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YG전자> 포스터.

넷플릭스 포스터. ⓒ Netflix

 
지난 5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넷플릭스가 협업해서 제작한 시트콤 <YG전자> 시즌 1이 베일을 벗었다. "<음악의 신> 제작진의 대환장 리얼 시트콤"이라는 홍보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의 신>과 <방송의 적> 등을 제작한 박준수 PD가 연출을 맡았다. 'B급 정서'를 잘 이끌어낸다고 평가받는 그의 참여에 공개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바 있다.

<YG전자>는 YG 내에서 가장 하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부서인 'YG전략자료본부'(이하 전략자료본부)로 빅뱅의 멤버인 승리가 좌천되었다는 설정으로, 다시 회장인 양현석의 신임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셀프 디스

본사에서 좌천되어 전략자료본부의 고문으로 가게 된 승리는 위기의 YG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중 'YG 가족의 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임무가 떨어진다.

승리는 인맥을 동원해서 가족의 날 행사 참석자를 찾는데, 설정 상 YG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코미디다 보니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한다. 대선배인 승리가 후배 가수들을 만나 가족의 날 행사에 와줄 것을 부탁하러 다닌다. 왕년의 '승츠비'의 꼴이 말이 아닌 셈.
 
 넷플릭스 <YG전자> 스틸컷 중 일부.

넷플릭스 스틸컷 중 일부. ⓒ Netflix

 
사실 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알다시피 YG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수많은 사회적 논란를 빚어온 바 있다. 방송 내에서 아티스트들을 등장시키면서 나름의 재미를 가미시키기 위해 그들의 논란을 하나하나 들추면서(?) '셀프디스' 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보인다. 예를 들면 약물 논란. 이는 YG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불명예 혹은 낙인이다. 가족의 날 행사에서 '도약과 발전의 YG' 팸플릿이 접혀서 '약발의 YG'가 되는 설정은 그나마 약한 수준이다. 

이제는 YG를 떠난 박봄을 섭외한 부분은 '약물논란 셀프디스'의 정점이라고 하겠다. 박봄의 약물 논란은 물론 박봄 본인의 책임도 있을 것이지만, 당시 YG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박봄 개인, YG, 2NE1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일들이었다. 그런데도 약물 논란을 희화화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는 방송에 섭외를 하는 것은 도의적 문제임과 동시에 2NE1의 팬이었던 나 같은 사람도 화나게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과거 일본 매체에 보도되었던 승리의 스캔들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기천사 처럼 잘 자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박봄 사건처럼 YG 차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팬들과 대중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굳이 왜 또 끄집어 낸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넷플릭스 <YG전자> 스틸컷 중 일부.

넷플릭스 스틸컷 중 일부. ⓒ Netflix

 
<YG전자>는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을 나열하면서 자신의 소속 가수, 혹은 탈퇴한 아티스트들의 논란이나 일탈을 희화화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해당 일탈에 대해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한 대중음악 시장에서 이런 일탈들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YG가 제기되었던 논란들을 정면돌파하며 '우리는 이런 일들도 유머로 쓸 줄 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걸까? 그렇지만 우린 이미 YG가 각종 논란에 대처하는 데에 그리 능숙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데.

법과 대중의 인식 모두 연예인의 일탈에 대해 좋게 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셀프 디스는 누구에게 득이 될까? 특히 해당 가수들의 팬들은 더더욱 이런 논란들에 민감하다. 되도록이면 이런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으면 바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할진대, '덕심'으로 <YG전자>를 시청하고자 했을 많은 팬들이 굳이 소속가수들의 과거 논란들을 희화화하는 장면들을 보고 재밌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YG 소속의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마냥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셀프디스가 훌륭한 유머코드가 되려면, 그 당사자에게만 웃긴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결국 중요한건 그 잘못 자체를 상기시키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어떻게 사려깊게 묘사할 것인지, 그리고 당사자는 그 과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고민하는데에 있다. 

그래서 셀프디스가 성공적인 유머 소재가 되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잘못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것은 디스는 될 수 있을지언정 유머가 되긴 힘들다. 그리고 그 디스는 당사자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몸캠, 성희롱이 그렇게 웃긴가
 
 넷플릭스 <YG전자> 스틸컷 중 일부.

넷플릭스 스틸컷 중 일부. ⓒ Neflix

 
마냥 공감하기 힘든 셀프디스의 물결이 지나가면 이제는 다른 부분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소속 아티스트로 재미를 최대치로 뽑아내겠다는 다짐을 했던 건지, <YG전자>가 아니면 하지 못할 일들이 자꾸 시도된다. 1화에서 블랙핑크 앞에서 팬이랍시고 YG 직원이 웃통을 벗고 달려드는 장면은 뜬금없고 불쾌하지만 그나마 약과다. 

YG 다큐의 투자자인 글로벌 미디어회사의 담당자가 YG의 떠오르는 신예를 다큐에 출연시켰으면 한다고 제안한다. 이에 신예 모델 알렉스를 데려오는데, 아무 맥락 없이 갑자기 대화에서 '몸캠'이 등장한다.

알렉스 :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라는 투자자의 말을 듣고) 괜찮을 거에요. 제가 힘이 되어 드릴게요.
투자자 : 정말 알렉스? 그럼 나 지금 알렉스와 너무 하고 싶은게 있는데, '몸캠' 알아? 너랑 몸캠하고 싶어. 나랑 몸캠 하자!
알렉스 : 몸캠 싫어요
승리 : 이 X끼가 배부른 소리 하고 있어?
투자자 : 옷 벗어!
알렉스 : 무슨 몸캠이에요 갑자기.
승리 : 야, 높으신 분이야.


사실 이 대화가 너무 뜬금없이 등장해서 뭐라 말하기도 힘들다. 어떤 맥락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건 '몸캠'이 그렇게 웃으면서 소비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에 과연 남성을 대상으로 한들 몸캠을 유머 소재로 삼는게 과연 온당할까.

시즌 내내 불필요한 비속어도 가득하고, 맥락에서 동떨어진 웃음 유발은 눈을 찌푸리게 만들곤 한다. 예를 들면 그룹 아이콘 매니저의 중요 부위를 찍고는 "YG의 미래가 아주 건강해 보이죠?"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이것이 성희롱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또 1화에 갑자기 등장하는 '은지원 개X끼'라는 낙서는 (정말 아무 맥락 없이 등장해서 그것이 어떤 장면이길래 나오는 것인지 말하는 것 조차 무의미할 정도다) <YG전자>가 시즌 내내 눈 씻고 찾아봐도 개연성이라고는 없고 눈살만 찌푸리게 하는 농담을 할 것이라는 예언 같아 보이기만 한다.

넷플릭스라서 기존 플랫폼에서는 잘 하기 힘든, 조금 더 도전적이고 'B급 감성'인 콘텐츠를 도전해봐야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새롭고 더 자유로운 미디어라고 해서 이런 아무 맥락 없는 코미디가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지 않을까. 이미 <YG전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팬들과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서 불매운동을 벌이기까지 하고 있다. <YG전자>의 앞길이 험난해 보이기만 한다.   
YG전자 넷플릭스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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