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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떨어져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비를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부에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줄어 내수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국의 경우 그러한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 

6일 이승윤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등은 '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설명했다. 연구팀은 최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고령층의 비중은 높아지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비중은 감소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집값이 오르거나 내려 그만큼 자산이 늘거나 줄어도, 연령에 따라 돈 씀씀이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자산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3년 30.2%에서 작년 34.8%로 크게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40~59세 중·장년층의 경우 57.4%에서 54.2%로, 39세 이하 청년층 비중은 12.4%에서 11.0%로 쪼그라들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집값이 오를 때 집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소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연령별로 소비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집 가진 한국인들, 집값 올라도 미국·영국보다 돈 덜 썼다

그 결과 집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의 소비는 주택가격이 1%포인트 오를 경우 0.02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장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 수치가 0.05%포인트 내외로 추정됐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집값이 똑같이 올라도 선진국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을 덜 썼다는 얘기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의 경우 0.021%포인트로 중·장년층(0.034%포인트)에 비해 매우 작았다. 또 청년층은 -0.002%포인트로 나타났는데, 주택가격이 오르면 집을 가진 청년들은 되려 소비를 줄였다는 의미다. 이는 청년층의 경우 빚 갚기에 돈을 써야 하므로 여유자금이 넉넉하지 않고, 미래에 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저축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같은 효과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이 1%포인트 오르면 아파트 소유주들의 소비는 0.040%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고령층 소비는 0.032%포인트 확대됐고, 중·장년층의 경우 0.076%포인트 올랐고 청년층은 0.004%포인트 줄었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아파트는 표준화된 가격이 존재하고, 단독주택에 비해 환금성이 높고 거래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집 없는 사람, 집값 오르면 소비 줄여 "전·월세 늘어 소비에 부정영향"

반면 집을 가지지 않은 가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집값이 1%포인트 오르면 무주택자의 소비는 0.246%포인트 감소한 것. 연령별로는 고령층의 경우 -0.495%포인트, 중·장년층은 -0.037%포인트, 청년층은 -0.448%포인트 등이었다.

청년층과 고령층 무주택가구의 경우 소득과 고용여건이 취약해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거비용이 늘면서 소비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이번 연구결과에서 나온 수치만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각각의 효과가 같은 규모만큼 반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무주택자의 소비는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택가격 변동이 주택을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소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무주택자와 주택보유자의 소비효과를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며 "무주택자의 경우까지 고려해 우리나라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번 추정결과는 주택보유여부와 세대별 주택보유 분포를 함께 고려하면 주택가격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태그:#집값, #소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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