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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오전 인천시정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 인천시
 
시청 현관 앞 좁은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연탁 두 개가 없었다면 이 곳이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장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남춘 시장의 축사는 3분 안팎으로 매우 짧았다. ⓒ 이한기
  
15일 인천시에서는 두 가지 큰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또다른 하나는 제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및 어울림 마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취임 100일은 지난 10월 8일이었으니,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민의 날 행사에 맞춘 것이다. 둘 다 생색 내기 좋은 행사인데다, 날짜까지 달라 따로 치러도 됐는데 굳이 한 날짜에 맞췄다. '과시' 대신 '내실'을 선택한 것이다.

오전에 치러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다수의 시청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 시장이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취임 후 100일 동안의 소회와 민선 7기 인천시정의 운영 방향과 분야별 과제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반면, 오후에 치러진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및 어울림 마당은 박 시장이 시민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데 어울리는 소통의 장이었다. 

이날 치러진 두 행사는 이처럼 성격이 달랐는데도 하나의 메시지를 같이 담고 있었다. '인천시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이었다. 인천시가 던진 이같은 메시지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할 수밖에 없는 행사인 기자회견과 기념식의 준비과정과 진행방식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 풍경1 - 시민이 만든 슬로건 앞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10월 15일 오전 인천시정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박 시장의 뒤편에 보이는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 시정 슬로건은 청라에 사는 김소영 씨의 제안이 최종 선택된 것이다. ⓒ 인천시
 
10월 15일 오전 인천시정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 인천시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

이날 오전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발표를 위해 박 시장이 선 단상 뒤편에는 이같은 인천 시정 슬로건이 큰 로고타이프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다. 

이 슬로건은 미리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 지난 8일 '500인 시민시장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의 원탁 토론회에 참가한 500인의 시민시장들의 투표로 최종 결정된 것이라 적잖은 의미가 있었다. 청라에 거주하는 김소영씨가 제안한 슬로건이 민선 7기 인천시를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가 된 것이다.

'정의·소통·협치·혁신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시민이 제안해 채택된 시정 슬로건 앞에 선 박 시장의 연탁 상단에는 '정의·소통·협치·혁신'이라는 인천 시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4가지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이를 만들어갈 주체는 '인천특별시대,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문구가 좌우 벽면에 새겨져 있었다. 인천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장에 기록된 세 가지 문구가 인천시 '박남춘 호'의 지향점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다. 박 시장이 "저 혼자로는 안된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여야 가능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까닭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대한민국 성장동력 인천, 내 삶이 행복한 도시, 동북아 평화번영의 중심 등 5대 시정목표를 밝혔다. 아울러 20대 시정전략과 138대 시정과제를 확정해 민선7기 시정운영의 로드맵을 공표했다. 후보 시절의 공약이 인수위를 거치며 다듬어지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버전 1.0'의 완성본인 셈이다.

시정목표와 시정과제처럼 밖으로는 잘 노출되지 않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스승'으로 꼽는만큼 박 시장은 시스템과 기록을 강조한다. 취임 100일 동안 간부들이 박 시장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기고,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장훈 미디어담당관은 "박남춘 시장은 '빨리'보다는 '제대로'라는 원칙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 풍경2 - 시장과 시의회 의장 인사말이 각 3분... '속전속결' 기념식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및 어울림 마당이 인천시청과 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렸다. ⓒ 인천시
  
10월 15일 오후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시청 현관 앞 야외 기념식장에서는 부평구립풍물단의 식전 공연이 열렸다. ⓒ 이한기
 
시청 안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열리던 이날 오전 시청 안 주차장에서는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벼룩시장 같은 녹색나눔 장터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조만간 시청과 이어지는 열린광장으로 탈바꿈할 시청 앞 미래광장에서는 먹거리 장터와 오후 공연무대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먹거리장터는 오후 2시30분 시청 앞 미래광장 부근 도로가 전면통제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을 앞둔 오후 3시40분부터 시청 현관 앞에 마련된 야외 기념식장에서는 부평구립풍물단의 식전 풍물공연이 시작됐다. 사물놀이의 흥겨움에 빠져들려고 하는 순간, 오후 4시가 됐고 예정된 기념식이 진행됐다. 당황스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시청 현관 앞 좁은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연탁 두 개가 없었다면 이 곳이 기념식장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행사 전후로 박남춘 시장은 개별 기념촬영에 응하느라 바빴다. ⓒ 이한기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의 사회는 인천대 3학년 김미지 씨가 맡았다. ⓒ 이한기
 
오른쪽 연탁 위에 놓인 마이크에서 "제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사회자는 인천대 3학년 김미지씨였다. 기념식장 주변에는 단체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꽃다발을 준비한 사람들, 인천시 공무원과 시의회 관계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치 졸업식을 마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듯한 산만하고 자유로운 풍경이었다. 기념식이 시작됐는데도 그 누구도 정렬하라고 하지 않았다. 어느새 박남춘 시장도 자연스럽게 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계단에 서 있었다. 참, 낯선 기념식 풍경이었다.

개회선언,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박남춘 인천시장의 기념사와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의 축사, 시민상 수상자 10명에 대한 시상식과 기념 촬영, 폐회 선언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가량. 식순에 나와있는 모든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 기념식은 '속전속결'로 끝났다. 
 
10월 15일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박남춘 시장으로부터 제40회 시민상을 받은 수상자는 모두 10명이었다. ⓒ 이한기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박남춘 시장으로부터 제40회 시민상을 받은 수상자는 모두 10명. 최윤호(공익), 임금자, 이진환(봉사), 서영숙, 인성철(새마을), 서향순(국제교류), 최용백(환경) 씨가 사회공익상 부문을 수상했다. 이와 더불어 문완진, 안성철(상공업), 정연희(농수산) 씨가 산업발전상 부문을 수상했다. ⓒ 이한기

짧고 굵은 기념식 진행의 비결은 짧은 인사말에 있었다. 이날 기념식에서 발언한 사람은 모두 세 명. 박남춘 시장의 기념사과 이용범 시의회 의장의 축사와 기념사가 각각 3분 안팎이었다. 그리고 시민상 수상자 가운데 한 사람의 소감 발표가 1분 남짓이었다.

산만해보일 정도로 자유로운 야외 기념식만큼이나 기념식은 지루함을 느낄 틈조차 없이 짧게 진행됐다. 오히려 기념식이 끝난 뒤 이어진 박남춘 시장과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의 개별 기념촬영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박남춘 시장으로부터 제40회 시민상을 받은 수상자는 모두 10명. 최윤호(공익), 임금자, 이진환(봉사), 서영숙, 인성철(새마을), 서향순(국제교류), 최용백(환경)씨가 사회공익상 부문을 수상했다. 이와 더불어 문완진, 안성철(상공업), 정연희(농수산)씨가 산업발전상 부문을 수상했다. 군더더기가 사라진 기념식이라 수상자들이 도드라졌다.

# 풍경3 - 야외 공연장의 미션, '시장을 찾아라'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행사 전후로 박남춘 시장은 개별 기념촬영에 응하느라 바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을 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찍던 포즈가 연상된다. ⓒ 이한기
  
10월 15일에 열린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은 마치 졸업식을 마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듯한 산만하고 자유로운 풍경이었다. ⓒ 이한기
 
시민의 날 기념식과 시민들과 개별 기념촬영을 마친 박남춘 시장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어봤다. 박 시장은 "애초 시장 취임식을 이렇게 열린 방식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태풍 재난에 대비하느라 취소했다"면서 "시민이 진짜 시장이니만큼 시장과 시민이 대등한 입장에서 기념식을 준비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너무 이례적이고 간소해 어색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박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기자에게 기념식 소감을 짧게 밝힌 박 시장은 시청 앞 트럭에서 시연 중인 로봇공연을 잠시 관람한 뒤 시민 공연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미래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 시장이 도착할 때는 공연이 예정된 15개팀 가운데 세번째인 '알펑키스트'라는 팀의 비보이댄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비보이 공연을 보는 순간, 시야에서 박 시장이 사라졌다. 잠시 후, 약 200석 가량의 좌석 맨 뒤편에서 박 시장이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방금 전, 박 시장이 했던 시민의 날 기념사가 떠올랐다. "저도 시장이 아닌 300만 인천시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모든 시민과 함께 오늘을 축하하고자 합니다." 15일 행사에서 박 시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행동했고, 인천시민들은 그를 이웃처럼 대했다. 어느 곳에서든 제지받지 않고 다가가 사진을 찍었고, 격의없이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 어울림 마당 시민공연 가운데 하나인 난타 공연 모습. ⓒ 인천시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및 어울림 마당 행사장 곳곳에서는 박남춘 인천시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인천시
  
행사 후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은 소감을 남겼다. 그는 "오늘도 시민 여러분께서 잘 차려주신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인천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야 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자도 200석 공연장 맨 뒤에 조그맣게 나온 박 시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페북에 올리며 이렇게 썼다. "미션, 박남춘 시장을 찾아라. ㅎㅎ". 그리고 생각했다. 의례적인 기념식이 사라진 자리, 시장이 시민으로 돌아간 자리, 그 빈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15일 인천시 행사가 던져준 물음표다.
 
10월 15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정에서 진행된 인천시민의 날 기념 시민공연 때 박남춘 시장은 객석 맨 뒤편에 앉아 시민의 한 사람으로 관람했다. ⓒ 이한기
태그:#인천시, #인천시민의날, #취임100일, #박남춘, #민선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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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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