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에서 2년 6개월 전까지 라디오를 했잖아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오늘부터 매일 저녁 8시, TBN의 최양락의 탄탄대로를 통해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중략) 여러분이 지금 가는 길 막힘없이 뻥 뚫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중략) 첫곡은 싸이의 챔피언!" - <최양락의 탄탄대로> 첫 방송에서, 최양락 DJ의 멘트

최양락이 2년 6개월만에 라디오에 복귀했다. 그의 탄탄한 '성대모사 군단', 그리고 그만의 통통 튀던 통렬한 콩트와 함께 말이다. 26일부터 도로교통공단 산하 한국교통방송 TBN에서 <최양락의 탄탄대로>를 다시 시작하게 된 최양락은 "보고 싶었다", "첫 방송이라 떨린다"는 말을 거듭했다.

떨린다는 그의 말에 무색하게 2년 6개월의 공백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과거 최양락의 콩트인 '고독한 사냥꾼'을 버스에 맞게 재해석한 '고독한 승객'에서는 '왕년에 잘 나갔던 최양락이 무시받는 내용이 나오는가 하면 최양락의 콩트 파트너였던 김학래가 전화연결로 자연스러운 '무대본' 콩트도 선뵀다.
 
 <최양락의 탄탄대로> 프로그램 갈무리가 한국교통방송 누리집에 올라와있다.

<최양락의 탄탄대로> 프로그램 갈무리가 한국교통방송 누리집에 올라와있다. ⓒ 한국교통방송(TBN)

 
옛 '재미라' 연상케 한 탄탄대로 

최양락은 이미 MBC 표준FM에서 2002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했던 바 있다. 당시 배칠수, 전영미 등과 함께 진행했던 성대모사 코너인 대통퀴즈를 비롯한 여러 사회풍자 코너와 콩트가 사람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주었고, 14년간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공백을 깨고 다시 돌아온 최양락의 라디오에는 최양락의 '성대모사 패밀리'들도 함께했다. 안윤상과 김미진이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배우 이순재와 장미희 등을 패러디한 성대모사를 '유명인사의 음성편지'로 전하는가 하면, 특히 안윤상은 문 대통령 성대모사로 최양락과 전화연결을 하는 콩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9시부터는 최양락의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코너가 진행되었는데, 초대받았던 손님인 가수 추가열뿐만 아니라 '깜짝 손님'으로 코미디언 팽현숙이 찾았다. 팽현숙은 '떡을 돌리기 위해' TBN에 방문했다가 남편 최양락의 '집안 생활'을 폭로하는 듯한 콩트로 깜짝 출연해 청취자들에게 웃음을 주었고, 최양락과 동기 코미디언인 김보화, 김학래 등과의 전화연결 역시 청취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2시간의 정신없는 방송은 최양락이 다음 날 가수 남진이 출연한다는 '스포일러'를 남기며 서영은의 '아름다운 구속'을 끝곡으로 마무리됐다. TBN의 특성에 맞게 교통과 관련된 주제인 '회수권'으로 청취자와의 전화연결을 하고, 자신의 콩트를 앞세운 코너를 첫 방송부터 선보이는 등 2시간의 시간이 짧을 정도였다.

최양락만의 '모두까기', 교통방송에서 통할까

최양락의 탄탄대로 첫 방송에서는 첫 방송을 축하하는 전화연결, 깜짝 초대석 등이 진행되었다. 첫 방송이었던 탓에 원래 진행하기로 했던 일일코너나 주간코너 대신 즉석 콩트나 깜짝 초대석 등으로 채워졌지만, 그럼에도 정치인 성대모사가 처음 나오는 등 <재미있는 라디오>의 정치 풍자를 이어갈 가능성 역시 크게 점쳐진다.

실제로 코너 속에서도 <재미있는 라디오>의 가능성이 보이는 코너들이 눈에 띈다. 26일 첫 선을 보인 코너인 '고독한 승객'은 콩트 속 자연스러운 사회풍자가 들어갈 여지를 남겼고, 앞으로 진행될 매일 코너인 '최앵커의 내맘대로 주요 뉴스' 역시 최양락의 대표작인 '알까기' 속에 시사를 포함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의 교통방송인 tbs가 배칠수, 전영미의 통렬하고 아낌없는 시사풍자가 돋보이는 '9595쇼'로 여러 청취자들을 끌었고, MBC 표준FM이 정상화 이후 새로운 시사풍자 프로그램인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의 시선을 끌듯 TBN에서도 운전자들의 저녁졸음을 시사풍자로 깨울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번에는 '오래오래 보아요'
 
 최양락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MBC 표준FM에서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최양락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MBC 표준FM에서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 문화방송

 
최양락이 14년간 진행했던 <재미있는 라디오>는 그간 수난을 겪었다. 2013년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을 풍자하는 라디오 내용으로 안혜란 당시 PD(현 라디오본부장)가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가 대법원 판결 끝에 취소되기도 했고, 그 여파로 시사풍자 코너가 사라지기도 했다. 2016년에는 일방적인 하차 통보에 끝인사마저 하지 못하고 하차하기까지 했다.

최양락의 복귀가 가장 반가운 이유는 이러한 역사 때문이다. 다시는 전파를 통해 접하지 못하는 줄로만 알았던 최양락의 시사풍자와 콩트를, 그가 가장 날아다닐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그램 중 곳곳에 "최양락 씨가 라디오로 돌아와서 반갑다"는 사연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의 시사풍자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가장 깊고 가려진 부분까지 공략한다. 그것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지도 않게, 즐겁게 웃으면서도 끝에는 쌉쌀한 맛, 그러면서도 시원함을 남겼다. 그래서 최양락을 라디오에서 오래 보고 싶다. '모두까기' 최양락의 진가를 TBN에서 다시, 오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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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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