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포스트 시즌에 출전한 5팀 중 올 시즌 수도권 연고 팀은 3팀이었다. 남부 지역 연고 팀이었던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5위)와 한화 이글스(3위)가 각각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포스트 시즌은 수도권 연고 3팀만 남게 됐다.

포스트 시즌에서 2013년에 서울 연고 3팀이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플레이오프가 잠실 시리즈(LG 트윈스 vs. 두산 베어스)로 치러진 적은 있었다(한국 시리즈 우승은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올라올 때까지 수도권 3팀 이상이 생존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연고로 한 두산 베어스가 정규 시즌 1위로 한국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 남구 SK 행복드림구장을 연고로 한 SK 와이번스가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 1, 2, 5차전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을 연고로 하는 넥센 히어로즈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시리즈 승리를 거두며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다.

수도권 대중교통 확장으로 열린 지하철 시리즈 시대

KBO리그 10팀 중 수도권을 연고로 한 팀은 5팀(서울 3팀, 인천 1팀, 수원 1팀)이다. 이들 중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만 아직 지하철이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는 곳이다. 고척 스카이돔은 구일역(1호선), 잠실야구장은 종합운동장역(2호선, 9호선) 그리고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은 문학경기장역(인천1호선)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빈자리 많이 보이는 야구장 12일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정운찬 KBO 총재는 이날 오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문제 등을 포함한 최근 야구계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했다.

서울 잠실야구장 ⓒ 연합뉴스


KBO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지하철 시리즈가 열린 것은 수도권 대중교통이 확장된 21세기에 들어와서였다. 1999년 인천1호선 문학경기장역이 개통되면서 처음으로 야구장과 야구장이 지하철로 연결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첫 지하철 시리즈로는 2007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한국 시리즈를 치렀고, SK 행복드림구장과 잠실야구장을 오가며 시리즈를 치렀다(SK 4승 2패 우승). 2008년 한국 시리즈 역시 SK와 두산의 리턴 매치로 열렸으며 4승 1패로 SK가 우승했다. 2009년에는 SK와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났고, 5차전 우천순연까지 포함한 혈투 끝에 SK가 또 시리즈 승리를 거뒀다.

이후 2013년 포스트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두산이 5차전 연장 혈투를 치렀다. 당시 넥센은 목동야구장을 사용했는데, 5호선 오목교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하철 시리즈 치고 팬들 입장에서는 지하철만 이용하기엔 불편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LG와 두산이 잠실 시리즈를 치르며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역시 LG와 넥센이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시리즈를 치렀으며, 2015년에는 넥센과 SK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렀다. 넥센은 2015년까지 목동에서 시즌을 치른 뒤 2016년부터 고척 스카이돔으로 옮겨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고척 스카이돔의 첫 해였던 2016년부터 넥센과 LG의 지하철 시리즈가 준플레이오프에서 열렸다. 구일역이 처음으로 지하철 시리즈를 치렀는데, 넥센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지하철 시리즈가 2라운드 연속으로 열리지는 못했다.

한 포스트 시즌에선 2라운드 연속으로 지하철 시리즈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넥센이 지하철 시리즈를 치르며, 이들의 승자가 두산과 지하철 시리즈를 또 치르게 된다.

지하철 시리즈에서 강했던 SK, 힐만에게 유종의 미 안길까

포스트 시즌에서 지하철 시리즈를 가장 많이 치렀던 팀은 SK였다. SK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시즌 연속 지하철 시리즈를 치렀고, 이 때 두산과 매번 만나서 3번 모두 시리즈를 이겼다.

그러나 2015년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는 목동에서 열렸던 넥센과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패했다. 포스트 시즌 지하철 시리즈 4번 중 3번을 이겼던 SK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5번째 지하철 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그리고 이번 지하철 시리즈 상대는 공교롭게도 그 1번을 졌던 넥센이다.

상대 팀인 넥센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1경기)과 준플레이오프(4경기)를 포함하여 이미 5경기를 치르고 올라와서 체력적으로는 2주를 쉰 SK가 우위에 있다. 지하철 시리즈에서도 3번의 시리즈를 이겨 봤던 만큼 경험에서도 유리하다.

SK의 입장에서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특별하다. 2017년과 2018년 SK의 감독을 맡았던 트레이 힐만이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프런트에 알리면서 이번 포스트 시즌이 SK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니혼햄 파이터스(NPB)와 캔자스시티 로열스(MLB) 그리고 SK(KBO리그) 3팀에서 감독을 맡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3국 리그 감독을 역임한 인물로 기록을 남겼다. 그러한 힐만이 SK를 떠나기로 한 이유는 가족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

고령의 부친과 모친 그리고 부인까지 3명 모두 건강 문제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힐만 감독의 부친은 80대의 고령이며 모친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게다가 부인이 지난 해 큰 수술을 받은 상황이라 이들 3명의 가족을 힐만 감독이 챙겨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이에 힐만 감독은 계약 연장 논의가 나오기도 전에 미리 SK 프런트에 가족과 관련된 사정을 알렸다.

SK 선수단에게는 힐만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하는 만큼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데뷔 시즌부터 한국 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큰 경기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에이스 김광현이 이번 시리즈 키 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복귀한 첫 시즌인 만큼 '벌떼 마운드' 작전을 써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선발로만 투입될 예정이다.
 
SK 선발투수 김광현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5

SK 투수 김광현 ⓒ 연합뉴스


한국 시리즈에서 낮은 순위의 팀이 업셋을 달성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SK는 두산과의 지하철 시리즈 3번을 모두 이긴 경험이 있다. 때문에 SK는 한국 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큰 자신감을 갖고 시리즈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 이탈한 넥센, 1번타자는 누구?

1차전에 등판하는 SK의 김광현에 맞설 넥센의 선발투수는 제이크 브리검으로 예고됐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 1차전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등판한 이후 4일 밖에 쉬지 못했지만 장정석 감독은 브리검이 외국인 에이스임을 확인시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NC 다이노스에서 여러 차례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던 에릭 해커는 2차전에 등판한다.
 
브리검 완봉 역투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기록한 넥센 브리검이 역투하고 있다. 2018.9.16

넥센 브리검 ⓒ 연합뉴스


리드오프 부문에서는 SK는 김강민을 낙점했다. SK는 노수광이 지난 달에 계단을 오르다가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사실상 올해 포스트 시즌 출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넥센의 리드오프였던 이정후는 포스트 시즌 도중 부상을 당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수비를 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치면서 이탈한 이정후는 이후 검진을 통해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5년에 받았던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정후는 남은 포스트 시즌은 물론 내년 전반기도 언제 복귀할지 불투명하다.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를 대신할 1번타자를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한 상태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김하성이 1번타자로 출전하기도 했다. 아직 플레이오프 1차전의 1번타자는 확정하지 못했다. 2014년 타격왕을 차지했던 서건창도 있겠지만 서건창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데다 이정후의 데뷔 이후 주로 2번타자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KBO리그 플레이오프 일정은 10월 26일 인천 그랜드 오스티엄 웨딩홀에서 열렸던 미디어데이를 통해 이미 시작됐다. 두 감독은 손가락을 통해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싶은 경기 수를 밝혔는데, 힐만 감독은 3차전, 장정석 감독은 4차전에서 끝내고 싶음을 밝혔다. 인천과 고척에서 열리는 지하철 시리즈에서 승리하고 잠실로 이동하여 연속으로 지하철 시리즈를 치르게 될 팀이 어떤 팀이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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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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