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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점거한 유치원 원장들... 설득하는 박용진 의원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단상 점거한 유치원 원장들... 설득하는 박용진 의원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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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회계비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현상은 흑과 백이 나뉘듯 명확하게 구획되지 않는다. 특히 갈등에 따른 현상은 갈등을 빚은 맥락과 역사를 충분히 검토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비리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사립유치원 회계비리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담론을, 사립유치원이 선과 악 중 악으로 명확하게 분절된 상황을, 그래서 역설적으로 비리와 갈등을 야기한 맥락이 거세되고 은폐되는 상황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교육과 보호 분리된 유아교육

국내 최초의 유치원은 1897년 부산 거주 일본 상인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만든 부산유치원이다. 이후 1910년 일본인 자녀들과 친일양반자녀들을 위한 경성유치원이 한양에 설립됐다. 1914년 이후 선교사들이 여성과 유아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하며 이화·배화·아현유치원 등 평민계급의 자녀를 위한 유치원이 설립되었으나, '유치원 교육은 귀족교육'이란 편견이 오래도록 따라다녔다.

한편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쟁고아를 위한 탁아소가 전국에 세워졌다. 탁아소는 전쟁 이후 가파른 산업화를 거치며 취약계층 여성 근로자의 자녀를 위한 아동복지시설로 확장했고,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며 '탁아'사업은 '보육'사업으로 확대발전했다. 그 사이 유치원 교육은 민간 영역의 노력으로 귀족교육에서 대중 교육으로 양적,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유아교육은 국가정책적 관점에서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이고, 어린이집으로 명칭이 통일된 보육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유아교육에서 보호와 교육을 분리할 순 없지만, 발생 특성상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호에 방점이 찍혔다.

유치원 교육은 오랫동안 정부의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다. 반면 어린이집으로 표상되는 보육은 일찍부터 빈곤여성·여성노동자의 자녀 보호와 교육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유아교육의 주체는 영유아지만, 공적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은 매번 여성과 노동자였다. 유치원이 오랜 시간 민간 영역에 맡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최초의 공립유치원은 1976년에 설립되었다. 1976년 부산에 1개, 서울에 4개의 공립유치원이 설치되며 비로소 유아교육의 공교육이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사립유치원의 수가 63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립유치원은 유아교육에 있어 아주 예외적인 공간이다.

국공립유치원의 양적 팽창은 5공화국 출범과 함께 이어진다. 교육부 교육통계에 따르면, 1979년 26개소(당시 사립유치원 768개소), 1980년 440개소(사립유치원 861개소)에 불과하던 것이 5공화국이 출범한 1981년 1922개소(사립유치원 1036개소)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017년 기준 국공립유치원은 전국 4747개이고 사립유치원은 4282개다. 시설 수에서는 국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을 앞섰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유아들은 사립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는 총 17만 명으로 사립유치원(52만명)의 1/3수준이다.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보육법이 1991년 제정된 반면,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법은 2004년에 제정된 것만 봐도 유치원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가의 무관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금) 오전 세종특별자치시의 참샘유치원과 참샘초등학교를 방문, 유치원 유아 놀이 중심 수업을 참관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금) 오전 세종특별자치시의 참샘유치원과 참샘초등학교를 방문, 유치원 유아 놀이 중심 수업을 참관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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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국내의 유아교육은 20세기 초중반을 거치며 국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사립유치원에 의존해 지속되어 왔고, 국공립유치원이 설립된 이후에도 사립유치원이 재원 유아의 상당수를 담당해 왔다. 여전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한국 유아교육의 질적, 양적 성장에서 사립유치원의 역사는 간과되거나 무시될 수 없다.

국가의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이 본격화한 것은 2013년 누리과정 전면 도입 때부터다. 이전까지는 국가 재정 지원이 거의 없었으니, 사립유치원 회계 관리도 없었다(김은설, 유치원 회계 실태와 개선점, 2015). 재정면에서만 보자면 사립유치원은 식당이나 개인병원처럼 자영업이었으므로 수입을 어떻게 쓰든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사립유치원에게 법인을 전제로 한 회계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이전까지 제약 없이 이루어지던 지출행위들이 횡령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김정호,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 2017).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을 받는 항목을 살펴보면 누리과정교육료와 교사인건비 지원의 비중이 가장 높다.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시설에 대한 재정지원은 없다. 사립유치원은 개인 투자로 세워졌다. 현 구조의 재정면에서만 보자면 사립유치원은 교육시설이기는 하지만, 교육사업인 셈이기도 하다.

그런에 이 부분을 논의하지도, 고려하지도 않고 2012년 누리교육과정 논의가 이뤄졌고 이듬해부터 국가 예산이 사립유치원에 투입됐다. 사립기관에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세밀히 검토하고,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정책이 진행됐으므로 개인소유를 주장하는 사립유치원과 국가 재원이 투입된 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정부 사이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사립유치원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물론 많다. 그동안은 정부의 관리감독 없이 운영되어 원장 역량에 따라 교육과 운영의 질이 천차만별이었고, 교사의 복리후생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 동안 개인 자영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은 더 이상 개인의 사적 이익이 최우선 되는 곳이 아니며 영유아의 안전한 성장과 발달이 최우선 되는 교육기관임을 사립유치원은 통렬하게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거나 사립유치원의 문제가 그 집단만의 문제로 불거지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아교육 현장에 20여년간 몸담으며 적폐란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원장도 만났지만, 여전히 존경할 수밖에 없는 원장도 만났다.

정치인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발굴하고 공개적으로 세상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하지만, 문제를 해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사립유치원의 문제가 흑과 백의 문제로 분절되어 자극적 이슈의 소재로 이용되기보다, 쪼개어져도 재구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진지한 연구와 논의와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

선악 나누기보다는... 아이들 먼저
 
 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에서 쓰거나 아파트 관리비와 노래방비용 등으로 내는 등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동탄 환희유치원의 전 원장 A씨와 운영에 참여한 두 아들이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 환희유치원 강당에서 학부모들 앞에 서자 한 학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 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 총괄부장으로 지내며 원장을 공석으로 두고 사실살 유치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8.10.17
 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에서 쓰거나 아파트 관리비와 노래방비용 등으로 내는 등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동탄 환희유치원의 전 원장 A씨와 운영에 참여한 두 아들이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 환희유치원 강당에서 학부모들 앞에 서자 한 학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 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 총괄부장으로 지내며 원장을 공석으로 두고 사실살 유치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8.10.1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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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누리과정이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진행된 데는 유보통합(유치원 교육과 보육현장의 통합)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집단과, 오랜 꿈인 유보통합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학자들의 성급한 욕구도 있었다. 보육연령을 하향화하고, 방과후과정을 편성한 데는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의 점심시간 확보 결정은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존중한 결과다. 매년 끔찍한 유아교육기관 스쿨버스 사고가 발생하지만 한 번도 스쿨버스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학부모들의 편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2016년 누리과정 논란 당시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두고 파업을 결행한 유치원, 유아와 초등예산이 하나로 묶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지자체 부서간 힘겨루기...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유아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영유아들이 지금 이 순간, 오늘도, 내일도, 다녀오는 유치원들이 비리 유치원이 아니라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선과 악을 나누어 악을 단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엇보다 쉽다. 악을 선언하면 현상에 영향을 미친 많은 역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 버린다.

선과 악이라 선언한 두 점 사이의 수많은 역할과 관계들, 사립유치원뿐 아니라,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학계, 학부모... 유아교육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중심에 진정 영유아를 먼저 놓았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명하 기자는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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