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할로윈>(2018) 포스터

영화 <할로윈>(2018)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1978년 개봉 후 공포영화의 전설이 된 <할로윈>이 2018년에 새롭게 돌아왔다.

<할로윈>은 첫 영화가 나온 후 1981년 <할로윈2 - 저주받은 병실>부터 2007년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까지 총 7편의 시리즈와 1편의 리메이크작을 낳은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시리즈에서 감독이나 배우가 바뀌면서 제작됐지만, 2018년작 <할로윈>에서는 40년 전 첫 영화의 감독이었던 존 카펜터가 기획과 음악 감독을 맡았다. 당시 여성 주인공으로 출연한 제이미 리 커티스도 다시 등장한다. 이번 영화에서 살인마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도 40년 전 첫 작품에만 등장했던 배우 닉 캐슬이다.

1978년의 살인마, 40년이 지나 돌아오다

2018년에 관객을 찾아온 <할로윈>은 두 명의 기자가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를 인터뷰하려고 시도하면서 시작된다. 극 중 마이클은 6살에 누나를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됐다가, 15년이 지나 1978년 할로윈(10월 31일) 날에 병원을 탈출해 5명을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한 인물이다.

이후 정신과 의사들이 연구 목적으로 마이클을 격리 수용하며 관찰해왔는데, 마이클은 수감 후 40년 동안 말을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는 게 2018년작 <할로윈>의 설정이다. 영화 초반부 진실을 말해달라는 두 명의 기자 앞에서도 마이클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이에 미국 주 정부에서는 마이클의 정신세계를 연구할 가치가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다른 수용시설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마침내 다른 시설로 마이클이 이송되는 날은 그가 살인을 저지른 1978년 할로윈으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난 2018년 10월 30일.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호송 버스가 뒤집히고 마이클 마이어스는 교도관들을 제압한 후 탈출한다.

마이클 마이어스는 탈출하자마자 40년 전 범행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성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를 노리고 그녀가 사는 마을로 향한다.

마이클 마이어스의 가면, 어둠, 그리고 숨소리

<할로윈>은 공포영화의 요소로 자리 잡은 것들을 간결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사용한다. 어둡고 좁은 방, 여성의 비명, 식칼과 낭자한 피까지 스크린에 오른다. 다만 이들 요소 모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지 않고 적재적소에 드문드문 쓰이기 때문에 절제된 무서움을 맛보게 해준다.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본격적인 공포를 선사하는 요소는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다. 40년 전 원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이클은 힘이 센 거구의 남성이 독특한 가면을 쓴 모습으로 설정됐다. 대사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만으로도 관객을 공포에 몰아넣을 만큼 강렬하다.

극 중 배경은 '할로윈 축제'가 벌어지는 미국 소도시라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유령 가면을 쓰고 돌아다닌다. 이 때문에 살인마 마이클이 가면을 쓰고 마을을 활보해도 누구 하나 알아보고 제지하지 못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스크린에 어둠이 깔리고, 피아노 건반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듯한 삽입곡이 나오면 마이클이 저벅저벅 걸어 나온다. 가면 안에서 천천히 쉬는 숨소리와 눈빛만으로도 보는 이를 소름 끼치게 만들기 충분하다. 육중한 몸으로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해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한껏 공포스러울 정도다.

마이클이 아무런 말이 없다는 점도 공포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동기를 짐작할 수조차 없으므로 이해 가능한 이성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며 살해 이유를 묻는 피해자를 마이클은 대답 없이 살해한다. 마치 살인마에게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심지어 카메라는 가면을 벗은 마이클 마이어스의 앞모습을 한번도 비추지 않는다. 공포의 핵심은 그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의 존재 그 자체라는 것처럼.

공포영화의 '클래식', 여전히 통했다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할로윈>의 극을 이끌어가는 힘은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캐릭터와 그에 맞서려는 로리 스트로드 일가족의 이야기다. 마이클과 로리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듯한 괴물과 피하지 않고 악연을 끊으려는 이의 대결 구도로 부딪힌다.

중반부까지의 줄거리 흐름과 극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상당히 고전적이다. 혼자 남은 인물이 살인마에 쫓기다 막다른 곳에 몰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 여성 캐릭터가 공포에 비명을 지르는 장면들이 어김없이 나온다. 튀는 대사를 한 인물이나 섹스를 하려던 캐릭터들이 곧 죽임을 당하는 것도 공포영화에선 익숙한 법칙이다.

그럼에도 2018년작 <할로윈>이 평범하지 않은 건, 고전적인 정공법이 여전히 통한다는 걸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식칼과 가면, 어둠과 낮게 깔리는 숨소리 등 기본적인 요소들로 신선한 공포를 자아낸다. <할로윈>에서 등장인물들이 살해당하는 장면들은 화면 전환이나 살인마의 등장 타이밍을 살짝 바꾸는 정도로 구성됐는데, 덕분에 식상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새로운 요소 하나 없이도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공포를 주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영화 <할로윈>(2018)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주인공인 여성 캐릭터가 '무기력한 피해자'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서 주인공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살인마에게 쫓기다가 다른 인물에 의해 구출되는 서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할로윈>은 다르다. 극의 초중반부는 평범하게 끌어가다가 후반부에 캐릭터의 성격을 재치 있게 비틀어 버린다.

이를 통해 공포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면서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메시지도 담았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2017년 영화 <겟 아웃>으로 인종 문제까지 짚어냈던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2018년 야심작이라 볼 만하다.

한 줄 평: 소재가 고전적이더라도, 결국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  
평점: ★★★☆ (3.5/5) 

 
영화 <할로윈> 관련 정보
원제 : Halloween
감독 :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 제이미 리 커티스, 주디 그리어, 닉 캐슬
제작 : 블룸하우스
수입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배급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06분
개봉 : 2018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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