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 한 장면, 대학에 간 이후로 180도 변해버린 딸의 사연이 나왔다.

방송 중 한 장면, 대학에 간 이후로 180도 변해버린 딸의 사연이 나왔다. ⓒ KBS

 
"가족이 가족같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3일 방영된 KBS <안녕하세요>에는 한순간에 변해버린 딸의 사연이 나와 많은 이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심지어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어 경찰서까지 간 딸의 이야기를 읽자 게스트로 출연한 러블리즈의 미주 등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어봤기에 더 안타깝고 공감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러블리즈의 미주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무조건 버티라고 말했던 경험담을 이야기 하며 딸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의 주인공 엄마가 나와 이야기한 내용은 매우 경악스러웠다.
 
공부도 잘하고 폐지 줍는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것들을 사드리기도 했다던 착한 딸. 대학교에 들어가 자취를 하게 된 이후로는 매일 술을 4~5병 이상 마시기 시작했고 학교를 3주동안 나가지 않아 교수님에게 전화가 오게 만들기도 했다. 술 마시다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다녀오고 연락이 왔을 때에도 이유를 물어보니 신경질을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기초생활수급자인데도 합의금 등으로 빚 1000만원
 
심각한 건, 술을 마시는 비용 등을 전혀 스스로 마련하지 않고 오로지 가족에게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엄마에게만은 부족해 두 언니에게 돈을 달라고 졸랐고 한 달에 200에서 300만원을 지출했다. 정작 집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딸도 자신이 바뀐 것은 인정했다. 딸은 그 이유로 집이 불편하고 엄마가 불편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더 좋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잘못을 했을 때 이유를 묻지 않고 혼내기만 하는 엄마여서 불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게다가 이제껏 미성년자로 술을 마시지 못하다가 20살이 되고 마실 수 있게 됐으니 더욱 간섭이 싫었다고 한다.
 
출연진들은 계속해서 걱정스레 질문을 했다. 학교에 잘 나가지 않는 이유를 물었고 앞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많은데 급하게 마시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딸의 대답은 이랬다. 학교도 요즘은 잘 나가고 있고, 술도 조절하면서 마신다는 것이다. 이유는 8월에 만나고 10월에 군대 간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이를 보는 방청객들과 출연진의 표정에는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한 표정이 어렸다. 빚이 1000만원 넘게 있다는 엄마의 말에 금액은 잘 몰랐다며 태연하게 말하는 모습이나, 스스로 벌어서 쓰는 돈은 아깝지만 가족의 돈은 아깝지 않다는 딸의 말은 화가 날 정도였다.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내버린 딸의 사연 
 
 딸에게도 아빠와 친구들을 떠나보낸 아픈 사연이 있었다.

딸에게도 아빠와 친구들을 떠나보낸 아픈 사연이 있었다. ⓒ KBS

 
딸이 이렇게 갑자기 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 보니 딸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올해에만 아빠와 친구 4명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된 것. C형 감염으로 아픈 상황에서도 술을 많이 마시는 아빠가 걱정이 돼 작년에 <안녕하세요>에 사연을 신청하기도 했다는 딸은 항상 자신의 편이었던 아빠에 대한 애정이 커 보였다. 그런 아빠를 잃고 친했던 친구들마저 잃었던 딸은 풀 곳이 없어서 술에 의존했다.
 
"너 결혼하는 것까지 보고 가려 했는데 힘들 것 같아."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딸에게는 아빠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세상을 떠나기 전, 집에 단 둘이 있었던 아빠는 딸에 방에 조용히 들어 오셨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딸은 피곤하다며 쫓아냈고 2번, 3번 더 들어오셨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거절했다. 그때 아빠가 했던 말이 기억에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부터 눈물이 계속 났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딸의 아빠처럼 술을 유독 좋아하셨던 할아버지는 식사를 하실 때면 항상 소주를 꺼내 마시시곤 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보기 싫으셨던 할머니는 각방 생활을 하셨고 할아버지는 항상 가족들이 모여서 다른 방에 앉아 홀로 TV를 보시곤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 얼굴을 보는 일은 인사를 드릴 때나 같이 앉아 식사를 할 때가 전부였다. 살갑게 먼저 다가가 옆에 있지 않았었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건강이 많이 악화되셨고 병원에 가자 알코올성 치매라고 판정 받았다. 병원에서는 이미 많이 늦었다고 했고 할아버지는 점점 기억을 잊어갔다. 그렇게 가족들도 잘 알아보시지 못했던 할아버지가 나를 선명하게 기억하시던 날이 있었다. 병상에 누워계시다가 타지에서 생활하는 내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려가 할아버지를 뵙자 손을 잡아주시며 왔냐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행사를 가기 위해 학교로 올라왔고 그날 새벽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때 이후로 마지막까지 살갑게 있어 드리지 못했던 죄송한 마음이 남아있다.
 
그래서 딸의 마음이 정말 많이 이해가 됐다. 물론, 그렇다는 이유로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매정하게 한다거나 현재의 자신을 망가트리고 있는 것에 찬성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여러 출연진들이 꾸짖듯이 딸에게 생각이 잘못됐음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불편했다. 게다가 돈이 필요할 때는 가족을 찾고 간섭은 거부한다며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할 때는 답답했다.
 
일방적 해결책은 답답했지만... 이영자의 진심 
 
 한 가지 분명한건 진심이 담긴 이영자의 말은 그녀의 가슴 속 한 편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분명히 나와 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꾸짖음이나 강요가 아닌 진심이 가진 힘이다.

한 가지 분명한건 진심이 담긴 이영자의 말은 그녀의 가슴 속 한 편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분명히 나와 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꾸짖음이나 강요가 아닌 진심이 가진 힘이다. ⓒ KBS

 
과연, 그런다고 해결이 될까. 20살이라는 아직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일을 겪은 딸에게, 초등학교 이후로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엄마와 어색하다는 딸에게, 술을 줄이고 술 마시는 비용은 직접 마련하라는 해결책이 정말로 도움이 될까. 지난 20년의 세월을 모르는 출연진들이 단순히 몇몇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꾸짖고 답을 내리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제대로 된 목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출연진들이 경험이 담긴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나은 것은 아니었을까. 이 생각은 이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이 됐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다 경험했잖아요. 아버님도 돌아가셨고 친구에 대한 것도 다. 나는 어떤 상태인지 알아요. 그런데, 엄마가 늘 강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엄마는 강해서 다 그렇게 하는 것 같아. 나도 나처럼 누군가가 아플까봐 멈춘 거거든. 나 혼자 아픈 게 낫지 내가 잘못 선택하면 누군가가 나만큼 너무 아플까봐 멈춘 거야. 멈추고 싶지? 이겨 내야해. 오늘 재밌는 걸 생각해. 자신과 싸워 줘야해. 그리고 엄마는 강자가 아니야."
 
분명 딸에게 변화하기를 원하는 말들이었지만 이영자의 말에는 진심이 서려있었다. 다른 이들이 아플까봐 멈췄다는 그녀의 말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마도 딸과 엄마의 관계는 <안녕하세요>에서 160표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진심이 담긴 이영자의 말은 그녀의 가슴 속 한 편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분명히 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꾸짖음이나 강요가 아닌 진심이 가진 힘이다.
안녕하세요 이영자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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