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또 한번의 여정을 시작한다. 지난 5일 벤투 감독은 17일과 20일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이번 2연전에 나설 26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엔트리 발표에서 새로운 얼굴을 대거 발탁하며 파격적인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부상으로 그동안 발탁되지 못했던 구자철을 비롯해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청용 등 경험 있는 선수까지 발탁되어 신구조화도 찾아볼 수 있었다.
 
벤투 감독, 호주 명단 선정 이유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호주 원정 평가전 명단 공개 회견에서 선수 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벤투 감독, 호주 명단 선정 이유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호주 원정 평가전 명단 공개 회견에서 선수 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평가전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원정으로 치뤄지는 첫 번째 평가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홈에서 2승 2무의 성적을 거두는 등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좋은 경기와 성적을 냈던 대표팀이 원정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그럼 이번 기사를 통해 26명의 엔트리가 발표된 벤투호 3기 엔트리에서 주목할 부분을 살펴보자.

이청용, '마지막 기회' 잡을 수 있을까?
 
이번 엔트리 발표에서 눈여겨 볼 선수는 이청용이다. 이청용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활약하던 당시 저조한 출전 기회에 태극마크와도 인연이 멀어져 갔다. 이청용은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구자철-이청용, 3기 벤투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왼쪽)과 이청용(보훔)을 포함시켰다.

▲ 구자철-이청용, 3기 벤투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왼쪽)과 이청용(보훔)을 포함시켰다. ⓒ 연합뉴스


이후 계약만료와 함께 크리스탈 팰리스를 떠난 이청용은 독일 분데스리가2 보훔으로 이적해 새롭게 출발했다. 초반에는 소속팀 적응 등으로 인해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한 경기 출전과 함께 최근 2경기에서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청용에겐 내년 아시안컵을 앞둔 현 시점에서 어쩌면 대표팀 승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달여 남은 아시안 컵도 중요하지만 길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있는 벤투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서 4년 후면 만 34세가 되는 이청용이 월드컵 엔트리에 합류할지는 지금으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어쩌면 이번 아시안 컵이 태극마크를 달고 치르는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합류한 현 상황은 이청용에겐 유리한 상황이다. 2선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이재성, 이승우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번 평가전 엔트리에서 탈락한 가운데 발탁된 이청용의 이번 평가전 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여기에 오른쪽 윙뿐 아니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도 이청용에겐 큰 장점이다.

여기에 더해 이청용은 최근 2경기에서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찬스 메이킹과 축구센스, 패싱력이 올라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측면에서 풀백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한 공격루트 양산과 득점력이 빼어난 황의조가 버티고 있는 공격진에 양질의 패스공급으로 득점기회 창출 역시 기대해볼 수 있다.

4년 후까지 내다보는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눈여겨 볼 부분은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거 발탁된 점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8월 부임한 이후 9월과 10월 A매치에서 러시아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활약한 선수, 아시안 게임 멤버, K리그 관전을 통해 직접 뽑은 선수(9월 A매치 제외)로 구성해 왔다. 여기서는 러시아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왔는데 이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아시안컵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은 아시안 게임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대표팀 승선이다.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에서 김문환, 황인범, 송범근을 발탁한 데 이어 10월 A매치에선 이진현, 그리고 이번 11월 A매치에선 김정민, 나상호를 새롭게 발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그 전에 대표팀에 뽑힌 손흥민, 조현우, 김민재, 황의조, 이승우 등은 제외).

지난 4번의 A매치에서 황인범은 4경기 모두 출전해 지난 파나마전에선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고 김문환 역시 이용의 백업으로 발탁되어 3차례 출전하며 대표팀에서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벤투 감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4년 후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새롭게 발탁된 아시안 게임 멤버인 황인범, 김문환, 이진현, 김정민, 나상호 등은 1995~1999년생으로 4년 후에는 20대 초중반으로서 대표팀의 한 자리를 차지해줄수 있는 유력한 멤버들이다. 여기에 이번에 최초로 발탁된 이유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 포인트는 이들이 발탁되는 포지션은 4년 후를 대비해 세대교체가 필요한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오른쪽 풀백인 이용은 현재 우리나이로 33살인 관계상 4년후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기성용과 정우영 역시 4년 후 월드컵에선 주전으로 활약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기에 벤투 감독은 이 자리에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멤버들을 발탁하며 조금씩 경험을 쌓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기 벤투호에 이유현-김정민-나상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이유현(전남, 왼쪽부터), 김정민, 나상호(광주)를 포함시켰다.

▲ 3기 벤투호에 이유현-김정민-나상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이유현(전남, 왼쪽부터), 김정민, 나상호(광주)를 포함시켰다. ⓒ 연합뉴스


물론 당장 이들이 대표팀에서 활약하기엔 기량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지금부터 대표팀에 합류시켜 기존의 멤버들과 훈련및 실전을 통해 선수들과의 호흡을 맞춤과 동시에 대표팀 분위기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장현수 빠진 센터백 최적의 조합은?

러시아 월드컵을 비롯해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축구대표팀의 센터백 조합은 김영권-장현수 조합으로 이어져 왔다.

월드컵 본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두 선수였지만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영권은 월드컵에서 보여준 안정된 수비력과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 여기에 독일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면서 팬들의 신뢰를 되찾았다. 반면 장현수는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잇단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장현수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에도 신뢰를 쌓으며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지난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의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장현수는 이 과정에서 봉사활동 관련 서류를 조작한 것이 발각되면서 벌금 3000만 원에 국가대표 영구제명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에 대해 행운을 빈다면서 협회의 결정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결국 벤투 감독이 구상한 센터백 조합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선 최근 대표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김영권은 한 자리 확보가 유력한 가운데 김민재가 유력한 파트너로 예상된다. 적극적으로 덤비는 수비가 아쉬운 대목이지만 뛰어난 피지컬과 스피드를 갖췄다. 또한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장현수, 김영권에 이어 센터백 중 가장 많은 출전을 했다는 점에서 김민재가 장현수의 자리를 대체할 유력한 자원이다.

여기에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된 데 이어 소속팀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승현도 유력한 후보다. 정승현 또한 수비력을 비롯해 큰 키를 이용한 높이와 헤딩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준수한 발밑 능력도 갖고 있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축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공산이 크다. 정승현은 그동안 장현수, 김민재 등에게 밀려 출전기회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장현수가 빠진 현 상황에서 출전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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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이청용 장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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