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포스터. ⓒ NEW

 
이미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뮤지컬 <로기수>가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들렸던 때부터 꽤 오랜 기간 기다려야 했다. 약 3년간 캐스팅과 각색,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 소재인 탭댄스 구현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였다. 

한국전쟁 중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윙키즈>는 반전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는 일종의 춤 영화였다. 감독 스스로 밝히기도 했듯, 각 캐릭터의 감정과 사건의 주요 흐름을 춤으로 표현하는 게 관건인 작품. 이야기와 더불어 화면으로 탭댄스의 성격을 얼마나 잘 부각했고, 인물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는지가 <스윙키즈>를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념과 만난 춤

사실 대중에게 탭댄스 자체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탭댄스는 이미 각종 매체와 여러 콘텐츠에서 꽤 다뤄온 영역이기 때문이다. 발을 구르며 하체를 사용하는 식이라 특유의 박자감과 흥겨움이 매력인 춤이다. 

이 흥겨움을 한국전쟁 당시로 옮겼고, 다시 서로 입장과 상황이 다른 네 캐릭터에 옮겨담은 게 지금의 <스윙키즈>다. 북한의 소년 영웅 로기수(도경수)는 춤 자체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민간인으로서 억울하게 전쟁 포로가 된 강병삼(오정세)이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던 양판래(박혜수)는 헤어진 연인과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다.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영화의 초중반에는 수용소에서 왁자지껄하게 살던 각 개인의 전사가 소개된다. 이어 선전 목적으로 꾸려지는 탭댄스 팀에 위 인물이 모이며 또 다른 갈등이 전개되고 결국 시대적 비극에 상처 입는 인물들이 제시된다. 적당한 유머와 웃음, 그것을 분단의 비극이 안고 있는 모양새다. 

강형철 감독이 밝힌 대로 여전히 분단국가라는 현실은 지금 우리와 우리 사회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는 요소기도 하다. 감독은 그 지점을 건드리며 이념 갈등에 희생된 개인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대사로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뻐킹 이데올로기(Fucking Ideology)"라며 분노하는 각 캐릭터들은 끝내 선동과 선전의 도구로 전락할 운명인데,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각 개인의 치열함이 영화에 잘 담겨 있다. 

특히 영화 중반 판래와 기수가 닫힌 체육관을 벗어나려 하거나 빨갱이 몰이로 서로를 잡아 죽이던 군중을 춤을 추며 헤집고 나가는 신은 <스윙 키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신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분할된 두 화면을 통해 비교해서 보여주다가도 교차해서 각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잡아내는 식이다.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영화는 화면 분할, 또 빠른 화면 전환 등을 통해 탭댄스의 에너지, 그리고 개인의 열정과 도약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잦은 사용이 오히려 몰입도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리듬감과 역동성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 역으로 그걸 깨뜨리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이념에 희생된 개인의 비극, 그리고 이들의 무고함과 순진함에서 나온 골계미가 순간 순간 빛나지만 이런 미덕이 유기적으로 영화 자체의 작품성을 높이는 건 아니다. 흥행 요소는 충분하다. 하지만 <써니> <타짜2> 등에서 발휘된 강형철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좀 더 담겼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음악 자체에 애정이 깊은 감독인 만큼 영화에 담긴 비틀즈나 베니 굿맨 등의 노래는 심금을 울리기 충분하다.  

한 줄 평 : 유머와 시대성 모두 잃지 않으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평점 : ★★★☆(3.5/5)

 
영화 <스윙키즈>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강형철
출연 : 도경수, 박혜수, 자레드 그라임스, 오정세, 김민호
제작 : 안나푸르나필름
제공 및 배급 : NEW
크랭크인 : 2017년 10월 18일
크랭크업 : 2018년 2월 20일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33분
개봉 : 2018년 12월 19일
스윙키즈 도경수 강형철 오정세 박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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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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