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문구야 말로 11월 1일 막을 내린 <손 The guest>에 가장 어울리는 상찬이 아닐까. 1회 1.575%로 시작하여 16회 자체 최고 시청률 4.073%로 마무리지었다. 4%의 수치로만 보자면 이젠 케이블도 10%, 15%를 오르내리는 시절에 높다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르 드라마 위주의 OCN, 그 중에서도 새로이 편성된 주중 수목 밤 11시에, 도저히 무서워서 못보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던 엑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호기롭게 풀어내어 도달한 성취로 보자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또한 시청률이 무색하게 매 회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등장인물 혹은 등장인물과 관련된 단어가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벌써부터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내리는 <손 the guest>,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손 the guest>

<손 the guest> ⓒ ocn

  
호러, 그 화려한 서막 

무엇보다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김홍선 감독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일찌기 2007년 <도시 괴담 데쟈뷰 시즌2>를 시작으로 <조선 추리 활극 정약용(2009)><야차(2010)><무사 백동수(2011)><히어로(2012)><라이어 게임(2014)><피리부는 사나이(2016)><보이스1(2017)>를 거쳐 <손 the guest>까지 작품이 곧 우리 장르물의 역사가 된 김홍선 감독. 그가 그간 꾸준히 쌓아온 장르물의 성과가 <손 the guest>를 통해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손 the guest>

<손 the guest> ⓒ ocn

  
이미 <무사 백동수>를 통해 거친 남성적 액션, <라이어 게임>을 통해 리얼리티가 된 게임의 세계, 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로 도심 테러와 그에 대응한 위기 협상, <보이스1>을 통해 112 센터를 중심으로 한 소리 추격 스릴러 등을 선보였던 김홍선 감독에게 <손 the guest>의 엑소시즘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늘 장르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그였기에 당연하기도 했다.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그의 애청자들은 시즌2를 원했지만 김 감독은 그런 애청자들의 간청을 즈려밟고 좀 더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장르물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인도했고, 그 결과물로 <손 the guest>를 내놓았다. 

그런 김홍선 감독이 있었기에 <안투라지(2016)>의 서재원 작가가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릴 수 있었고,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가 자신의 몸에 맞는 캐릭터를 통해 재발견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엑소시즘에 대한 알찬 구성과 전개를 통해 전작의 오명을 거뜬히 삼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서재원 작가의 가능성을 높여놨다.
 
 <손 the guest>

<손 the guest> ⓒ ocn

  
배우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신과 함께>를 통해 저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를 왜 그동안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없었는가 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던 김동욱의 연기, 이미 <보이스1>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재욱, 초반 연기력 논란이 무색하게 '길영이 형'이란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정은채까지 배우들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호연을 펼쳤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 못지않게 매회 혼신의 열연을 선보인 박일도에 빙의됐던 출연자들의 컬래버레이션이 <손 the guest>를 화려하게 피어오르도록 했다. 

거기에 장르 드라마를 장르 드라마답게 만드는데 만들어 준 음악과 음향, 조명, 미술까지. 어쩌면 출연자들보다 더 장르물다웠던 기술 음향팀의 열일이 엑소시즘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우리의 전통 신앙인 샤머니즘과 외래의 엑소시즘에 굿판의 꽹과리와 결합된 OST가 긴장감을 더했고, 붉은 색과 푸른색 등 보색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장르물의 색감을 화려하게 재탄생시켰다. <손 the guest>의 성취는 바로 이런 축적된 성과와 제 역량을 한껏 발휘한 각 영역의 성공적 결합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손 the guest>

<손 the guest> ⓒ ocn

  
엑소시즘과 샤머니즘, 그 난제의 절묘한 해석 

시작은 바다로 부터 온 '손'이었다. 박일도라는 이름을 가진 귀신, 그에 빙의되어 한 세습무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만다. 그로부터 20년, 그 사건으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떠돌게 되어버린 윤화평(김동욱 분)은 박일도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역시나 박일도로 인해 가족이 몰살당하고 사제가 된 최윤(김재욱 분), 엄마를 잃고 형사가 된 강길영(정은채 분)과 만난다. 이렇게 손 박일도로 부터 비롯된 샤머니즘은 구마 사제의 등장을 통해 엑소시즘과 접신하고, 거기에 형사와의 협업으로 수사물의 형식을 더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드라마는 최윤을 걱정한 윤화평이 박수무당 육광에게 부적을 써서 신부인 최윤의 바지 주머니에 끼워 넣고, 마지막회 구마의식 과정에서 전달된 십자가가 영매가 된 윤화평의 목에 걸려있듯 전통의 샤머니즘과 외래의 엑소시즘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빙의된 박일도를 쫓기 위해서는 엑소시즘의 구마 의식이 필요하지만, 박일도, 그로 비롯된 악연의 계보는 '전설의 고향' 속 한 장면과도 같다. 드라마는 외국 영화를 통해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장르물의 소재로는 낯선 엑소시즘을 전래의 샤머니즘적 요소와 설화와 같은 박일도 집안, 주변 인물을 통해 설득해 낸다. 

또한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소외된 왕따 직장인, 계약직 사원 등을 통해 '악의 사회적 근원'을 파헤쳤으며, 나아가 양신부(안내상 분), 박홍주(김혜은 분)를 통해 '빙의'를 넘어선 '사회적 악'의 존재를 설파했다. 박일도로 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박일도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대적 공기를 담아낸다. 
 
 <손 the guest>

<손 the guest> ⓒ ocn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양신부가 할아버지를 납치(?)하여 요양원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요양원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을 '현혹'하여 빙의자들의 피의 카니발을 벌이는 장면은 마치 할로윈 특집이나 <새벽의 저주> <워킹 데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서사적 연결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결국 최후 드러난 박일도의 존재와, 그의 그간 행적을 마지막회에서 줄줄이 설명할 수밖에 없는 구성의 아쉬운 점도 상찬 속의 티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반전을 위한 카드 때문이었을까. 스스로 십자가를 부정하고, 성경을 부정했으며 악의 오른 팔이 되어 그토록 많은 이들을 제물로 삼았던 신부의 '자유'에 대한 개연성은 어쩐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서사와 구성 상의 단점들조차 물 속에서도 서로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아 애원의 구마를 하고, 스스로 손을 놓고 자신을 죽여가는 배우들의 열연의 감동 속에 허물어져 버린다. <손 the guest>와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손 THE GUES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