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킬러> 영화 포스터

▲ <헌터 킬러> 영화 포스터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미 국방성의 합참의장 찰스 도네건(게리 올드만 분)과 제독 존 피스크(커먼 분)는 러시아 연방 잠수함을 쫓던 미국의 탬파베이함이 격침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진상조사를 위해 캡틴 글라스(제라드 버틀러 분)를 새로이 함장으로 임명한 아칸소함을 극비리에 투입한다. 한편, 러시아 권력층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판단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하여 네이비실을 현지로 파견한다.

아칸소함과 네이비씰의 조사 결과, 핵잠수함의 침몰, 대통령의 이동 등이 러시아의 국방부 장관 듀로프(미카엘 고레보이 분)가 권력을 잡고자 계획한 쿠데타 음모임이 밝혀진다. 최고의 헌터 킬러 아칸소함과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씰은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을 막는 합동작전을 펼친다.

잠수함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을 살펴보면 <특전 유보트><붉은 10월><크림슨 타이드>가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 U-571 >< K-19 위도우 메이커 >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선 <유령>을 내놓았다. 이들 잠수함 영화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대립하는 인간과 선택을 그리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헌터 킬러>는 오랜만에 극장가에 선보이는 잠수함 영화다. 영화는 전직 핵잠수함 USS 휴스턴함의 지휘관이었던 조지 월리스와 인기 작가 돈 키스가 쓴 소설 < Firing Point >를 원작으로 삼았다. <헌터 킬러>의 프로듀서 토비 자페는 "강렬한 드라마의 스릴을 선사함과 동시에 관객들이 21세기에 걸맞은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된 잠수함을 직접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한다.

메가폰은 액션, 범죄, 드라마, 코미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남아프리카 출신의 이야기꾼 도노반 마시 감독이 잡았다. 그는 <헌터 킬러>의 각본을 읽은 후 "현실적인 딜레마에 직면한 캐릭터들의 힘이 대단했다"며 연출을 결심한 배경을 밝힌다.

<헌터 킬러>엔 <다키스트 아워>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게리 올드만, 래퍼 겸 배우 커먼, <존 윅>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미카엘 니크비스트, 드라마 < ER >로 친숙한 린다 카델리니 등 유명한 배우들이 참여했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단연 제라드 버틀러다.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제라드 버틀러는 이후 < 300 >으로 액션 아이콘에 올라섰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득세하는 지금, 제라드 버틀러는 제이슨 스타뎀, 드웨인 존슨, 마크 윌버그, 톰 크루즈, 맷 데이먼 등과 함께 강렬한 남성미를 내뿜는 액션 장르의 한축을 맡고 있다.

< 300 ><게이머><모범시민><머신건 프리처><백악관 최후의 날><갓 오브 이집트><런던 해즈 폴른><크리미널 스쿼드> 같은 일련의 '제라드 버틀러표' 액션 영화와 전쟁 스릴러 <헌터 킬러>는 뚜렷한 차이점을 나타낸다.

제라드 버틀러가 분한 함장 글라스는 몸보다 머리를 더 움직이는 전략가에 가깝다. 도리어 몸을 사용하는 액션은 지상에서 활약하는 네이비실이 맡았다. 제라드 버틀러는 최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냉철하게 결정을 내리는 글래스를 "그가 내린 결정이 향후 수백 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헌터 킬러>가 여타 잠수함 소재의 영화와 다른 점은 무대를 잠수함으로 국한하지 않는 진행에 있다. 영화는 아칸소함, 미 국방성, 네이비실까지 3개 플롯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3개의 플롯이 연결되어서 만드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나 제3차 세계대전 위기, 쿠데타 음모와 군국주의적 태도는 냉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쏟아졌던 1980~1990년대에 어울릴 법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나 인물, 쉽사리 다음이 예상되는 전개에서 보면 톰 클랜시의 소설을 흉내 낸 싸구려 각본 같은 느낌마저 준다.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3개의 플롯은 액션 스타일의 확장과 단조로움을 벗어나는 발판을 마련한다. 잠수함 아칸소함에서는 어뢰를 쏘거나 피하기도 하고 은밀하게 러시아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특수부대 네이비실은 하늘을 통해 적의 진영에 침투하거나 VIP를 구출하는 총기 시퀀스를 보여준다. 미국의 잠수함과 러시아의 구축함이 맞대결하는 장면도 상당히 근사하다.

잠수함 세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노반 마시 감독은 "영화 속 잠수함의 내부가 실제 핵잠수함과 일치하길 원했다"라며 디테일을 높이기 위해 쏟은 노력을 강조한다. 미 해군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은 촬영장을 방문한 조지 월리스 작가는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정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인 줄 알았다"고 소감을 전한다.

<헌터 킬러>의 제작비는 4천만 달러로 알려졌다. 할리우드의 A급 규모의 영화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저예산 영화에 가깝다. <헌터 킬러>는 각본이 시대착오적이고 CG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B 무비, 그리고 잠수함 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보장한다. 전투 장면의 긴장감도 좋다. 육해공을 오가는 모습을 보면 제작비 대비 액션 시퀀스 효율도 뛰어나다. 팝콘 무비로 손색이 없다.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헌터 킬러> 영화의 한 장면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헌터 킬러>는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싸우지 말자"는 이상적인 협력의 가능성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데 묘한 정치적 입장도 담았다. 극 중에서 합참의장인 백인 남성 찰스 도네건은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반면에 해군 제독인 존 피스크는 흑인이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 여기에 미국의 대통령은 여성이 맡았다.

이들은 트럼프, 오바마, 힐러리를 은유한 설정처럼 느껴진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 본 섣부른 예측일까(<헌터 킬러>는 2016년 미국 대선 이전부터 제작이 추진되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미국이 달랐을 거란 뒤늦은 희망을 투영한 걸까? <헌터 킬러>의 제일 궁금한 점이다. 그리고 영화의 흥미로운 면이기도 하다.
헌터 킬러 도노반 마시 제라드 버틀러 게리 올드만 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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