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인 지난 7일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크르베나 즈베즈다전은 리버풀에 올시즌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손꼽힐 경기였다.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원정에서 0-2의 충격패를 기록했다. 리버풀은 이 패배로 UCL 16강 진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리버풀의 경기 내용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갔음에도 23개의 슈팅 중 4개의 유효슈팅에 그치는 등 공격력 부진이 심각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상당히 실망스러운 경기였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한 술 더 떠 즈베즈다의 공격수 밀란 파브코프는 이 경기 이후 "리버풀은 쉬운 상대였다"면서 "집 밖을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리버풀에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패배였다.

리버풀이 즈베즈다전 이후 맞이한 풀럼과의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경기. 만일 이 경기에서도 승점을 놓치게 된다면 그동안 리버풀을 괴롭혔던 '의적 본능'(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하다는 뜻)이 또 한번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최근 경기력이 내려간 모습이 눈에 띄는 리버풀의 현 상황도 맞물려 있어 어떻게든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역시 홈에서 리버풀은 강했다. 2017년 4월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안 필드에서 26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온 리버풀은 최하위 풀럼을 상대로 높은 볼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면서 풀럼을 압도했다. 리버풀은 결국 2-0의 승리를 거두고 주중 즈베즈다전 충격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안 필드에서 무패 행진을 27경기로 늘렸다.

활약이 빛난 알리송과 샤키리

높은 볼 점유율 속에 득점 기회를 만들어 간 리버풀이었지만 득점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세르단 샤키리 등이 풀럼의 골문을 노렸으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혹은 풀럼의 세르히오 리코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수비불안이 발생하며 전반 20분 이후부턴 풀럼이 서서히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리버풀 수비진의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며 미트로비치의 헤딩을 막지 못했고 이 볼을 받은 풀럼의 라이언 세세뇽은 드리블로 조 고메즈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아쉽게 이 볼은 골문을 벗어났지만 리버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어 전반 40분에는 톰 케어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볼을 풀럼 선수가 헤딩슛으로 득점을 터뜨렸지만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리플레이 확인 결과 케어니가 크로스를 올리는 과정에서 리버풀의 앤드류 로버트슨과 풀럼 선수들의 위치가 동일선상으로 나오면서 논란의 여지를 만들 장면이 됐다.

여기서 리버풀 알리송 골키퍼의 판단이 빛났다. 빠르게 경기를 진행하라는 동료 피르질 판 다이크의 제스처를 확인한 알리송은 빠르게 공격을 진행했다. 알리송 골키퍼가 전달한 볼은 알렉산더 아놀드를 거쳐 살라에게 연결되었고 살라는 이 역습과정에서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키며 1-0 리드를 가져갔다.

알리송 골키퍼의 판단이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빠르게 가져가지 않고 템포를 죽였다면 풀럼의 전열이 정비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 전반 20분 이후부터 이때까지 풀럼이 조금식 공격기회를 만들어가는 등 풀럼에도 득점기회가 조금씩 찾아오고 있었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전반을 0-0으로 마쳤다면 리버풀은 조급해지고 풀럼에 카운터 어택을 맞을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알리송 골키퍼의 공격 전개과정은 상당히 빛났다. 물론 주심의 시그널을 인지한 판 다이크의 사인도 컸다. 하지만 그것을 캐치하고 직접 공격전개를 이끈 알리송 골키퍼의 결단이 없었다면 선제골이 나오지 못했을 상황이었다. 결국 이 빠른 역습에 전열이 흐트러진 풀럼은 리버풀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실점을 허용했다. 풀럼은 이후 더 이상의 경기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공격에선 샤키리의 활약도 돋보였다. 리버풀의 공격은 살라-피르미누-마네로 이어지는 '마누라' 조합이 돋보인다. 지난 시즌 3명의 선수는 공식 경기에서 91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이 기록한 득점에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이들은 그러면서 리그 4위, UCL 준우승을 이룩하는 데 공헌했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의 모하메드 살라 ⓒ 연합뉴스/EPA


다만 이번 시즌 이 세 선수의 활약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스텟은 그래도 준수하지만 경기력이 지난 시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리버풀엔 타격이 크다. 클롭 감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하면서 살라를 1톱에 배치하고 샤키리, 애덤 랄라나 등을 투입하면서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고자 했다. 하지만 랄라나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클롭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샤키리는 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풀럼과의 경기에서 샤키리의 활약은 빛났다. 선발로 출전한 샤키리는 오프더볼 능력과 센스를 발휘함과 동시에 중앙에서 볼을 소유하며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의 견제를 뚫어내며 공격찬스를 만들어낸다. 샤키리는 이런 능력을 통해 리버풀의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또한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샤키리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공격에서 수비전환시 빠른 수비 포지셔닝을 보여주면서 1차 압박도 잘 해냈다.

이러한 샤키리의 활약은 승리의 쐐기를 박는 골로 이어졌다. 1-0으로 앞선 후반 8분 왼쪽에서 로버트슨이 길게 올려준 크로스가 샤키리에게 이어졌고 샤키리에 대한 풀럼 수비의 마킹이 허술하자 샤키리는 아무런 방해 없이 왼발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은 샤키리의 올 시즌 2번째 골이었는데 이 골을 포함해 샤키리는 최근 6경기에서 2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 벤치멤버로 활약한 설움을 최근 선발출전을 통해 공격포인트로 풀고 있는 샤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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