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발표된, 카라멜 마키아또 같은 달달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에디킴의 '너 사용법'은 흔하니 흔한 사랑노래 가사와는 다르게 독특한 화법을 담은 곡이었다.

"부드럽게 무드있게 따뜻하게 꼭 안아 주시오 / 매일 한 번씩 사용하시오 / 부드러운 눈 마주칠 땐 미소 지어서 / 그녀를 웃게 Hey What's up beauty 말을 거시오"

그녀와의 연애에 필요한 사항을 매뉴얼 식으로 정리한 이 노래 이후 그는 < 슈퍼스타 K > 시즌4 출신 입상자 '김정환'(그의 본명)이 아닌, 가요계 유망주 '에디킴'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는 이어 언어적인 유희가 돋보였던 '팔당댐'(feat.빈지노),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 삽입된 '이쁘다니까', 리메이크곡 '내 입술 따뜻한 커피 처럼' 등을 거치면서 가요계의 '고막남친'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식 음반보단 디지털 싱글 위주의 활동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에디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혹은 기억은 조금씩 흐릿해졌다. 달달한 미드 템포 사랑노래 대신 'Bet On Me' 같은 경쾌한 펑키 음악 등 기존 색깔에 변화를 주는 그의 노력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뭔가 장벽이 부딪힌 모습 마냥 보여졌다.

그런 탓에 지난 11일, 무려 3년 9개월만의 새 음반이자 미니 3집 < Miles Apart >는 제법 큰 부담감 속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작품으로 언급할 만하다.

사랑의 달콤함은 지웠다... 이별의 감정 극대화
   
앞선 그의 주요 곡들은 대부분 자작곡들임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로 참여한 포스티노, 조정치, 정석원(015B) 등 선배 음악인들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반면 < Miles Apart >는 에디킴 본인이 프로듀서 역할을 맡으면서 자신의 음악에 잘 어울릴 만한 편곡자(구름, 서석원,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 등)를 직접 섭외하고 협업하면서 기존 장점의 극대화+새로움, 두 가지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여전히 단촐한 숫자의 악기 편성 속에  간결하게 부르는 에디킴의 목소리와 곡의 흐름은 신작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너 사용법', 'My Love' 등이 사랑의 기쁨과 즐거움을 품에 안은데 반해 이번 신보 속 'Last', '사랑 모양' 등에선 실연, 이별 등 이전과는 제법 달라진 소재를 소박한 분위기의 R&B로 이야기한다. 때론 '달라'처럼 격정적인 감정을 싣고 노래를 부른다.

"떠나가 버린 사람은 오히려 편해 / 준비를 다 끝내고 이별을 던져 / 너는 지금쯤 mingle / with all new people by now"

일렉트릭 기타+베이스+드럼을 중심으로 적당한 그루브를 양념처럼 끼얹은 타이틀 곡 '떠나간 사람은 오히려 편해'는 에디킴이 이번 신작을 빌려 말하고 싶었던 사랑의 아픔을 가장 잘 표현해낸다. 떠나간 이를 붙잡지 못한 누군가의 후회는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이들에겐 제법 유효한 공감대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이언티(윤석철, 서원진), 백예린(구름) 등 편곡자들의 이전 작업물 분위기가 일부 감지된다는 약점도 지녔지만 < Miles Apart >는 제법 오랜 기간 에디킴의 작품을 기다려온 이들에겐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할 만하다.

마치 150km짜리 강속구를 지녔지만 어느 코스에 던져야할지 잘 모르는 신참내기 투수 마냥 지난 몇 년 동안 에디킴은 본인만의 음악을 찾기 위한 기나긴 시간을 보낸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장점이면서 한편으론 고정된 이미지였던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노래 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쓰디 쓴 감정의 맛을 담은 곡들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늘어난 연륜 만큼 그가 들려주는 소리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에디킴에 대한 사용법을 이제야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