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한 울산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승리한 울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결승 진출한 울산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승리한 울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수원삼성블루윙즈(아래 수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비 불안이었다. 후반전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전반 이른 시점 수비 라인 붕괴로 인해 그들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10월 3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는 2018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 울산현대축구단(아래 울산)과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울산이 2-1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전반 6분과 32분 리차드와 주니오의 연속골을 묶어낸 울산이 후반 11분 수원 이종성의 추격골을 뿌리쳤다.

아챔 이어 FA컵도 4강에서 탈락, 여전히 수비가 '문제'

수원은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FA컵 우승이 반드시 필요했다. 리그에서는 시즌 중반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멀어졌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확보의 마지노선인 3위 경남FC와의 승점 차도 9점이라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4강전에서 울산을 꺾고 결승에 올라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원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가시마앤틀러스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로 1차전 결과를 뒤집지 못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매경기 지적되어온 수비 불안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점이 달갑지 않았다. 경기를 잘 풀어가고도 수비수들의 실수와 후반 막판 집중력 하락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친 적이 부지기수였다. 데얀과 임상협, 염기훈이 버티는 공격진의 화력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비 집중력을 높여 실점을 줄이는 것이 이번 승부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수원의 수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전반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수원은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수비 지역에서 울산의 강한 압박이 들어오자 곽광선이 제대로 클리어링을 하지 못했고, 무리한 태클로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이후 프리킥에서 이명재의 날카로운 킥에 리차드가 머리만 가져다 대며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리차드 '골 맞아요'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울산 리차드가 선제골을 넣은 후 심판이 비디오 판독(VR)을 하고 있다.

▲ 리차드 '골 맞아요'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울산 리차드가 선제골을 넣은 후 심판이 비디오 판독(VR)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원은 어떻게든 수비 조직력을 다시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전반 31분 박용우의 중거리 슛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라인 컨트롤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수비 라인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니 측면으로 빠져 들어가는 울산 공격수들이 쉽게 측면 돌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수원은 전반 23분 주니오의 VAR 판정 골 취소와 신화용 골키퍼의 몇 차례 선방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나 했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32분 주니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세트피스 실점이었다. 리차드가 먼 포스트에서 중앙으로 공을 떨어뜨려줬고, 이를 주니오가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울산은 점수 차를 벌렸다. 
 
골 넣은 주니오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울산 주니오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골 넣은 주니오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울산 주니오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그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따내야 하는 수원

울산의 높은 조직력도 수원 수비를 흔드는 데 한몫했다. 울산은 이날 경기에서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박용우가 원 볼란치로 수비에 단단함을 더했고, 김인성, 이근호, 믹스, 한승규로 이어지는 미드필더진은 짜임새를 보여줬다. 이들은 공을 뺏긴 후 곧바로 전방 압박에 가담하면서 수원 수비수들이 빠르게 공격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했다. 볼란치인 박용우와 중앙 미드필더 믹스가 블록을 올려 센터백을 괴롭혔고, 나머지 공격수들은 넓게 퍼지면서 양측 풀백들을 몰아갔다. 

사실 울산이 전방 압박을 자주 시도하는 팀은 아니다. 이전까지는 라인을 올려 수비하기보다 후방에 단단한 포백과 투 볼란치를 겹쳐 쌓으며 상대 공격수들을 질식시키는 것이 주된 수비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방 압박이 수원의 허를 찌른 셈이 됐다. 수원 수비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원 수비수들은 좀처럼 공을 점유하지 못했다. 쉽게 패스로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40분 홍철이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어두운 그림자가 꼈다.
 
골 넣은 수원 이종성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 이종성이 골을 넣고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골 넣은 수원 이종성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 이종성이 골을 넣고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좀처럼 반전의 계기가 없었던 수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박기동을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박기동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울산 수비와 싸워주며 공중볼을 장악해가자 전반전 힘을 쓰지 못했던 데얀과 염기훈도 동시에 살아났다. 그 결과 후반 11분 이종성의 추격골이 터지며 역전의 불씨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전반전 2실점을 뒤집어 내기란 수원에게 벅찼다. 그들은 후반 막판까지 라인을 올려 총공세를 펼쳤으나, 이미 내려앉은 울산의 수비를 뚫기란 어려웠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수비 실수가 늘어나는 부분에 있어 선수들과 코치진이 훈련과 비디오 분석을 통해 보완하려 한다. 그런 점을 가다듬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수비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 서정원 감독의 약속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근호 '돌파한다'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울산 이근호가 수원 곽광선의 수비를 뚫고 돌파하고 있다.

▲ 이근호 '돌파한다' 지난 10월 3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울산 이근호가 수원 곽광선의 수비를 뚫고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FA컵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수원은 리그로 돌아온다. 승점 차가 적지 않아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가 쉽지 않은 도전인 것은 분명하나, 이제 남은 경우의 수는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수밖에 없다. 결국 얼마나 빠르게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떨쳐내느냐가 수원의 목표 달성에 있어 키 포인트다. 이날 경기와 같은 수비를 보여준다면 리그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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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울산현대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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