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대구 골문을 등지고 공을 트래핑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대구 골문을 등지고 공을 트래핑하는 순간 ⓒ 심재철

 
후반전 추가 시간, 쌀쌀한 가을 바람과 소나기가 그라운드 위 선수들 얼굴을 때렸다. 어수선하고 추운 분위기는 오로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몫이었다. 승점 1점이 아쉬운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 홈팬들 앞에서 패했으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8일 오후 2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4라운드 대구 FC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전에 내준 자책골을 뒤집지 못하고 0-1로 패하며 꼴찌 탈출에 실패했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

모든 팀들에게 다섯 경기 기회만 남았다. 승점 2점 차이로 꼴찌에 머물러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홈 경기였다. 하지만 전반전 경기력은 이번 시즌 최악이었다. 39분에 간판 골잡이 무고사의 왼발 유효 슛이 하나 있었지만 대구 골키퍼 조현우가 그리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어웨이 팀 대구 FC는 오는 31일(수) 오후 7시 30분 광양전용구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FA(축구협회)컵 준결승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한희훈이나 황순민 등 핵심 선수들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대구를 버티게 하고 있는 외국인 두 선수 세징야와 에드가가 한꺼번에 경고 누적으로 말미암아 나오지 못한 것까지 감안하면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이 경기는 하늘이 준 기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경기 시작 후 16분만에 자책골로 무너져버렸다. 대구 FC 강윤구가 왼쪽 측면에서 보낸 얼리 크로스가 골문에서 4.5미터 바로 앞에 떨어지는 순간 대구 공격수 김진혁보다 한발 먼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한 부노자의 다리에 맞고 굴러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 순간을 아무리 곱씹어봐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머뭇거린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상대의 얼리 크로스가 골 에어리어 안쪽으로 날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골 라인 바로 앞쪽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대구 공격수 김진혁이 얼리 크로스를 받으러 앞으로 달려나간 것도 아니었기에 자책골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으로 남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아길라르(10번)가 왼발 아웃사이드 패스를 시도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아길라르(10번)가 왼발 아웃사이드 패스를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골키퍼의 클래스 차이

결과만 놓고 봐도 골키퍼의 실력 차이가 이 경기 승점 3점을 좌우했다고 말할 수 있다. 대구 FC의 후보 공격수 김진혁의 부지런한 몸놀림이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부노자에게 부담을 준 것은 맞지만 정산 골키퍼의 커버 플레이는 적절하지 못했다. 

반면에 대구 FC는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최고의 골키퍼 반열에 오른 조현우 덕분에 승점 3점을 챙기며 네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 강등 위험에서 가장 먼 곳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이 승리 분위기는 사흘 뒤 광양에서 열리는 FA컵 준결승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조현우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후반전에 독기를 품고 다시 나타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문선민과 김진야가 주로 뛴 왼쪽 측면을 공격 루트로 삼았다. 49분에 무고사의 오른발 발리슛이 대구 FC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고 4445명 인천 홈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동점골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전에 문선민이 왼쪽 끝줄에서 올린 왼발 크로스가 이미 흰줄을 통과한 뒤였다는 판정을 윤광열 1부심이 깃발을 높이 들어 알렸다. 골문 바로 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는 양손으로 네모를 그려가며 VAR(비디오 판독 심판) 도움을 요청했지만 고형진 주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83분에 이 경기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이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역습 상황에서 문선민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넘어온 공을 향해 남준재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동점골을 노린 것이다. 타이밍도 기가막혔기 때문에 인천 팬들의 엉덩이는 이미 의자를 떠난 뒤였다.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남준재(파랑검정 줄무늬 7번)의 오른발 슛을 왼발 끝으로 막아내는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남준재(파랑검정 줄무늬 7번)의 오른발 슛을 왼발 끝으로 막아내는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 ⓒ 심재철

 
하지만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의 놀라운 반사 신경은 팬들이 머리를 감싸쥐게 만들었다. 골문 바로 앞 4.5미터 지점까지 앞으로 나와 각도를 줄이며 왼발을 길게 내뻗어 막아냈다. 몸 중심이 공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무너지는 순간이었기에 조현우의 반사 신경이 더욱 놀라운 순간이었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는 김보섭과 한석종을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대구 FC 골문을 두드렸지만 추가 시간 4분이 다 흘러갈 때까지 남준재의 그 순간보다 더 좋은 슛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같은 시간에 광양에서 열린 경기에서 어웨이 팀 상주 상무가 윤빛가람의 멋진 결승골로 전남 드래곤즈를 1-0으로 이긴 것이다. 어쩌면 38라운드 마지막 경기(12월 1일, 인천 유나이티드 vs 전남 드래곤즈)에서 두 팀이 2부리그(K리그2) 강등을 면하기 위한 피말리는 싸움을 펼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12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0점)는 11월 3일(토) 오후 4시 상주 상무를 숭의 아레나로 불러들이며, 11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2점)는 그 다음 날 오후 4시 춘천으로 찾아가서 강원 FC를 만난다.

전남 드래곤즈는 이보다 앞서 오는 31일(수) 오후 7시 30분에 광양에서 대구 FC를 상대로 FA컵 준결승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두 마리 토끼가 눈앞에 있는 셈이다.

2018 K리그 원 34라운드 결과(28일 오후 2시, 숭의 아레나)

★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대구 FC [득점 : 부노자(16분,자책골)]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문선민, 무고사, 남준재(86분↔김보섭)
MF : 아길라르, 임은수(60분↔이효균), 고슬기(86분↔한석종)
DF : 김진야, 부노자, 김대중, 정동윤
GK : 정산

◎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김진혁, 정승원
MF : 강윤구(67분↔황순민), 츠바사(73분↔박한빈), 류재문, 장성원(61분↔한희훈)
DF :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GK : 조현우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인천 유나이티드 66%, 대구 FC 34%
유효 슛: 인천 유나이티드 4개, 대구 FC 5개
슛: 인천 유나이티드 5개, 대구 FC 8개
코너킥: 인천 유나이티드 6개, 대구 FC 2개
프리킥: 인천 유나이티드 13개, 대구 FC 13개
오프 사이드: 인천 유나이티드 0개, 대구 FC 1개
경고: 인천 유나이티드 0장, 대구 FC 1장(25분 김진혁)

◇ 2018 K리그 1 하위 스플릿 순위표
7 대구 FC 42점 12승 6무 16패 43득점 54실점 -11
8 강원 FC 40점 10승 10무 14패 52득점 56실점 -4
9 상주 상무 36점 9승 9무 16패 39득점 49실점 -10
10 FC 서울 36점 8승 12무 14패 36득점 43실점 -7
11 전남 드래곤즈 32점 8승 8무 18패 39득점 60실점 -21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30점 6승 12무 16패 46득점 65실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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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 FC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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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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