나는 '포인트가드의 정석' 존 스탁턴(185cm)이나 현역 최고의 포인트 가드 크리스 폴(휴스턴 로키츠, 183cm)의 신장은 190cm가 채 되지 않는다(206cm의 포인트가드였던 매직 존슨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하지만  포지션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농구에서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하는 듀얼 가드들이 각광을 받는다. NBA 최고의 '판타지 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를 비롯해 트리플더블의 장인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썬더), 4쿼터의 사나이 데미안 릴라드(포틀랜드), 보스턴의 1옵션 카이리 어빙 등의 신장은 모두 190cm가 넘는다. 이들은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사이즈의 우위를 바탕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타입이다.

워싱턴 대학교 출신의 펄츠 역시 정통 포인트가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포지션 대비 우월한 사이즈와 뛰어난 운동능력을 앞세워 플레이하는 전형적인 듀얼가드 유형의 선수다. 고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방학 때 키가 178cm에서 193cm까지 훌쩍 성장한 펄츠는 많은 농구명문대의 입학 제의를 뿌리치고 워싱턴 대학교에 입학했다.

펄츠는 워싱턴 대학교에서 1학년임에도 주전으로 출전해 23.6득점5.7리바운드5.9어시스트1.7스틸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비록 약체였던 워싱턴 대학교는 펄츠가 활약한 시즌 9승22패로 부진했지만 펄츠의 기량과 잠재력은 이미 '전국구'로 인정 받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특급 유망주들이 그런 것처럼 펄츠 역시 1학년을 마치고 NBA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고 예상대로 전체 1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됐다.

당초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필라델피아는 보스턴에게 2장의 신인 지명권을 내주면서 펄츠를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미 조엘 엠비드와 벤 시몬스라는 특급 유망주를 확보해 둔 필라델피아로서는 펄츠를 데려와 엠비드-시몬스-펄츠로 이어지는 리그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영건 3인방을 구성하고 싶었다. 그만큼 펄츠는 놓치기 아까운 재능이었다.

부진한 슛 성공률에 잦은 부상까지, 트레이드 가치마저 하락

필라델피아는 일부 팬들에게 '저주'라고 불릴 만큼 잔혹한 신인 선수 징크스가 있다. 그 해 1라운드로 들어온 신인이 입단 첫 시즌 부상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출신 엠비드는 발수술을 받으면서 2년이나 늦게 데뷔했고 2016년 전체 1순위 시몬스도 캠프 도중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루키 시즌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징크스는 펄츠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말았다.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서머리그에서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한 펄츠는 개막 후 다시 어깨 부상을 당하며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데뷔 첫 해 정규 시즌 14경기 출전한 펄츠는 7.1득점 3.1리바운드 3.8어시스트에 그쳤다. 하지만 밀워키와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NBA 역대 최연소 트리플더블(19세 317일)의 주인공이 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도 필라델피아가 기대하던 영건 트리오의 구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 주전으로 기용된 펄츠는 19경기에서 8.2득점 3.7리바운드 3.1어시스트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필드골 성공률 41.9%, 3점슛 성공률 28.6%, 자유투 성공률 56.8%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슈팅 감각이 엉망이다. 포인트가드로 사이즈의 우위를 점할 수도 없고 슈팅가드로 개인기와 스피드를 활용하기도 애매하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11월 13일 트레이드를 통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부터 올스타 슈팅가드 지미 버틀러를 영입했다. NBA 레벨에서 풀타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기엔 경기 조립 능력이 떨어지는 펄츠에게 리그 정상급 스윙맨 버틀러의 합류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펄츠는 지난 11월 20일 피닉스 선즈전을 끝으로 흉곽출구증후군 진단을 받고 7경기째 결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펄츠를 괴롭힌 어깨 부상이 고질화되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펄츠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버틀러 트레이드 때 미네소타로 보낸 주전 파워포워드 다리오 사리치의 빈자리를 메울 빅맨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몸 상태를 장담할 수 없고 NBA에서 보여준 실적도 없는 펄츠는 이미 트레이드 가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한때 NBA 전체가 주목하던 최고의 유망주가 만 20세의 젊은 나이에 큰 시련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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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필라델피아 76ERS 마켈 펄츠 흉곽출구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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