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 영화 포스터

▲ <해피 투게더> 영화 포스터 ⓒ 골든스토리픽처스


영화 <해피투게더> 중 나이트클럽에서 색소폰을 불며 생계를 유지하는 석진(박성웅 분)은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만큼은 아들 하늘(최로운 분)로 인해 누구보다 행복하다. 아들의 소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순둥이 아빠지만, 가난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색소폰을 배우는 건 결사반대한다. 하늘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음악선생 달수(권해효 분)는 그런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이트클럽 사장은 석진이 매상에 도움을 못 주자 색소폰 연주자를 화려한 반짝이 의상을 자랑하는 영걸(송새벽 분)로 바꿔버린다. 실업자가 된 석진 앞에 집을 나간 아내가 진 거액의 사채를 받기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나타난다. 석진은 아내의 빚을 갚고자 하늘과 함께 어촌으로 가 고기잡이배를 탄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으로 영걸이 찾아오게 된다.

영화에서 '음악 천재'는 꾸준히 사랑을 받는 소재다. 일본에선 <신동>이 유명하다면 중국은 <투게더>가 있다. 유럽으로 건너가면 <비투스>가 떠오르고 할리우드에서는 <어거스트 러쉬>가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파파로티>가 관객과 만났다.

박성웅·송새벽·권해효의 안정적인 연기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골든스토리픽처스


영화 <해피 투게더>도 음악 천재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음악 천재만 조명하진 않는다. 영화는 무명을 면치 못 하는 색소폰 연주자 성웅, 아빠를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로 생각하는 하늘, 예술보다는 돈을 우선하는 '생계형 딴따라' 영걸을 주인공으로 삼아 만년 엑스트라인 인물들이 인생의 멋진 무대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연출을 맡은 김정환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따뜻함과 재미를 갖춘 작품에 매력에 빠졌다"면서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평소 생각과 일치하여 연출 제의를 수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

보통 음악 천재를 다룬 영화에선 능력을 이끌어 주는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해피 투게더>에선 아버지 격인 인물이 세 사람 나온다. 석진은 아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아버지다.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 박성웅은 <신세계>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 '센 캐릭터'로 분했다. 올해도 <물괴>와 <안시성>에서 악역을 맡았다.

배우 박성웅은 <해피 투게더>를 "실제로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따뜻한 아버지라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곧 개봉을 앞둔 코미디 영화 <내 안의 그놈>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골든스토리픽처스


영걸은 석진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아버지다. 배우 송새벽은 영걸의 능청스러운 말투와 과장된 몸짓을 훌륭히 소화하여 그만의 인물로 완성했다. 그는 "예전부터 가족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면서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영걸 역할에 욕심이 나서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하늘에게 색소폰을 가르쳐준 달수는 '음악'의 아버지다. 맡은 작품마다 특유의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권해효는 석진에겐 든든한 형이자 하늘에겐 근사한 음악선생인 달수 역으로 극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해피 투게더>는 극에서 하늘이 연주하는 곡 <대니 보이>를 통해서도 '아버지'의 이야기란 사실을 강조한다. <대니 보이>는 1913년에 나온 아일랜드의 포크송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애틋한 심경을 곡에 담았다.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사랑 노래는 <해피 투게더>에 석진, 영걸, 달수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배우들의 열연와 색소폰 연주가 묘미, 다소 진부한 제목은 아쉬워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골든스토리픽처스


색소폰은 <해피 투게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영화에서 음악은 극의 웃음과 눈물을 주고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은 색소폰이다. 김정환 감독은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지닌, 우리의 보편적인 따스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색소폰에서 특별함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영화 속엔 석진, 하늘, 영걸이 멋지게 색소폰을 부는 장면을 하나씩 넣었다.

마지막은 성인으로 성장한 하늘 역을 맡은 배우 한상혁이 장식한다. 실감나는 색소폰 연주는 배우들이 몇 개월 동안 연습을 몰두하였기에 가능했다. 김정환 감독은 마지막 연주 장면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마술적인 효과를 덧붙여 감동을 배가한다.

<해피 투게더>의 장점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서사, 음악 장면에서 들려오는 색소폰의 소리, 배우들의 호흡과 열연이다. 다만 장점 만큼 단점도 많다. 이야기에서 억지스러움과 우연성은 빈번하기 짝이 없다. 몇몇 인물은 극의 편리한 전개와 웃음 유발을 위해 기능적으로 사용된 측면도 있다.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해피 투게더> 영화의 한 장면 ⓒ 골든스토리픽처스


제목은 가장 큰 아쉬움을 남긴다. 왕가위 감독의 유명한 영화 제목이자 우리나라에서도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도 사용된 바 있는 <해피 투게더>를 선택한 것. 제목을 고른 이유에 대해 김정환 감독은 "많이 알려진 제목인데 그 익숙함에 무게를 뒀다"며 "한쪽에 치우친 감정보다는 여러 가지 감정을 같이할 수 있는 바람에서 정했다"고 배경을 털어놨다.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해피 투게더>란 제목은 영화에 진부한 이미지만 더한다. 영화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다른 제목을 붙였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무방비 도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좋은 친구들> <순수의 시대> <차이나타운> <로마의 휴일>을 잇는, 한국 영화의 안일한 제목 계보에 또 한 편이 추가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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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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