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빛낼 샛별들의 신고식 날짜가 정해졌다.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 오규상)은 지난 11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9 WK리그 신인드래프트가 오는 12일 열린다고 발표했다. 올해로 정확하게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WK리그는 2008년 11월 7일에 열렸던 2009 WK리그 신인드래프트를 시작으로 매년 전도유망한 신인선수들을 배출해왔다.
 
 지난 2018 W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

지난 2018 W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 ⓒ 대한축구협회

  
신인드래프트는 선수와 팀 모두에게 중요한 행사다. 선수에게는 취업 여부가, 팀에게는 한 해 농사가 걸려 있다.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 그리고 원하던 선수를 뽑은 팀과 뽑지 못한 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리그 출범 10주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지난 10년간 경쟁자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선택을 받았던 전체 1순위의 주인공들을 모아봤다.

2018년 - 창녕 WFC: 홍혜지(DF, 고려대 -> 고베 아이낙), 손화연(FW, 고려대) *신생팀 특별지명

2018년 신인드래프트는 이천대교의 해체, 그리고 드래프트를 코앞에 두고 창녕 WFC의 극적인 창단 등등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큰 이슈는 BIG 3였던 홍혜지, 손화연, 한채린(FW, 위덕대)의 행선지였다. 신생팀 혜택으로 전체 1순위와 2순위 지명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었던 창녕 WFC는 고심 끝에 수비수 홍혜지와 공격수 손화연을 뽑았다.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벼락같은 중거리 골을 터뜨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한채린은 전체 4순위로 인천현대제철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8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창녕 WFC에 지명된 홍혜지

2018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창녕 WFC에 지명된 홍혜지 ⓒ 한국여자축구연맹

  
2015년 고려대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인 홍혜지는 2016년이 끝난 뒤 곧장 일본 나데시코리그로 눈을 돌렸다. 1부리그 명문 고베 아이낙에서 2017 시즌을 보냈다. 고베는 과거 지소연과 권은솜, 조소현 등이 몸담았고 현재는 이민아가 뛰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팀이다. 드래프트를 통해 WK리그에 첫 발을 내디딘 홍혜지는 전체 1순위로 신생팀 창녕 WFC에 지명됐다. 대부분 리그 1년차 신인들로 구성된 창녕의 수비진을 이끌며 17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팀은 리그 최하위에 머무르며 고된 신고식을 치렀다.

홍혜지는 김도연과 심서연, 임선주, 신담영의 뒤를 이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센터백으로 각광받는 유망주다. 173cm의 체격조건,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유틸리티 능력을 앞세워 알가르베컵을 시작으로 AFC 여자 아시안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올해 열린 국제대회마다 윤덕여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매치 8경기에 출전했다.
 
 홍혜지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창녕 WFC에 지명된 손화연

홍혜지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창녕 WFC에 지명된 손화연 ⓒ 대한축구협회


고려대 16학번 손화연은 올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장창, 남궁예지 등 한 살 위 언니들보다 일찍 WK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 결과 리그 20경기에서 10골 3도움으로 데뷔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또한 올해 A매치에도 11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만 4골을 몰아치며 이현영(수원도시공사, 5골), 지소연(첼시 FC 위민, 4골), 문미라(수원도시공사, 4골) 등 쟁쟁한 언니들 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2017년 - 경주한수원 : 박예은(MF, 고려대), 김혜인(DF, 위덕대) *신생팀 특별지명
 
 2017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경주한수원에 지명된 박예은(가운데)

2017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경주한수원에 지명된 박예은(가운데) ⓒ 대한축구협회

  
2012년을 끝으로 충남일화가 해체되며 한동안 7팀 체제로 진행되던 WK리그는 2017년 경주한수원의 창단으로 숨통이 틔였다. 경주한수원은 드래프트에서 뽑은 신인 선수들, 그리고 차연희, 위성희, 윤영글 등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해 창단 첫 해를 보냈다. 나란히 전체 1순위와 2순위로 뽑힌 박예은과 김혜인은 각각 리그 22경기(3골 3도움)와 23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첫 시즌 탈꼴찌와 전국체전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경주한수원은 창단 2년차인 올해 반전 드라마를 썼다. 해체된 이천대교 선수들을 흡수하고 선수단을 정비하면서 단단한 수비와 묵직한 한 방을 갖춘 다크호스로 변모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변화 속에서도 박예은은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았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다나카 아스나, 이천대교 출신 김아름과 함께 경주한수원의 허리를 든든히 지켰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포함 31경기에서 4골 3도움으로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친 박예은은 어용국 신임감독 체제 하에서 우승을 바라본다.
 
 박예은에 이어 전체 2순위로 경주한수원에 지명된 김혜인

박예은에 이어 전체 2순위로 경주한수원에 지명된 김혜인 ⓒ 한국여자축구연맹

  
입단 동기 박예은과는 달리 김혜인의 2018년 출발은 좋지 못했다. 박세라, 정영아, 김혜영, 이은지 등 이적생들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다. 하지만 김혜영이 개막 4경기만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균열이 생겼다. 김혜인은 올 시즌 입단한 1년차 손다슬과 함께 번갈아가며 김혜영의 빈자리를 메웠다.

2016년 - 수원시시설관리공단(현 수원도시공사) : 김소이(MF, 한양여대)

2016년 여자축구 신인 최대어는 2013년 8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르며 대한민국에게 9년만에 AFC U-19 여자 챔피언십 우승컵을 안기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FIFA U-20 여자 월드컵 8강 진출에 기여한 장슬기(DF, 강원도립대 -> 고베 아이낙)였다. 하지만 전체 1순위의 영예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소이에게 돌아갔다. 장슬기는 전체 2순위로 인천현대제철에 지명됐다.
 
 2016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지명된 김소이

2016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지명된 김소이 ⓒ 대한축구협회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김소이는 WK리그 첫 시즌 21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부분이 교체 투입이었고,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소속팀 수원시시설관리공단 역시 2016년과 2017년 각각 6위와 5위에 그치며 팀도 본인도 빛을 보지 못했다.

김소이는 2018시즌 임대를 통해 경주한수원 유니폼을 입으면서 상승세를 탔다. 외국인 듀오 나히와 이네스, 그리고 국가대표 이금민이 버티는 삼각편대에 밀려 경주에서도 주전을 꿰차는 데는 실패했지만 김인지와 함께 로테이션 멤버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드래프트 당시 1, 2순위를 사이좋게 나눠가진 장슬기와는 2018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로 다시 만났지만 팀은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경주한수원 임대가 만료된 김소이는 원소속팀 수원도시공사와의 계약 역시 만료되며 FA신분이 된다. 다음 시즌 거취가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다.

2015년 - 서울시청 : 이금민(FW, 울산과학대)
 
 201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시청에 지명된 이금민

201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시청에 지명된 이금민 ⓒ 대한축구협회

 
2014시즌과 2015시즌을 앞두고 열린 신인드래프트는 리그 출범 직후였던 2009, 2010시즌과 함께 여자축구 역사에 남을 역대급 드래프트였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FIFA 주관대회 우승이었던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의 주역들이 WK리그 무대에 데뷔한 해이기 때문이다. 뒤에 소개할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는 93년생 선수들이,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는 94년생 선수들이 각각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성인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역대급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선택받은 이는 울산과학대의 스트라이커 이금민이었다. 함께 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이소담(MF, 울산과학대)은 전체 2순위로 대전스포츠토토(현 구미스포츠토토), 최유리(FW, 울산과학대)는 전체 6순위로 부산상무(현 보은상무)에 지명됐다. 특히 최유리는 부산상무의 지명을 거부하면서 등록금지 징계를 받아 1년간 무적 신분으로 지내야 했고, 이는 이듬해부터 상무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별도로 선수를 선발하도록 규정이 변경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금민의 전체 1순위 지명은 파격 그 자체였다. WK리그 10년 역사에서 공격수가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것은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전북KSPO의 지명을 받은 김상은(당시 여주대)과 이금민 뿐이다. 김상은이 측면 공격수임을 감안했을 때, 스트라이커 중에서는 이금민이 유일한 셈이다. 심지어 여민지조차도 전체 1순위로 뽑히지는 못했다. 당시 여자축구계가 이금민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금민은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데뷔 시즌 18경기 6골 2도움으로 두각을 드러내더니 이듬해에는 18경기 9골 5도움으로 리그 득점 2위에 올랐다. 득점왕 비야(인천현대제철)와의 차이는 단 1골이었다. 이금민의 커리어 하이는 실업 3년차이자 서울시청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2017년이었다. 이금민은 노소미와 원투펀치를 이뤄 21경기 11골 7도움으로 소속팀의 창단 이후 최다승(12승)과 최다승점(41점) 경신에 이바지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경주한수원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금민은 외인 듀오 나히와 이네스의 합류로 인해 측면에서 뛰는 일이 많아졌다. 그 결과 리그 득점은 9골로 소폭 감소했지만 수원도시공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또한 올해 국가대표팀에서도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13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2014년 - 부산상무(현 보은상무) : 이정은(MF, 한양여대)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상무에 지명된 이정은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상무에 지명된 이정은 ⓒ 한국여자축구연맹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의 주역들 가운데 가장 먼저 WK리그의 선택을 받은 이는 부산상무에 지명된 이정은이었다. 당해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혔던 신담영(DF, 울산과학대)과 여민지(FW, 울산과학대)는 나란히 전체 2순위와 3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현 수원도시공사)과 충북스포츠토토(현 구미스포츠토토)의 유니폼을 입었다.

군팀이라는 특성상 지명과 동시에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해야 했던 이정은은 부사관교육 수료와 하사 임관의 여파로 데뷔 시즌에는 6경기 1골에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며 22경기 3골을 기록했다.

이정은은 2016시즌 종료 후 전역과 동시에 화천KSPO로 이적한 뒤 2017시즌 정점을 찍었다. 28경기 8골 2도움으로 팀내 득점 1위에 올랐고, 소속팀은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올해 역시 22경기 7골로 변함없는 공격본능을 뽐냈지만 화천KSPO는 경주한수원과 수원도시공사, 구미스포츠토토 등에 밀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다.

2013년 - 부산상무(현 보은상무) : 이영주(MF, 한양여대)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상무에 지명된 이영주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상무에 지명된 이영주 ⓒ 대한축구협회

 
2013 신인드래프트의 주인공은 인천현대제철과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젊은 중원 사령관 이영주였다. 이영주는 전체 1순위로 부산상무에 지명됐다. 이영주와 함께 나선 2012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4골을 터뜨리며 대학생 신분으로 2012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전은하(MF, 강원도립대)는 전체 5순위로 전북KSPO(현 화천KSPO)로 향했다.

이정은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데뷔 시즌 7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낸 이영주는 이듬해인 2014년 24경기에 출전하며 본격적으로 WK리그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다. 또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A매치 데뷔전도 치렀다.

2016년 6월 30일 전역하며 전투복을 벗은 이영주는 7월부터 인천현대제철에 새둥지를 틀었다. 이세은과 이민아, 조소현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이영주는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영주가 있었다.

이민아, 조소현의 해외 진출과 이소담, 김우리, 나가노 후카의 영입으로 중원이 완전히 재편된 2018시즌에도 이영주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29경기에 출전했다.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정상적인 포백을 꾸릴 수 없었던 수원도시공사와의 리그 최종전에는 센터백으로 변신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으로 소속팀 인천현대제철의 통합 6연패를 도왔다.

다만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다소 아쉬웠다. 알가르베컵과 AFC 여자 아시안컵 등 올해 A매치 4경기에 출전했지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부여받지는 못했다. 캡틴 조소현, 비너스 이민아, 그리고 에이스 지소연의 역삼각형 중원이 견고한데다 샛별 장창(고려대) 역시 꾸준히 국가대표팀에 소집되고 있어 리그에서보다는 입지가 위태롭다.

2012년 - 전북KSPO(현 화천KSPO) : 김상은(FW, 여주대)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북KSPO에 지명된 김상은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북KSPO에 지명된 김상은 ⓒ 한국여자축구연맹

 
2012 신인드래프트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우선 2010 FIFA U-20 여자 월드컵 3위의 주역 중 하나였던 얼짱 수비수 서현숙(DF, 한영여대)이 전체 7순위로 이천대교(당시 고양대교)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현재 국가대표팀의 또다른 에이스로 자리잡은 이민아(MF, 영진전문대)는 전체 6순위로 부산상무의 선택을 받았다. 훈련소까지 입소했던 이민아는 다행히(?) 인천현대제철 이적이 확정되며 이틀간의 짧은 군생활을 마무리했다. 이 이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민아의 이름 앞에는 '예비역 하사' 혹은 '중사' 타이틀이 자리잡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전체 1순위는 전북KSPO의 유니폼을 입은 김상은(FW, 여주대)이었다. 충남일화와의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한 김상은은 데뷔전부터 1골 1도움을 올리며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고, 22경기 9골 2도움으로 단번에 에이스로 우뚝 올라섰다. 전북KSPO는 김상은의 활약에 힘입어 창단 2년차 시즌에 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전북KSPO에서 세 시즌간 활약한 김상은은 이천대교(2015~2017)를 거쳐 올해부터 구미스포츠토토의 유니폼을 입었다. 유영아, 최유리, 여민지가 버티던 기존의 공격진에 박은선, 박지영, 그리고 김상은이 가세한 구미스포츠토토는 빠르고 저돌적인 공격 축구로 디펜딩 챔피언 인천현대제철은 물론이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두고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경주한수원과 수원도시공사를 위협했다.

비록 신생팀 창녕 WFC에 덜미를 잡히며 플레이오프는 좌절됐지만, 구미스포츠토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상은은 리그 전 경기 출석 도장을 찍으며 28경기 10골 8도움으로 도움왕 전가을(10도움)과 2개 차로 도움 2위를 기록했다. 득점과 도움 모두 팀내 1위를 마크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김상은의 내년 시즌 활약 역시 기대해볼 만 하다.

2011년 - 인천현대제철 : 임선주(DF, 한양여대)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천현대제철에 지명된 임선주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천현대제철에 지명된 임선주 ⓒ 대한축구협회

 
2011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주인공은 인천현대제철과 국가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임선주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인도네시아전 한 경기 5골의 주인공 이현영(FW, 여주대)이 전체 2순위로 충남일화, 그리고 풀백과 센터백을 오가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임선주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혜리(DF, 여주대)가 전체 5순위로 서울시청 유니폼을 입었다.

임선주가 WK리그에 데뷔한 2011년은 대교 천하였다. 인천현대제철은 만년 2인자에 머무르던 시절이었다. 임선주는 첫 시즌부터 18경기에 나서며 성인 무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리고 U-20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최인철 감독의 부임으로 임선주와 인천현대제철은 동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천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WK리그 통합 6연패를 달성했고, 부주장이 된 임선주는 올 시즌 초반 벤치에 앉는 일이 많았던 주장 정설빈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한양여대 새내기 시절이던 2009년 일찌감치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증명한 임선주는 2010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서현숙, 김혜리, 정영아 등과 함께 수비진을 이뤄 대한민국의 3위 입상을 이끌었다. 여자축구 최초의 16강 진출을 일궜던 2015 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김도연(황보람)-심서연 조합에 밀려 교체로 1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앞둔 현재, 임선주는 어느덧 A매치 72경기(5골)을 뛴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알가르베컵과 AFC 여자 아시안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올해 열린 모든 국제대회에서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황보람은 은퇴했고 심서연은 오랜 시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다 아시안게임에서 3년만의 A매치 복귀전을 치렀다. 무릎 연골이 좋지 않은 김도연은 올해 여자 아시안컵 3경기가 A매치의 전부다. 내년 월드컵에서는 임선주가 신담영, 홍혜지 등 어린 후배들을 이끌고 수비진을 리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 서울시청 : 김도연(DF, 위덕대)
 
 2010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시청에 지명된 김도연

2010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시청에 지명된 김도연 ⓒ 한국여자축구연맹

 
WK리그 원년이었던 2009시즌,  6팀 가운데 3위를 기록하며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친 서울시청은 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위덕대 출신의 센터백 김도연을 품에 안았다. 훗날 대한민국 여자축구 최초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자가 되는 권하늘(MF, 위덕대)은 전체 2순위로 부산상무에 지명됐다.

이민아 등장 이전 여자축구 원조 미녀스타로 잘 알려진 심서연(DF, 여주대)은 전체 5순위로 이천대교(당시 경남대교)에 지명됐지만, 드래프트 직후 수원시시설관리공단(현 수원도시공사)으로 이적해 데뷔전을 치렀다. 심서연은 2010시즌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2012시즌부터 자신을 지명했던 대교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2시즌 대교에서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본 심서연은 올해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각기 다른 세 팀에서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유일무이한 선수가 됐다(2010년 수원시시설관리공단, 2012년 고양대교, 2018년 인천현대제철).

김도연은 데뷔 첫 해 18경기에 출전하며 빠르게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지만 소속팀 서울시청은 2010시즌 4위, 그리고 전북KSPO(현 화천KSPO)와 충북스포츠토토(현 구미스포츠토토)의 창단으로 8팀 체제로 진행된 2011시즌에는 6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김도연은 여전히 자신의 가치를 빛냈다. 2010 동아시아연맹 여자축구선수권대회와 AFC 여자 아시안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등 서울시청 소속이던 2년 동안 무려 A매치 16경기에 출전해 여자축구 최고의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2012시즌 인천현대제철로 이적한 뒤에도 김도연은 꾸준했다. 터프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안정감 있는 수비가 김도연의 최대 장점이다. 올해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최인철 감독의 센터백 로테이션 등으로 인해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경주한수원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팀의 0-3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연장전까지 풀타임을 누비며 대역전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안방에서 열린 2차전을 4-1로 끝마쳤고, 종합 스코어 4-4로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09년 - 수원시시설관리공단(현 수원도시공사) : 조소현(MF, 여주대), 전가을(FW, 여주대) *신생팀 특별지명
 
 2009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지명된 조소현

2009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지명된 조소현 ⓒ 대한축구협회

 
그간 단기 토너먼트 대회들에 의지해왔던 여자축구에 마침내 정규리그가 생겼다. 2008년 11월 7일, WK리그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으로 열린 역사적인 드래프트에서 첫 지명권을 행사한 팀은 신생팀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이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국가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는 조소현과 전가을이 전체 1순위와 2순위로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전체 3순위로 인천현대제철에 지명된 이세은(MF, 한양여대)은 이후 주장 완장을 차고 WK리그 최초로 개인통산 200경기 출장, 그리고 2016년 팀이 이천대교(3회)를 뛰어넘고 챔피언결정전 네 번째 우승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등 명실상부한 W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인천현대제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게 된다.

조소현은 함께 지명된 전가을, 그리고 이듬해 데뷔한 심서연과 함께 2010년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수원은 인천을 맞아 1차전을 0-1로 내줬지만 2차전을 2-0으로 뒤집고 극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2010시즌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의 우승은 인천현대제철(6회)과 이천대교(3회) 이외의 팀이 경험한 유일한 우승인 동시에, WK리그 역사상 단 한 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업셋 우승이다. 올해는 정규리그 2위 경주한수원이 1차전을 3-0으로 제압하며 두 번째 업셋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2차전에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2011년부터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을 입은 조소현은 이세은, 이민아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인천현대제철의 왕조 건설에 앞장섰다. 2016년에는 일본 나데시코리그의 고베 아이낙으로 한 시즌간 임대 이적하며 처음으로 해외 무대를 경험했고, 2017시즌 종료 후에는 노르웨이 토프레시엔의 아발스네스 IL로 이적해 노르웨이 리그를 경험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조소현은 아발스네스에서 리그 전 경기(22경기)에 출전하며 확실한 주축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강한 체력과 터프한 수비, 공격수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능력을 갖춘 조소현은 국가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2011년부터는 국가대표팀 주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조소현은 2015 FIFA 여자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스페인에게 0-1로 끌려가던 도중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김수연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은 여자 월드컵 본선 첫 승리와 16강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조소현은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2015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조소현의 활약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7년 4월 11일 우스베키스탄과의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권하늘(보은상무), 김정미(인천현대제철)에 이어 세 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여자 선수가 됐다. 또한 현재 A매치 115경기(20골)로 여자축구 통산 A매치 최다출전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여자축구의 역사가 조소현의 발끝에서 새로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2015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상대로 지금도 회자되는 그림같은 역전 결승 프리킥 골을 꽂아넣은 전가을 역시 조소현과 함께 여자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조소현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지명된 전가을

조소현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지명된 전가을 ⓒ 대한축구협회

 
전가을은 2011년부터 조소현과 함께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특히 2015 FIFA 여자 월드컵 조별예선 코스타리카전에서는 1-1로 맞선 상황에서 역전골을 터뜨렸다. 대한민국은 후반 44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무승부를 기록, 월드컵 본선 첫 승점을 올렸다. 전가을은 김진희(2003년, vs 노르웨이), 지소연(2015년, vs 코스타리카), 조소현(2015년, vs 스페인), 김수연(2015년, vs 스페인)과 함께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을 기록한 다섯 명의 대한민국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2016년, 전가을은 웨스턴 뉴욕 플래시로 임대 이적하며 대한민국 선수 가운데 최초로 미국 여자 프로축구리그 NWSL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3경기만 소화한 채 일찌감치 돌아와야 했다. 부상 후유증으로 2016시즌을 통째로 날린 전가을은 2017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던 10월, 호주 리그의 멜버른 빅토리로 이적했다.

4개월의 짧은 시즌이 끝난 뒤 국내로 복귀한 전가을의 행선지는 친정팀이 아닌 화천KSPO였다.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전가을은 팀내 최다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외국인 공격수 글라우시아와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24경기 9골 10도움으로 도움왕에도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준우승팀 화천KSPO는 경쟁팀들의 도약과 강유미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 고전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안게임에서 3골을 넣는 등 올해 국가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전가을은 현재까지 A매치 96경기 38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중으로 센추리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전가을이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되면 여자 선수로는 권하늘(보은상무), 김정미(인천현대제철), 조소현(아발스네스), 지소연(첼시)에 이어 다섯 번째다.

2019년 - 3년 연속 고려대? 새로운 얼굴의 등장?
 
 대덕대 공격수 강태경(오른쪽)

대덕대 공격수 강태경(오른쪽) ⓒ 대전광역시축구협회

 
지난 2년간 전체 1순위의 주인공들은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다(2017 박예은, 2018 홍혜지). 다가오는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도 고려대의 강세가 예상된다. 2015년 창단 첫 해부터 2관왕에 오르며 강호로 자리매김한 고려대는 2016년 전관왕(춘계연맹전, 여왕기,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추계연맹전, 전국체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고려대 미드필더 남궁예지

고려대 미드필더 남궁예지 ⓒ 대한축구협회

 
고려대는 올해도 춘계연맹전과 추계연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중심에는 남궁예지와 장창이 있었다. 이들은 다가오는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유력한 전체 1순위 후보다. 특히 장창은 대학생 신분으로 꾸준히 성인대표팀에도 소집되며 A매치 10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려대 미드필더 장창

고려대 미드필더 장창 ⓒ 대한축구협회

 
고려대의 질주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은 이는 대덕대학교의 공격수 강태경이다. 대덕대는 올해 유영실 감독의 지휘 아래 2관왕(여왕기, 추계연맹전)에 올랐다. 특히 추계연맹전 6강 토너먼트에서 고려대를 4-2로 꺾은 바 있다. 강태경은 여왕기(11골)와 추계연맹전(10골)에서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WK리그 신인드래프트는 지명 순번이 전년도 순위가 아닌 추첨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변수가 매우 많다.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전년도 6위 구미스포츠토토와 1위 인천현대제철이 신생팀 혜택을 받은 창녕 WFC에 이어 2번과 3번으로 지명권을 얻었다. 추첨 결과와 팀의 사정에 따라 전체 1순위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다.

드래프트까지 앞으로 열흘이 남았다. 선수들은 드래프트 지원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팀들은 지명 전략을 검토할 시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졸 선수와 고교 중퇴 선수에게도 지원의 문이 열렸다는 점이다. WK리그의 열한 번째 시즌을 열어젖힐 2019 W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쓰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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