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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비 인력 축소 통보에 항의하는 연세대 경비노동자들
▲ 야간경비 인력 축소 통보에 항의하는 연세대 경비노동자들 야간경비 인력 축소 통보에 항의하는 연세대 경비노동자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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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생이 주인이라고 늘 말한다. 그러면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우비 하나로 이겨내며 연세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장 공필규씨는 외쳤다. 공씨가 연세대 정문 앞에 서서 학교를 비판한 이유는 학내 야간 경비인력이 대폭 축소되고 그 자리를 CCTV가 대체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 남성이 동덕여대에 무단 침입해 알몸으로 음란행위를 하는 사건이 발생해 '안전한 캠퍼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연세대학교에서 24시간 경비를 서던 경비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축소되는 '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을 보고도 학내 경비를 감축하는 연세대학교를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노조에 따르면 연세대 경비용역업체들은 지난 20일 24시간 근무체계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변경한다고 경비 노동자들에게 통보했다. 경비노동자들은 오전 7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해왔다. 통보대로라면 일부 거점 건물을 제외하고 야간 경비를 하던 경비 노동자들은 오후 10시 30분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최다혜 조직부장은 "중앙도서관 등 일부 거점으로 할 만한 건물에만 야간 경비인력을 상주시켜 그들이 주변 건물까지 다 관리하도록 하는 것 같다"라며 "사실상 전체 경비인력의 5%만 남기겠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야간경비 인력 축소 통보에 항의하는 연세대 경비노동자들
▲ 야간경비 인력 축소 통보에 항의하는 연세대 경비노동자들 야간경비 인력 축소 통보에 항의하는 연세대 경비노동자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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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비용역업체의 통보 뒤에는 원청인 연세대학교가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 8월 연세대학교 총무처에서 제작한 '경비 근무시간 변경 안내문' 입간판을 보면, 8월 3일부터 일 24시간 근무에서 '07:00~22:30'으로 경비 근무시간이 변경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경비노동자들은 당시 용역회사는 물론 학교 측으로부터 사전에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 했다. 이에 노조가 총무처에 사실관계를 묻자, 총무처는 "변경 시행 시기는 검토중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야간 경비 인력이 대폭 축소되면 학내 안전에 구멍이 뚫린다는 게 경비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7년째 연세대 경비 업무를 하고 있는 유현준씨는 "24시간 근무를 할 때, 밤 11시에도 순찰을 돈다"라며 "담당하는 건물들을 돌며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씨는 "12시부터 오전 3시까지 휴게시간이기는 하나, 학교에서 밤새는 학생들을 관리한다"라며 "낮처럼 바쁘진 않지만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화재, 침입 등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씨는 "학교건물만 10개가 넘는다"라며 "화재든 위급 상황이든 초기 진압이 중요한데, 중앙에서 CCTV를 보다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하는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유씨는 이어 "우리는 건물에 있으면서 CCTV를 보고 있어 바로 출동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학생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필규(21)씨는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계 시스템으로 대체하면 불안한 게 사실이다"라고 했다. 공씨는 "여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마음 편히 남아 공부하기 힘들 것 같다"라며 "갑자기 불이 난다거나 침입자가 생긴다거나 했을 때도 무인경비시스템은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노조는 "안전한 캠퍼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연세대학교는 경비노동자 인원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근무시간까지 줄이며 학내 안전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아무리 CCTV가 최첨단이라고 한들 기계일 뿐이다"라며 "도둑을 잡고 침수를 대비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연세대 , #경비 축소, #안전한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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