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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11월 들어 거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선소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11월 들어 거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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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팔아 월급 주고 남은 것은 빚 뿐이다."
"선작업 후계약. 협력사는 말 못한다. 계약해지 보복퇴출 두려워서."
"말로는 도급계약 현실은 살인저가. 수의계약 사내협력사 다 죽는다."
"월급도 안 되는 공사대금 이것이 상생경영인가."


이는 조선소 사내하청(협력)업체 사장들이 거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들고 있는 손팻말에 쓰인 문구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중공업에 대해 벌이는 직권조사에 맞춰 '제대로 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울산 현대중공업에 대해 거래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인데 이어, 이달에는 삼성중공업을 직권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만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조사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조선3사에서 일했던 사내협력업체 대표들이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벌어졌다. 현대중공업 18개사, 삼성중공업 6개사 이상, 대우조선해양 27개사 대표들이 참여했다.

이들 조선3사 하청업체 대표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하청업체 대표들은 현재까지 진행된 공정위의 조선3사 조사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얼마 받는지도 모르고 공사 시작해"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갑질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전화통화에서 "조선3사에서 원청과 사내협력사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도급을 위장한 인력파견이고 불법파견이다"고 했다.

한익길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을 거쳐 15년째 조선소 하청업체 대표를 지냈다. 그는 국회 국정감사에 나가 조선소 하도급의 문제점을 증언하기도 했다.

대형조선소와 하청업체는 도급관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그는 "도급관계가 되려면 하청업체가 자발적으로 견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원청에서 견적서를 만들어 주면 우리는 받아들이는 형태다"고 했다.

또 그는 "공사대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이 공사를 시작한다. 이른바 '선시공 후계약'이다. 월말에 원청에서 몇 명을 투입했으니 얼마라는 식으로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고 했다.

그는 "원청에서 하는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월급을 지급할 수 없으니까 원청과 싸울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부의 조사도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2016년 국정감사장에 나가 증언했다. 조선소 사내협력사는 불법파견이라 했다"며 "국회에서 지적이 있었기에 노동부에서 조사를 하는데, 우리가 볼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노동부는 당시 일하고 있던 5개 협력사를 소개 받아서 조사했다. 원청에서 일을 받아서 하고 있던 업체가 어떻게 '불법'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또 그는 "2014년에도 노동부가 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방식이었는데 작성해서 원청에 그것을 내라고 했다"며 "우리 이름이 적혀 있는 조사서를 원청에 내면서 불법이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노동부에서 조사를 나오기 한 달 전부터 교육을 받았다. 원청 관계자가 나와서 없앨 서류를 알려주는 등 교육을 시킨다"며 "그런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조사를 하는데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공정위, 피해자 이야기 듣지 않고 있어"

때문에 이들은 이번 공정위 조사도 우려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에 조사를 해달라는 요구를 하청업체들이 했는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공정위가 하는 조사 형태를 보면 공정위가 조사를 나갈테니 원청은 증거자료를 없애라는 형태와 같다"며 "우리는 조사를 똑바로 해달라는 것이다"고 했다.

피해 보상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청 60개사가 피해를 보았다고 해서 공정위에 조사 요구를 했다. 그렇다면 조사 이후 피해 보상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아무런 말이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원청이 조사를 앞두고 증거자료를 없앴거나 없앨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며 "피해자의 말을 먼저 듣고 나서 원청에 가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조선3사는 과거 과다저가수주를 해왔다. 조선3사가 과열이 심하다 보니 그랬다. 우리 끼리 왜 그랬는지 말이다"며 "대신에 원청은 협력업체의 인건비를 깎는 방식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서 '부당한 하도급 거래'로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 하청업체들은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과 함께 오는 20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 21일 공정거래위원회 앞 집회를 열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조선소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11월 들어 거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선소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11월 들어 거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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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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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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