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UFC 229에서 열린 라이트급 타이틀전의 후폭풍이 거세다. 당시 대회에서 무패 챔피언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는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를 4라운드 2분 3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꺾고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 전부터 맥그리거의 도를 넘어선 도발에 화가 잔뜩 나있던 상태였다. 이전부터 맥그리거는 장외에서 시비를 걸며 멘탈을 무너뜨리는 방식에 아주 능숙했다. 상대들은 맥그리거와 싸우기 전부터 잔뜩 약이 올라있기 일쑤였고, 맥그리거는 그런 상대를 맞아 언제 그랬냐는 듯 냉정하게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영리함을 넘어 얄미울 정도였다.
 
 코너 맥그리거는 대단한 흥행스타지만, 결코 롤모델이 되어서는 안될 파이터다.

코너 맥그리거는 대단한 흥행스타지만, 결코 롤모델이 되어서는 안될 파이터다. ⓒ 코너 맥그리거 인스타그램

 
누르마고메도프를 상대로는 그 정도가 아주 심했다. 단순히 약을 올리거나 도발을 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무력행사까지 서슴지 않았다. 맥그리거는 누르마고메도프가 알 아이아퀸타(31·미국)와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을 앞뒀던 당시 이른바 버스테러사건을 저질렀다.

지난 4월 6일(한국 시간) 맥그리거는 UFC 223 미디어데이가 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 자신의 일행들을 끌고 와 누르마고메도프가 타고 있던 홍 코너 버스를 공격했다. 욕설과 함께 깡통을 던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철제 수레까지 집어던졌다. 그 과정에서 마이클 키에사, 레이 보그 등 여러 명의 선수가 다쳤고 결과적으로 3개의 매치업이 날아가 버리는 악재가 발생했다.

맥그리거는 자신과 친한 파이터가 누르마고메도프에게 모욕을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하려 한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명분을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상황이 설명되기는 어려웠다. 또한 어떠한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맥그리거는 법정에 서야 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하던 뉴욕 검찰이 10여일 후 "맥그리거가 UFC 223 기자회견용 주차장 경비원에게도 펀치를 날렸다"라고 밝히면서 팬들은 더욱 경악했다. 같은 파이터도 아닌 일반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점에서 그나마 맥그리거를 좋게 봤던 팬들마저도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누르마고메도프는 맥그리거에게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맥그리거의 트레이닝 파트너 딜런 데니스는 관중석에서 끊임없이 독설을 날리며 누르마고메도프를 자극했다. 가족, 종교를 건드리는 욕설이 쉬지 않고 튀어나왔고 이에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 중에도 관중석 쪽을 쳐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고 그 와중에 맥그리거는 케이지를 붙잡고 발가락을 거는 등 반칙까지 일삼으며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평소 '상남자' 콘셉트를 내세우며 거만함을 뽐내는 맥그리거였음을 감안할 때 상당히 추한 모습이었다. 경기전 독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합 중에 온갖 치사한 방법을 남발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러지게 만들었다.

맥그리거 팬들이 가득 찬 경기장, 맥그리거 측의 도를 넘어선 독설, 맥그리거의 교묘한 반칙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누르마고메도프는 맥그리거를 서브미션으로 제압했다. 그리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에서 자신에게 욕설을 멈추지 않던 데니스를 노리고 관중석으로 난입했다. 그 과정에서 맥그리거는 누르마고메도프를 따라 케이지를 넘어가던 세컨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했다.

양측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결국 선수는 물론 동료들끼리도 충돌하는 대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UFC 역사상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불상사였다. 결국 관중 폭동을 우려한 주최측은 옥타곤 인터뷰를 생략한 채 황급히 누르마고메도프, 맥그리거를 모두 퇴장시켜야했다.

이날 소동으로 인해 경찰서까지 다녀와야 했던 누르마고메도프는 네바다주 체육위원회의 징계 결과를 기다려야하는 입장이다. 경기 대전료 200만 달러(약 23억 원)도 징계 결과 이후에 받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벌금은 물론 대전료 몰수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출장금지 처분 등 중징계가 이어질지도 모르는지라 다음 경기 일정도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그야말로 경기를 잘 치러놓고 엄청난 피해를 보게 생겼다.

소동이 일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다혈질인 누르마고메도프를 책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자세한 사정이 밝혀지면서 "심정적으로 누르마고메도프를 이해한다"는 의견 또한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맥그리거는 UFC를 대표하는 인기 스타다. 그가 버티고 있기에 UFC 흥행의 중심축이 중량급에서 경량급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가 되고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에서 주변에 민폐가 극심했다는 점에서, 그는 종합격투계의 롤모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그는 페더급(2015년 12월), 라이트급(2016년 11월)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타이틀 방어전은 나 몰라라 한 채 이벤트 매치 등에만 집중하며 체급내 랭킹구도를 엉망으로 만든 바 있다. 타이론 우들리, 마이클 비스핑 등이 이를 따라하는 등 나쁜 선례가 되고 말았다.

누르마고메도프 전에서의 선을 넘은 독설 남발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는 지적이 많다. 종합격투기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이 아직도 좋지 못한 시점에서 해당 스포츠의 미래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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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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