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역대급 승점(승점 100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에는 디펜딩 챔피언의 독주를 막기 위해 EPL 상위권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여름 이적 시장에 뛰어들었다.

영입을 한 명도 하지 않은 토트넘 홋스퍼를 제외한 나머지 네 팀(리버풀, 첼시, 아스널, 맨유)은 전부 중원 자원을 데려왔다. 그 어떤 리그보다 허리 싸움이 격렬한 EPL 특성에 맞춰 다재다능하면서도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중앙 미드필더가 각광을 받았다.

모두가 단단한 중원 형성을 꿈꿨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어떤 팀은 웃고 어떤 팀은 울상을 짓고 있다. 현재 전체 일정에서 30% 넘는 리그 일정을 소화한 EPL 팀들의 신입 미드필더들의 성적표를 중간 점검해본다.

케이타&파비뉴(리버풀) - 이적료만 1400억 원... 효과는 '글쎄'

이번 시즌 리버풀FC는 중원 강화에 힘을 집중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마누라(마네-피르미누-살라)' 라인의 대폭발에도 불구하고 무관에 그쳤다. 얇았던 허리 라인의 스쿼드 두께가 시즌 말미로 갈수록 문제로 다가왔다.

리버풀은 2017년 여름 이미 영입을 확정지은 나비 케이타에 만족하지 않고 AS 모나코에서 이름을 알린 파비뉴도 이번 여름 데려왔다. 두 선수의 이적료 합이 한화로 대략 1400억 원에 가까울 정도로 거액을 투자한 리버풀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과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의 모하메드 살라 ⓒ 연합뉴스/EPA


일단 케이타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출장하며 조금씩 팀에 녹아들었다. 특유의 전진성과 다양한 기술로 리버풀 중원에 스피드와 창조성을 가미했다.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이적 후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활약이었다.

허나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나폴리 원정에서 부상을 당한 케이타는 기니 대표로 참가한 10월 A매치에서 또 한 번 다쳤다. 12라운드 풀럼FC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 출장하며 복귀했지만 현재 흐름상 주전 경쟁에서는 밀린 분위기다.

파비뉴도 고전 중이다. 리그에서 단 5경기(선발 3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수비적인 기여도는 높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매끄러움이 떨어진다. 브라질리언인 파비뉴는 EPL에서 언어장벽에도 부딪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성적을 재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비싼 이적료에 대한 답을 줄 시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조르지뉴(첼시) - EPL로 넘어온 '사리볼'... 뚜렷한 강점과 약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첼시FC는 SSC 나폴리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을 영입했다. 더불어 사리 감독의 애제자 조르지뉴를 유혹하는 데도 성공했다. '사리볼'의 핵심인 조르지뉴를 데려와 EPL에서도 나폴리 시절의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심산이었다.

'사리볼'은 리그 개막 이후 5연승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사리의 첼시는 수준 높은 점유율 축구로 상대를 압도했다. 과거 '선 수비-후 역습'으로 재미를 봤던 첼시의 스타일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승리를 따냈다. 현재 첼시는 EPL 20개 클럽 중 경기당 평균 점유율 2위(67.2%, 1위 맨시티와 0.5% 차이), 경기당 평균 패스 성공 횟수 1위(630회)를 기록 중이다.

키는 영입생 조르지뉴가 쥐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수 연결고리를 착실히 하고 있다. 조르지뉴의 발에서만 경기당 평균 86.7개의 패스가 쏟아져 나왔다. 단순히 패스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련한 경기 조율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조르지뉴는 마치 첼시에서 수년간 활약했던 선수처럼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첼시의 두뇌인 조르지뉴를 막기 위한 대처법이 벌써 나왔다는 점은 첼시에 불행한 소식이다. 조르지뉴의 비중을 눈치챈 상대 팀들은 조르지뉴를 강하게 압박해 첼시의 원활한 빌드업을 방해하고 있다. 아직 별다른 '플랜 B'가 없는 첼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전하고 있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 영입한 마테오 코바치치는 아직까지 합격점을 주기는 이르다. 섬세한 기술과 패스로 시즌 초반에는 능력을 입증했지만, 로스 바클리의 성장에 밀려 점차 출장 시간이 줄고 있다. 코바치치로서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토레이라(아스널) - 간절히 바라던 '하얀 캉테'의 등장

지난 10년 간 아스널FC의 중원은 언제나 약점이었다. 파트리크 비에이라의 공백을 누구도 메우지 못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수비력은 기본이고 적절한 패스와 공격 가담 능력을 갖춘 전천후 미드필더를 아스널은 간절히 염원했다.

오랜 숙원에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여름 UC 삼프도리아에서 데려온 '하얀 캉테' 루카스 토레이라가 해답이 되고 있다. 우루과이 대표로 러시아 월드컵 나선 토레이라의 맹활약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7-20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 아스널 FC와 카라바흐의 경기에서 아스널 멤버들이 세 번째 득점에 성공한 뒤 자축하고 있다.

아스널 선수들의 모습 ⓒ AP/연합뉴스


토레이라는 이적생이란 게 믿기지 않는 적응력으로 곧바로 아스널 중원의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그라운드 어디에든 나타나 공을 탈취해 동료에게 공은 건네주는 토레이라다. 남미 선수답게 기본적인 기술력도 있어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병행 중이다.

토레이라의 등장으로 아스널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중원에 '믿을맨'이 생기니 풀백들이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하고, 공격진들은 든든한 지원 속에 공격을 마무리하고 있다. 토레이라 덕에 메수트 외질이 날카로움을 회복했고 그라니트 자카는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만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아직 EPL 데뷔골은 터뜨리지 못한 토레이라지만 시간 문제다.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전담 키커를 맡을 정도로 킥의 날카로움이 있는 토레이라다. 현 시점에서 토레이라는 아스널 멤버 중 가장 소중한 존재라 평해도 과하지 않다.

프레드(맨유) -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존재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조세 모리뉴는 어떤 팀의 지휘봉을 잡던 강력한 중원 라인 구축을 위해 애썼다. 이번 여름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프레드가 모리뉴의 선택을 받았다. 맨유는 프레드가 팀의 새로운 엔진으로 기능하길 원했다.

프레드는 리그 개막전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대활약하며 맨유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레스터전에서 프레드는 왕성한 활동량과 넓은 활동폭으로 폴 포그바를 지원했다. 과감한 전진 드리블과 정확도 높은 패스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레스터전 이후에는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만능 미드필더 향기를 풍겼던 프레드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큰 실수를 범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있는 프레드다.

한화로 700억 이상을 투자한 선수치고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최근 네마냐 마티치가 본격적으로 전력에 합류하면서 벤치로 밀려난 프레드다. 심지어 마루앙 펠라이니에게도 밀리는 형국이다.
 
 2018년 9월 25일(현지시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더비 카운티의 잉글랜드 리그 컵 3라운드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루앙 펠라이니(오른쪽)가 더비 카운티의 선수들과 공을 다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루앙 펠라이니(오른쪽). 더비 카운티와 경기하던 당시 모습. ⓒ AP/연합뉴스


다만 현재 모리뉴의 신뢰를 받고 있는 중원 자원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프레드 개인에게는 위안거리다. 무리뉴가 다시금 프레드에게 출장 시간을 부여하고 인내의 시간을 가질지 여부가 중요하다. 어찌됐든 아직까지 맨유의 프레드 영입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는 분위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EPL 중앙미드필더 이적생 성적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