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돌아온 SK 와이번스가 홈런군단으로서의 위용을 뽐내며 3차전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7일 오후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3차전에서 선발 투수 켈리의 호투와 멀티포를 터뜨린 로맥의 활약에 힘입어 7-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에서 우위를 점한 SK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2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장타가 한 개밖에 없었던 2차전과 달리 3차전에서는 1회말부터 장타를 터뜨리며 두산을 괴롭혔다. 경기 중반 야수들의 잔실수가 연이어 나오면서 한때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위기 상황을 잘 넘어가면서 끝까지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타선에서 터지는 홈런으로 점수 차를 벌렸고 마운드 쪽에서는 선발 투수 켈리와 셋업맨 김태훈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승리 거둔 SK 선수단 7일 오후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2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단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승리 거둔 SK 선수단 7일 오후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2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단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유준상


선발 켈리의 역투, 3차전 승리의 원동력

1회초 SK 선발 켈리는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8개의 공을 던진 끝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후 정수빈을 뜬공으로 처리했고, 박건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손쉽게 1회초를 출발했다. 두산은 2차전에서 7득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었지만, 경기 초반부터 뛰어난 구위를 선보인 켈리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SK 타자들이 곧바로 켈리의 호투에 응답했다. 1회말 1사 1, 2루에서 로맥이 큼지막한 3점포를 터뜨리며 확실하게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회말에도 한동민의 내야 안타로 추가점을 뽑아냈다. 많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의미가 있었다. 반면, 두산 타자들은 타순이 한 바퀴를 돌면서 얻어낸 소득은 3회초 정진호의 볼넷이 전부였다. 두산 선발 이용찬이 1회말과 2회말 연속 실점을 허용하면서 SK가 초반 분위기를 잡았고, 1차전과 2차전에서 부진했던 두산 타자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SK 내야진이 흔들리던 5회초, 두산은 김재호와 오재원의 연속 안타로 두 점 차까지 따라붙는 데에 성공했다. 잘 던지던 켈리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6회초 1사 만루 위기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건우의 평범한 땅볼 때 2루수가 강승호가 범한 실책에서 비롯됐다. 앞선 경기를 치르면서 정규시즌보다 안정적이었던 수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SK 켈리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 내가 SK 켈리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켈리는 6회초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을 투수 땅볼로, 김재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본인의 힘으로 막아냈다. 20개의 공을 던진 7회초 역시 무실점을 기록한 켈리는 이날 7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줬다. 말 그대로 MVP급 활약이었다. 이후 8회말 로맥의 솔로포와 이재원의 투런포가 더해지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켈리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SK 불펜에서 김태훈, 정영일 단 두 명만 마운드에 올랐다. 남은 경기를 감안하면 조금 지칠 법한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취한 것은 큰 성과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SK가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더라도 크게 불리한 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승장 트레이 힐만 감독 7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종료 이후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승장 트레이 힐만 감독 7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종료 이후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유준상


구단 역사상 첫 업셋 우승 도전, 충분히 가능하다

8일 열릴 4차전에서는 두산 이영하, SK 김광현의 선발 매치업이 성사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SK전에서, 또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이영하를 4선발 카드로 택했다. 지난 9월 8일 같은 장소에서 이영하와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이 열렸는데, 당시 이영하가 6.1이닝 3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기록한 바 있다. 상대 기록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국 한국시리즈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야 하는 게 이영하의 과제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로테이션대로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했다. 정규시즌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4경기 2승 1패 ERA 1.99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는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두 경기에 등판해 썩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을 남겼다. 다만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지 않고, 올 시즌 김광현에게 홈런을 기록했던 김재환의 출전 여부가 부상 때문에 확실하지 않다. 현재로선 SK, 그리고 김광현이 좀 더 유리한 게 사실이다.

변수는 비 예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이 위치한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문학동에는 오후 내내 비가 내릴 예정이다. 강수확률이 90%에 육박하고 강한 바람도 예상돼 정상적인 경기 개시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천 취소로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날씨다. 이렇게 된다면 두산은 이영하가 아닌 린드블럼을 선발로 꺼내드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김광현은 일정이 미뤄져도 그대로 4차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가 기세를 몰아 4차전까지 잡는다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된다. 두산보다 트로피에 좀 더 가까워지는 셈이 된다. 무엇보다도, 구단 역사상 첫 업셋 우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2007년, 2008년, 2010년 모두 정규시즌을 1위로 마무리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올핸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겨우 넥센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에 상황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도, 우승이 간절한 팀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마지막 시리즈이기도 하고,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간절함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매 경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두산보다도 흐름이 더 좋다. 가을야구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선수들과 팬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SK, 먼저 2승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2-7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SK, 먼저 2승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2-7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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