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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KBS 9시 뉴스는 일부 수감자들이 변호사를 브로커로 고용해 은밀히 이뤄지는 독방 거래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 12일, KBS 9시 뉴스는 일부 수감자들이 변호사를 브로커로 고용해 은밀히 이뤄지는 독방 거래 실태를 고발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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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저지른 재벌 총수의 선고 재판에 늘 따라다니는 단어 중 하나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즉 돈이 있으면 무죄지만 돈 없으면 유죄가 선고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재판을 넘어 교도소 안에서도 돈거래가 있었다면 어떨까?

지난 12일부터 KBS 탐사보도부는 교도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비리를 고발했다. KBS가 고발한 교정비리는 독방거래를 비롯해 이감, 심지어 가석방까지 돈으로 가능하다는 거였다. 보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교정 비리를 취재한 이세중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검찰, 수사 전환하지 않고 내사에서 멈춘 것으로 확인"

- 지난주 교정 비리를 보도해 반향이 컸었는데 어떠세요?
"기획성 아이템인데도 불구하고 저희 아이템을 높게 평가해 줘서 톱으로 나갔어요. 첫날은 10분 이상 보도하며 깊게 다뤄줘서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시청자분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 저희 보도 나간 이후 제보가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기자 개인에게 오는 메일뿐만 아니라 KBS 사회부나 KBS에 보내는 메일이 굉장히 많아서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요. 후속 보도를 이어가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거 같아요. 저희가 보도한 다음 날 바른미래당이 김상채 변호사를 모든 당직에서 해촉했다고 하더라고요. 반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 시청자 반응은 어떤 거로 파악이 되나요?
"댓글이나 인터넷에서 소구력이 있는지 또 보도 이후 관련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저희 기사에 댓글도 많구요. 사실 기사엔 좋지 않은 댓글이 많아요. 제가 기자 생활한 지 5년 차인데 댓글이 긍정적이고 칭찬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포털에 댓글이 수천 개 달리며 이번 기사를 네티즌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걸 알 수 있었죠."

- 제보로부터 취재가 시작되었다던데 어떤 내용의 제보였어요?
"구체적인 제보 내용은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다만, 두 달 전 즈음에 김상채 변호사가 독방 거래한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고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찰 내사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단계를 밟았죠. 그러면서 각종 수사 관계자들로부터 혐의가 확인됐거든요. 저희가 김상채 변호사를 취재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취재하기 시작했죠."

- 검찰 내사가 있었어요?
"취재해 보니까 검찰이 김상채 변호사 건을 내사한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지난해 초 김상채 변호사에게 한 수감자로부터 돈이 입금된 계좌내역을 확인했고 그 다음에 형사부장, 차장검사, 지검장까지 결제와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보통 검찰 수사는 내사부터 한 다음 혐의가 보이고 특정되면 피의자 입건하고 수사 전환하잖아요. 그러나 수사 전환하지 않고 내사에서 멈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왜 그랬을까요?
"저희가 구체적으로 알기는 힘들죠. 지난해 초 내사한 다음 해당 검사가 몇 개월 뒤 다른 부서로 전보 나고 하는 걸 봤을 때 사실 수사로 전환할 의지가 있고 명확하게 조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신속하게 되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왜 그랬는지는 추측성인 거죠."

- 첫 보도가 독방 옮길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천만 원이라는 거였어요. 이걸 첫 보도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독방 거래를 제일 먼저 했던 이유는 취재진이 확인한 김상채 변호사 통한 거래가 독방 거래였거든요. 실제 수감자가 김상채 변호사를 통해서 독방거래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도 이 같은 거래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고 독방거래에 초점을 맞춰 나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수형자가 복역 중 사고 치면 일정 기간 징벌방이라는 곳에 가는 거로 알거든요. 그게 독방으로 알아요. 그러면 징벌방과 독방 차이가 있는지 아니면 징벌방이 독방인가요?
"흔히 독방 성격은 두 가지가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문제가 있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감금 징벌의 성격을 주기 위한 독방이 있고요. 흔히 전직 대통령이나 기업 총수들이 독방에 가는데 이런 분들이 가는 독방은 다르죠.

수형자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달라요. 예를 들어 이런(징벌방) 독방 같은 경우 TV가 없고 심하면 CCTV도 있어요. 수형자들도 교도소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잖아요. 운동이나 자유시간, 산책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걸 할 수 없도록 제약을 두는 거고 이게 징벌방인 거고요.

반면 우리가 말했던 일반 독방 같은 건 크기만 작을 뿐 있을 건 있어요. TV도 있고 일반 수형자들이 누리는 권리도 누리기 때문에 1인실로 혼자 지내는 건 똑같지만 이 방이 갖는 성격은 달라요. 저희가 말한 독방 거래는 당연히 일반 독방이겠죠."

"브로커 변호사와 연결된 교정본부 쪽 사람 있다고 짐작"
 
독방 거래가 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말한 사람은 13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다 2009년 서울 중앙지법 판사를 끝으로 개업한 김상채 변호사였다.
 독방 거래가 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말한 사람은 13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다 2009년 서울 중앙지법 판사를 끝으로 개업한 김상채 변호사였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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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채 변호사가 독방 브로커를 한 거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변호사가 있는데 실명을 밝히진 않았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김상채 변호사 실명을 밝힌 이유와도 연관될 거 같은데요. 김상채 변호사가 과거 지방선거에 바른미래당 공천 받아서 강남구청장 후보로 나오고 현재 바른미래당 정책위 부위원장이나 법률 부위원장을 안 맡은 단순한 변호사라면 저희도 이름을 공개하지 못했을 거예요.

변호사라는 신분은 공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인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 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 때문에 다른 변호사 브로커에 대해 공개 못 했던 거죠."

- 보도에 나온 브로커는 두 명이잖아요. 또 다른 브로커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여기에 대해 취재된 게 있나요?
"저희 보도에는 두 명의 변호사가 나왔잖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제보가 쏟아져요. 얘기를 들어보면 두 명뿐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어요. 분명히 활동하는 브로커들도 보이고 그런 혐의로 잡혀 들어간 변호사도 있었잖아요. 두 건만은 아니겠단 거죠.

특히 제보자뿐만 아니라 전·현직 교도관과 전직 수형자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거든요. 독방 거래나 가석방 이감에 있어서 거래가 오가는 건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가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인해야겠단 생각을 하죠."

- 김상채 변호사를 만날 때 몰카를 사용하셨잖아요. KBS가 몰카 취재를 제한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었을 거 같은데.
"이번에 취재하면서 가장 고민하고 취재진끼리 논의를 많이 했던 부분이에요. 몰카 사용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용하도록 돼 있거든요.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공적인 인물을 상대로 하는 몰카이면서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취재 목적과 방향이 공익에 부합할 때예요.

사실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데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취지에 있어 몰카가 아니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데, 김상채 변호사가 버젓이 독방거래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이런 부분이 필요했다고 판단합니다."

- 가석방이나 이송에도 로비한다는 보도가 있던데.
"저희가 확인했던 건 김상채 변호사를 통해서 독방 거래한 사실이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독방거래를 의뢰했는데 제보자에 따르면 독방만 가능한 건 아닐 거래요. 다른 교도소로 가는 이감이나 가석방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런 식의 소문이 교도소 내에 파다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대요. 독방 거래가 된다길래 이감이나 가석방도 해보자고 했어요.

이번에 보도한 데가 남부구치소잖아요. 김상채 변호사가 남부구치소에 끈이 있어서 남부구치소만 작업이 가능한 건지 아니면 지방에 있는 다른 교도소도 된다면 교정본부 쪽에 루트가 있는 거로 보는 게 합리적이잖아요.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이감과 가석방까지 요청했는데 김상채 변호사는 그것도 가능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렇게 가능한 건 단일 교도소 일탈로 보기는 어렵고 분명히 브로커 변호사와 연결된 교정본부 쪽 사람들이 있다는 걸 지레짐작할 수 있었죠."

- 여기서 드는 생각이 그것뿐일까 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죠. 제보는 많았어요. 그러나 단순 제보로 보도할 수 없는 부분이고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저희가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른 변호사도 있다는 정황 확인"
 
 이세중 KBS 탐사보도부 기자
  이세중 KBS 탐사보도부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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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뭐였어요?
"사실 이런 거래가 예전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있었고 또한 판결이 난 다음에 결정인 거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은 안 했거든요. 취재하며 만난 시민단체, 관련 교수들도 똑같이 얘기했거든요. 근데 그분들도 저희 보도를 보고 충격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교도소마저 돈 있는 사람은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은 힘든 혼거실에서 지내야 하는 거죠.

사법 정의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충격 받았다고 전문가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도 처음 취재할 땐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러나 사실로 밝혀지며 죄지은 사람이 처벌을 제대로 안 받는 거잖아요. 정의가 무너졌다고 할 수 있어서 바로 잡을 필요가 있고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라고 봤어요."

- 교도소 혼거실도 들어가 보셨잖아요?
"이번 취재하며 교도소에 가봤는데 6명 정원인 혼거실에 갔어요. 5평 정도더라고요.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그마저도 못 지켜서 6명 정원에 10명 가까이 지내는 곳도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하거든요. 과밀 수용이 심각한 문제예요.

거기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잘 때 눕기는커녕 움직이지도 못하는 거죠. 이렇게 열악한 상황인데 반면 누군가는 독방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죠. 이런 거래에 대한 근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편으로는 혼거실 과밀 수용 문제도 독방 거래 비리와 별개로 개선할 필요가 있죠. 너무 열악해요."

- 재소자 인권까지 챙겨야 하냐는 주장도 있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나 외국 사례를 봤을 때 우리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열악한 건 맞거든요. 또 하나 교도소 목적이 뭔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우리가 왜 죄지은 사람을 가두죠? 분명히 죄를 지은 것에 대한 형벌도 있지만, 교도소 가장 큰 목적은 교화거든요.

결국 이들이 사회로 나올 거란 말이에요. 사회로 나왔을 때 다시 죄를 안 짓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정 목적 중 하나인데 이렇게 열악한 시설에서 몇 년 지낸다고 했을 때 교화가 효과적일 수 있을까죠. 교화가 제대로 안 이뤄지면 사회로 복귀했을 때 또 다시 범죄가 이뤄질 수 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보장해줘야 할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을 하는 거죠."

-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추가 취재 계획 있을까요?
"소위 말하는 카더라식의 제보가 많아요. 제보 중 입증하기 힘든 걸 걸러서 보고요. 수많은 제보 중에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도 있어요. 그런 건 추가 확인해서 교정 비리가 교정 당국과 연결된 부분 혹은 또 다른 브로커의 개입 같은 건 조금 더 취재할 생각입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충격적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런 점이 크게 와닿았어요. 교도소 안에서조차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성립되는 것에 대한 씁쓸함과 죄지은 사람이 안에서마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박탈감 느끼죠. 얼굴도 모르는 취재진조차 쉽게 응했다는 건 얼마나 이런 전화를 많이 받았으면 그럴까죠.

이게 그 분에겐 이상한 전화가 아니었던 거죠. 얼마나 만연한 걸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지금까지 몇 번을 했을지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김상채 혼자만은 아닐 거예요. 보도에 담지는 못했지만 분명 다른 변호사 개입도 있다는 정황을 확인한 게 있거든요. 그 부분도 봐야 할 거 같고요."

태그:#이세중, #독방거래, #교정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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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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