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불운에 시달렸던 뉴욕 메츠의 투수 제이콥 디그롬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제이콥 디그롬은 15일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에서 발표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 29표, 2위표 1표를 얻어 워싱턴의 맥스 슈어저, 필라델피아의 애런 놀라를 제치고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디그롬의 이번 시즌은 험난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4월까지 3승 무패 2.06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타선이 터지지 않는 경우에는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며 패는 면했다.
 
하지만 이후 디그롬의 불운은 시작되었다. 8이닝 2실점을 기록한 뉴욕 양키스전,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벡스 전에서 연이어 패배를 기록했다. 디그롬이 나오는 날만 되면 타선은 약속한 듯이 침묵했다.
 
이후에도 같은 패턴은 이어졌다. 디그롬은 호투를 펼치고도 쉽게 승수를 쌓지 못했다. 전반기 19경기에서 15경기 퀄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그가 올린 승수는 5승 4패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방어율이 단 1.68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올스타전을 치르고 돌아온 디그롬은 후반기에도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연속 퀄러티 스타트 행진을 24경기까지 늘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승보다 패가 많았다. 9월 21일 펼쳐졌던 워싱턴 내셔널스 경기 이전에는 8승 9패를 기록하며 10승 달성이 어려워 보였다.
 
다행히 디그롬은 남은 2경기에서 2승을 추가했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8이닝 2피안타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마침내 10승을 달성했다. 그의 최종 기록은 10승 9패 방어율 1.70 완벽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217이닝을 소화했고, 탈삼진 개수는 무려 269개였다. 다승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디그롬의 성적 상승 비결에는 변화구가 좋아졌다는 부분에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 전문 통계 매체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디그롬은 지난 시즌에 비해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모든 변화구의 구속이 약 1.5마일정도 상승했다. 구속이 상승함에 따라 피안타율이 떨어졌다. 특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불과 0.187과 0.137에 불과했다.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디그롬은 사이영상 수상을 시즌 후반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바로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의 존재 때문이었다.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노렸던 슈어저는 이번 시즌 18승 7패 2.53의 방어율, 30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전혀 밀릴 것이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역대급 시즌을 보낸 디그롬을 넘을 수는 없었다. 올 시즌 디그롬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보스턴에서 활약하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전성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디그롬은 남들보다 뒤늦게 출발했다. 커쇼와 같은 나이인 디그롬은 2014 시즌 메이저리그에 처음 발을 디뎠고 그 해 신인왕을 수상하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순조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만 30세가 되는 이번 해에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템파베이 레이스의 투수 블레이크 스넬이 차지했다. 스넬은 이번 시즌 21승 5패 1.89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닝 소화력이 180.1이닝밖에 안되면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렌더에게 밀릴 뻔 했지만, 20승과 1점대 방어율이라는 부분에서 임팩트가 컸다. 또한 벌렌더와 비교했을 때 방어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34경기를 소화하며 16승 9패 2.52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벌렌더는 이번에도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사이영상과 MVP까지 싹쓸이한 2011시즌 이후 벌렌더는 3번이나 사이영상 투표 2위를 기록하는 불운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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