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내년에도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는 13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 시즌 종료 후 퀄리파잉 오퍼를 제안 받은 7명의 선수 중 류현진이 유일하게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를 최종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퀄리파잉 오퍼란 FA선수에게 원소속구단이 우선적으로 1년 재계약을 제시할 수 있는 조항으로 류현진은 지난 3일 다저스로부터 1790만 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 받았다.

이미 KBO리그에서 7년을 활약했고 미국 진출 당시 다저스와 6년 계약을 맺은 류현진으로서는 다시 FA 자격을 얻는 것이 결코 흔한 기회가 아니다. 특히 올 시즌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 넘게 결장했음에도 7승3패 평균자책점 1.98이라는 호성적을 올리며 FA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류현진은 미래가 불투명한 모험보다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또 한 번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FA 재수'를 선택했다.

가장 익숙한 LA와 다저스타디움 마운드, 떠날 이유 없었다
 
류현진, 한국인 첫 MLB 포스트시즌 '1선발' 등판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1회 선발 투구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건 류현진이 최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 ⓒ EPA/연합뉴스


류현진은 올 시즌 부상으로 빠져 있던 기간을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무엇보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괴물 투수들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코 흔한 기록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80이닝 이상 던지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양 대 리그 사이영상이 유력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1.70)과 브레이크 스넬(템파베이 레이스,1.89), 그리고 류현진뿐이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다저스 잔류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 상위 연봉 125명의 평균으로 결정되는 내년 퀄리파잉 오퍼 연봉 규모는 1790만 달러. 이는 지난 6년 간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받은 평균 연봉(600만 달러)보다 약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내년이면 만 32세가 되는 류현진이 연 1790만 달러의 연봉을 보장 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제 류현진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도 챙겨야 할 가장이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FA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다저스에 이듬해 신인 지명권을 내줘야 한다. FA를 내주는 원 소속구단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게다가 류현진은 2015년 선수생명을 걸고 어깨수술을 받은 후 아직 확실한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부활을 확인했지만 다른 구단에서 보면 류현진은 여전히 부상 위험이 내제된 리스크가 큰 투수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류현진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구단이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 겨울에도 마이크 무스타커스(밀워키 브루어스), 랜스 린(뉴욕 양키스) 같은 선수들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호기롭게 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단년 계약에 그친 바 있다. 구단이 늦게 정해지면 그만큼 시즌을 준비할 기간이 줄어들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류현진이 느끼는 다저스 구단, 그리고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대한 익숙함이다. 류현진은 올해 홈경기에서 5승2패1.15의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통산 홈 성적도 18승13패2.85로 원정성적(22승15패3.56)을 능가한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마운드를 놔두고 굳이 새로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다저스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내셔널리그의 대표적인 강 팀이다. 

류현진은 시즌 중에도 이미 여러 차례 다저스 잔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6년을 함께한 LA,그리고 다저스 구단에 대한 애정은 퀄리파잉 오퍼 수락으로 이어졌다.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했다고 해서 류현진의 'FA대박'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류현진이 내년 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2013, 2014 시즌의 성적을 회복한다면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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