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은 SK 와이번스의 승리로 끝났다. SK 와이번스는 이제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SK 김성현 선수의 '누의공과'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누의공과란 '볼 인 플레이 때 주자가 진루 또는 역주하면서 각 베이스를 밟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행위'다. 김성현은 팀이 0-1로 끌려가던 7회말 1타점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때 김성현이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2루를 제대로 밟지 않고 3루로 달렸다는 것. 이는 리플레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고 방송을 본 누리꾼들이 이를 지적했다.
 
추격하는 SK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7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SK김성현이 1타점 동점 3루타를 친 뒤 슬라이딩하고 있다. 2018.11.10

▲ 추격하는 SK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7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SK김성현이 1타점 동점 3루타를 친 뒤 슬라이딩하고 있다. 2018.11.10 ⓒ 연합뉴스

 
상대 팀인 두산 벤치 쪽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별다른 어필이 없었기에 경기는 그냥 진행되었다. 야구 규칙 상 누의공과는 수비 팀의 어필이 나와야 아웃으로 인정된다.

이처럼 상대 벤치의 어필이 있으면 주자가 아웃되는 것을 '어필 플레이'라고 한다. 누의공과와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어필 플레이는 리터치다. 희생플라이 상황에서 플라이 볼이 잡힌 뒤 주자는 본래의 베이스를 리터치(다시 밟기) 하고 다음 베이스로 달려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뜬공 상황에서 주자는 반드시 플라이 볼이 잡히고 난 뒤 진루할 수 있다. 그러나 수비수가 포구하기 전에 주자가 리터치를 했을 경우 수비팀 벤치가 하면 주자가 아웃된다. 

선수가 누의공과와 리터치를 신경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긴급한 상황에선 프로 선수들도 실수하기 마련이다. 득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실수는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필 플레이는 자연스럽게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국제대회에서나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두산 김승회 '아쉽다'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8회말 SK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가 볼넷으로 SK에게 1점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11.10

▲ 두산 김승회 '아쉽다'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8회말 SK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가 볼넷으로 SK에게 1점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11.10 ⓒ 연합뉴스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한민국 vs. 중국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한민국과 중국의 맞대결 당시 우천 순연으로 경기가 하루 지연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약체로 평가받는 중국을 상대로 대한민국은 승부치기까지 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승부치기 상황에서 중국의 3루 주자가 리터치 실수를 범했다. 뜬 공이 잡히기도 전에 먼저 출발한 것이다. 한국 벤치의 어필로 득점이 무효가 됐고, 이후 이승엽의 결승타가 나와 대한민국은 극적으로 1-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3루 주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승리였던 셈이다.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의 사라진 홈런 

반대로, 어필 플레이 때문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2006년 이승엽은 지바 롯데 마린스의 선발 와타나베 슌스케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1루에 있던 선행주자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고 홈으로 들어왔다. 마린스는 곧바로 3루심에게 어필했고, 이를 받아들인 심판은 오제키의 아웃을 선언했다. 게다가 2사 후인 상황이었기에 오제키가 아웃되면서 득점 인정도 되지 않았다. 두 점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이승엽의 홈런 기록도 단타로 수정된, 어이없는 일이었다.

다시 한국시리즈로 돌아와 보자. 결국 SK는 4-1 역전승을 거두고 5차전을 가져갔다. 김성현의 적시타가 역전의 발판이 됐다. 누의공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필하지 않은 두산의 명백한 실수였다. 만약 어필했다면 두산은 리드를 유지했을 것이고, 경기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두산은 5차전 패배로 시리즈 전적 2승 3패를 기록, 벼랑 끝에 몰렸다. 한 차례의 아쉬운 어필 플레이가 가져온 나비효과, 과연 두산이 이를 극복하고 승부를 7차전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8기 김태형
야구 KBO 누의공과 리터치 어필플레이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