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4일까지 인천 올림포스호텔에서 열린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 피칭 현장

1일~4일까지 인천 올림포스호텔에서 열린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 피칭 현장 ⓒ 인천다큐멘터리포트

 
지난 3일 인천 올림포스호텔에서 열린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 한국다큐멘터리피칭이 진행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기획 단계인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국내외 다큐 관계자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전날인 2일 아시아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다큐멘터리피칭보다 2배가 넘는 사람들이 모인 것도 한국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결과로 보였다.
 
한국다큐멘터리피칭을 향한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기획 단계의 작품들이 늦어도 2~3년 안에 주요 영화제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작인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 올해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 수상작인 박경근 감독의 <군대>와 특별 언급된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 경쟁에 올랐던 강상우 감독의 <김군> 등은 지난 수년간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서 공개되거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였다. 최근 개봉작이었던 문창용 감독의 <다시 태어나도 우리>, 이일화 감독의 <카운터스>,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 등도 마찬가지였다.
 
다큐멘터리 기획과 함께 제작이 끝난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마켓 기능을 하는 인천다큐멘터리포트는 행사가 열린 나흘(1일~4일) 동안 국내외 다큐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아시아와 한국에서 37편의 작품들이 공개되면서 투자·제작·배급쪽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4일 동안 총 13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행사는 큰 성황을 이뤘다. 국제공동제작에 대한 '알자지라'나 'NHK' 등 해외쪽 관계자들이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이 행사에 대한 비중 또한 늘어나고 있다.
 
수상작은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을 다룬 추적 다큐
 
가장 관심이 집중된 올해 한국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는 모두 8편을 선보였다. 기획 단계의 작품들에 주어진 시간은 15분씩이었다. 짤막한 작품 설명과 함께 그간 찍은 영상들을 보여주고 제작 투자 배급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다큐의 소재들은 한국전쟁의 상흔과 페미니스트의 선거 도전, 10대 청소년, 인도의 여자 아이스하키팀, 일본에서 산장에 짐을 가져다 주는 '봇카', 미군 위안부, 개인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작품 등으로 다양했다.
 
소재에 따라 국가별로 관심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인도의 고산지대 사막의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다룬 <사막의 얼음 위에서>에 대해 국내 관계자들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이스하키가 인기 종목인 북유럽 관계자는 "영화 개봉이 가능하고 굉장히 이미지가 좋다. 스토리텔링이 훌륭하다"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서 국내외 패널들이 피칭이 끝난 프로젝트에 질문하고 있다.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서 국내외 패널들이 피칭이 끝난 프로젝트에 질문하고 있다. ⓒ 인천다큐멘터리포트

 
작품별로 관심의 차이도 컸는데, 일본에서 봇카 일을 하는 두 사람을 조명하는 박혁지 감독의 <행복의 속도>는 완성 후 E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인데, '지금 한국에 필요한 다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방파제의 여자들>은 프로듀서와 공동제작 파트너를 찾는다며 관심을 요청했다. 개인의 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 <외길식당의 박강아름>은 해외에서도 상영이 가능한 소재라며 국내외 패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 소개된 프로젝트와 영화들은 심사를 거쳐 19개 부문에서 44편이 수상과 함께 지원을 받게 된다. 베스트 코리안 프로젝트(2500만 원)에는 허철녕 감독의 < 206 >이 선정됐다.
 
< 206 >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자들의 유해 발굴 문제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해산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전직 조사관들이 민간인 신분으로 유해 발굴 작업에 나선 것을 다큐팀이 따라 나선다. 부산영화제와 충남영상위원회 등에서 지원을 받아 한창 제작이 진행 중인데,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서도 지원작으로 선정 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늦어도 1~2년 안에는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완성작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프로젝트에 수상하는 다큐 스피릿 어워드에는 정재훈 감독의 < E.S.P. >가 선정됐다. < E.S.P >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실린 대한민국 10대 청소년들의 풍경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이고운 감독의 <방파제의 여자들>은 베스트 신인 프로젝트(1천만 원)에 이어 2천만 원의 제작지원금을 지원하는 콘텐츠판다상도 받았다.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 중인 미군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내용으로 국가범죄를 고발하는 영화다.
 
완성을 앞둔 영화를 소개하면서 후반 작업 등을 지원하는 러프컷 세일에는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꽃>이 선정돼 CGV 아트하우스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억지로 남한 시민이 된 북한 여성 김련희씨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다.
 
공개 피칭이 가장 공정
 
인천다큐멘터리포트 측은 "국내외 참가자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전문 마켓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하였음을 인정하면서 방문할 가치가 있는 귀중한 마켓이라며 호평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아시아의 수준 높은 프로젝트들이 보여준 작품성과 잠재력에 대해 칭찬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비즈니스 미팅 현장. 국내외 관계자들이 투자와 배급, 공동제작을 놓고 상당을 하고 있다.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비즈니스 미팅 현장. 국내외 관계자들이 투자와 배급, 공동제작을 놓고 상당을 하고 있다. ⓒ 인천다큐멘터리포트

 
국내 투자제작배급사 한 관계자는 "수년째 참석하고 있는데 올해는 소재도 다양해졌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관심 있는 작품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며 "기획단계라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으나 공동제작이나 투자를 하고 싶을 만한 흥미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천다큐멘터리포트 측에 따르면 올해 성사된 비즈니스 미팅은 역대 최대인 488건이었다. 예전에는 미팅 시간에 여유가 있었으나 올해는 여유가 없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또 다른 제작배급사 관계자는 "이전보다 발전하고 좋은 프로젝트들로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직접 투자하거나 공동제작에 관심 있는 작품이 있냐는 물음에는 "답하기가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여러 다큐의 제작과 연출에 참여한 한 다큐 감독은 "일반적으로 한국다큐멘터리피칭의 경우 10편의 프로젝트가 선정되는데 올해 8편이 선정됐다. 선정할 작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를 소재로 한 한국다큐들이 있는데, 그 나라에는 비슷한 소재들의 작품이 많다"면서 마냥 호평만 받을 행사는 아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 다큐피칭의 경우는 상금이 없고 투자자나 공동제작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상대를 찾기 위해 돈을 들여 찾아가는 편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프로젝트에 대한 수상과 상금이 연결돼 있어, 수상하지 못한 작품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아쉽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원금이 없으면 프로젝트들이 참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다큐멘터리의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15분이지만 피칭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들 중 지원을 못 받는 작품들은 허탈함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공개적으로 피칭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 참가한 국내외 관계자들 및 수상자들

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 참가한 국내외 관계자들 및 수상자들 ⓒ 인천다큐멘터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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