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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에 선홍빛으로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 지난 봄 노란 산수유 꽃으로 돌담과 산골마을을 화사하게 수놓았던 그 나무다.
 가을햇살에 선홍빛으로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 지난 봄 노란 산수유 꽃으로 돌담과 산골마을을 화사하게 수놓았던 그 나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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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동이 지나고, 소설이 다가온다. 가을도 이제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을의 뒤태는 여전히 현란하다. 단풍으로 물든 산하는 마지막 화염을 불태우고 있다. 하얀 손 흔드는 억새와 바람에 춤을 추는 갈대도 애틋하다. 칠면초가 활짝 핀 갯가, 주홍빛 단내를 머금은 곶감이 익어가는 산골 마을 풍경도 아름답다.

산자락이 빨갛게 물든 지리산 기슭의 구례 산수유마을로 간다. 지난 봄날, 왕관처럼 생긴 노란 산수유 꽃으로 수 놓였던 마을이다. 지금은 산수유나무가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다.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는 구례 현천마을 풍경. 지난 11월 10일 오후다.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는 구례 현천마을 풍경. 지난 11월 10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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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마을의 늦가을 풍경.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내에 은행잎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현천마을의 늦가을 풍경.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내에 은행잎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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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는 조그맣게, 빨갛게 익어간다. 크기가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하거나 그보다 조금 작다. 흡사 루비처럼 생겼다. 이 열매가 지리산 단풍이 진 자리에서 빨간 선홍 빛깔로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강렬하면서도 애잔하다.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멋을 뽐내고 있다.

산수유 열매 수확도 한창이다. 산수유 열매는 벼 수확이 끝날 무렵 익기 시작한다. 수확은 11월 말까지 계속된다. 지난봄 산수유꽃의 자태에 취한 도회지 연인들이 밀어를 속삭이던 그 돌담길에서, 지금은 산골 마을 사람들이 산수유를 따느라 부산하다.
  
겨울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까던 그 열매
 
마을 주민이 산수유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 검은 그물망이 펼쳐져 있다.
 마을 주민이 산수유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 검은 그물망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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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에 떨어져 있는 산수유 열매. 이파리를 날리고 열매만 솎아낸다.
 그물망에 떨어져 있는 산수유 열매. 이파리를 날리고 열매만 솎아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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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는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한다. 일손이 많이 들어간다. 산수유나무 아래에 벼나 콩 같은 것을 말릴 때 쓰는 그물망을 깔아놓고 긴 대로 나뭇가지를 때려 열매를 털어낸다.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서 흔들어대기도 한다. 마치 우박이라도 쏟아지듯, 지리산이 품은 빨간 보석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파리를 빼고 열매만 솎아내는 것도 일이다. 예전엔 손으로 골라냈다. 지금은 농약살포기 같은 것으로 바람을 일으켜 이파리를 날리고 열매만 골라낸다. 열매의 씨앗을 빼는 일은 기계로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씨앗을 하나하나 손으로 발라냈다. 긴긴 겨울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했다.
  
산수유 과육. 보기에 달고 맛있게 생겼다. 하지만 떫고 신 맛을 낸다. 우리 몸에 더 좋다.
 산수유 과육. 보기에 달고 맛있게 생겼다. 하지만 떫고 신 맛을 낸다. 우리 몸에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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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씨앗. 열매에서 골라낸 씨앗이 마치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산수유 씨앗. 열매에서 골라낸 씨앗이 마치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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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사람들은 그렇게 까서 판 산수유로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다. 산수유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다. 그때는 산수유 값이 좋아서 가능했다. 지금은 재배면적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지리산골에서 이어온 산수유 농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4년 전, 2014년의 일이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산골 마을 주민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심은 산수유나무였다. 마을 어귀는 물론 산등성이, 돌담길, 논두렁밭두렁에 심은 산수유 재배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고유의 삶과 문화를 만들었다.

지난해 말 구례의 산수유 재배면적은 300㏊. 재배농가는 1400여 가구에 이른다. 생산량은 전국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마을 풍경. 지난 11월 10일 구례 현천마을이다.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마을 풍경. 지난 11월 10일 구례 현천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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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지붕 위에도 선홍빛 산수유 열매가 매달려 있다. 지난 11월 10일 오후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이다.
 함석지붕 위에도 선홍빛 산수유 열매가 매달려 있다. 지난 11월 10일 오후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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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는 우리 몸에 좋다. 갖가지 유기산과 비타민이 풍부한 산수유는 건강식품이다. 당뇨와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신장계통에 좋다. 원기를 보충해 주고, 강장제로도 활용된다. 여성들의 건강과 미용에도 좋다.

산수유는 떫고 신맛을 낸다. 대개 술로 담그거나 차로 끓여 마신다. 차는 한두 시간 달여서 마신다.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첨가하기도 한다. 감초 등 다른 약재와 섞어 끓이기도 한다. 술로 담글 때는 다른 과실주와 매한가지다. 씨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담근다. 나중에 열매를 빼고 술만 마신다.
  
선홍빛 산수유가 익어가는 마을. 바닥에 수북한 노란 은행잎과 대비를 이뤄 더 아름답다.
 선홍빛 산수유가 익어가는 마을. 바닥에 수북한 노란 은행잎과 대비를 이뤄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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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숲길에서 만나는 소나무. 수령 300년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리산 천은사 숲길에서 만나는 소나무. 수령 300년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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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늦가을 여행법

산수유마을을 둘러본 뒤에 가볼 만한 곳도 여러 군데다. 지리산이 품은 소박한 절집 천은사가 가깝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배경지였다. 감로수가 있다고 감로사(甘露寺)였다. 스님이 구렁이를 잡은 뒤로 샘이 숨어버렸다고, 천은사(泉隱寺)가 됐다.

그 뒤로 불이 자주 났다. 동국진체의 완성자인 원교 이광사가 물이 흐르는 듯한 글씨체로 '지리산 천은사'를 써서 현판을 건 뒤로 화재가 잠잠해졌다는 절집이다. 절집 옆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소나무 숲길도 멋스럽다. 300살 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지리산이 품은 옛집 쌍산재. 최근 전라남도의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지리산이 품은 옛집 쌍산재. 최근 전라남도의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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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오산 중턱에 들어앉은 사성암. 전각이 본디 자연과 하나이듯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례 오산 중턱에 들어앉은 사성암. 전각이 본디 자연과 하나이듯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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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라남도의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쌍산재도 좋다. 200년 된 옛집을 둘러싼 1만6500㎡의 정원을 품고 있다. 사랑채와 안채, 바깥채, 사당 그리고 장독대가 올망졸망하다. 비밀의 정원으로 이어주는 대나무와 차나무 어우러진 길, 동백나무 터널이 멋스럽다. 곡식이 나지 않는 춘궁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곡식을 채워둔, 안채에 딸린 나눔의 뒤주도 애틋한 옛집이다.

절벽 위에 들어앉은 암자 사성암의 늦가을 풍경도 아름답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구례읍내 풍경이 아늑하다. 꽃으로 그린 환상적인 그림, 압화를 만날 수 있는 구례압화박물관도 좋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뱀사골로, 정령치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늦가을 여행법 가운데 하나다. 
 
구례 압화박물관에서 만난 압화작품. 물기를 뺀 식물로 표현한 작품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구례 압화박물관에서 만난 압화작품. 물기를 뺀 식물로 표현한 작품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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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수유나무, #산수유, #쌍산재, #천은사,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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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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