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은 올 시즌에도 크게 변함이 없었다. 규정 타석에 진입한 타자들 가운데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30명이 넘었고, 20+홈런 타자도 35명에 달했다. 반면, 한 시즌 동안 꾸준하게 활약하는 토종 선발을 찾기 어려웠다.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 17명으로, 토종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0명밖에 없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2점대 ERA 선발' 린드블럼이었다.

그는 오는 19일 르메르디앙 서울 다빈치볼룸에서 열리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린드블럼은 평균자책점 부문 타이틀 홀더로서, '규정이닝 소화 또는 개인 부문별 순위 10위 이내 진입'이라는 후보 자격 조건을 충족했다. 더 나아가서,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많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타고투저 시대에서 MVP 후보로 꼽히는 선수들 역시 대부분 타자들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린드블럼은 사실상 유일한 투수 출신의 MVP 후보다. 정규시즌 26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5이닝 미만을 소화한 경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타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리그의 특성에 흔들리지 않았던 모습은 기자단에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시리즈에서의 아쉬움, 정규시즌 MVP로 달랠 수 있을까

KBO리그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은 올 시즌에도 크게 변함이 없었다. 규정 타석에 진입한 타자들 가운데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30명이 넘었고, 20개 이상의 홈런을 생산한 타자도 35명에 달했다. 반면, 한 시즌 동안 꾸준하게 활약하는 토종 선발을 찾기 어려웠다.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 17명으로, 토종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0명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선발 투수,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다. 올 시즌 26경기 168.2이닝을 소화, 15승 4패 ERA 2.88로 평균자책점 부문 1위(2.88), 다승 부문 2위(15승) 등 주요 기록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발 투수는 리그에서 린드블럼이 유일하다. 가장 압도적인 선발 투수였다.

다만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에이스답지 못한 투구를 보여줬다. 1차전 선발 등판과 6차전 구원 등판에서 부진했다. 시리즈 첫 경기 등판에서는 6.1이닝 동안 피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실점을 기록하는가 하면, 6차전 9회초 구원 등판에선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은 이후에 최정에게 통한의 솔로포를 허용했다. 분위기를 상대팀에 넘겨주면서 눈앞에 다가왔던 6차전 승리를 놓쳤고,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승보다 기쁜 것이 없지만,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기회가 남아있다. 바로 MVP다. MVP와 신인왕 투표는 지난 달 15일과 16일 이틀간 진행돼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직전에 이미 투표가 마감됐다. 한국시리즈 성적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만큼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의 활약이 포함됐다면 박병호, 양의지에게 점수가 분산될 수도 있으나 그럴 상황은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또한, 정규시즌 린드블럼의 투구를 평가할 때 딱히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정규시즌 1위 팀을 이끈 에이스로서 공헌도 또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시즌 개막 전, 두산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선발진이었는데 후랭코프와 함께 33승을 합작하면서 우려를 스스로 불식시켰다. 오히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시절보다 더 나은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린철순'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무나 달성할 수 없는 2점대 ERA, MVP 받아도 충분한 성적

올해 MVP 경쟁은 사실상 두산의 집안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린드블럼을 비롯해 김재환, 양의지도 MVP 수상을 노린다. 린드블럼 못지않게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고 두 선수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다. 김재환의 경우 44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이 됐고, 양의지는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리그 최고의 포수임을 입증했다.

여기에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는 KBO리그 최초 3년 연속 40홈런, OPS 부문 1위 등을 앞세워 2013년 이후 5년 만의 MVP에 도전한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다 치르지 못했으나 타율 1위로 시즌을 마감한 김현수(LG 트윈스), '최다안타 1위'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등도 이번 투표에서 점수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VP를 받을 정도로 임팩트를 남긴 선수는 많지 않았다.

마운드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세이브왕' 정우람(한화 이글스), '홀드왕' 오현택(롯데 자이언츠), '탈삼진왕' 샘슨(한화 이글스) 등이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린드블럼을 뛰어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린드블럼만큼의 활약을 보여주거나 팀 성적이 어느 정도 받쳐주면서 좋은 기록을 남겼다면 경쟁이 가능할텐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 적어도 투수들 중에선 린드블럼이 최다 득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타고투저 시대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MVP를 받을 자격이 있다. 포지션과 관계없이 외국인 선수가 연말 시상식 투표에서 많은 득표 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냉정하게 기록만 보고 선수들을 평가할 때 린드블럼과 같은 기록을 남긴 선수가 MVP를 받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2승을 기록했던 2016년 니퍼트(당시 두산, 2.95)보다도 평균자책점이 낮다.

나름 오랫동안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기량이 발전한 것도 눈에 띈다. 2015년~2017년 롯데에서의 3년과 비교해보면 많은 게 달라지기는 했어도 린드블럼 자신이 잘하지 못했다면 이런 결과가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팀 입장에서 얻은 게 많은 시즌이기도 했고, 팀을 옮긴 린드블럼으로서도 과정, 결과 면에서 모두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이제, 올해 그에게 남은 것은 MVP 수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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