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이날 한화는 역대 최초로 연간 70만 관중을 돌파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이날 한화는 역대 최초로 연간 70만 관중을 돌파했다. ⓒ 연합뉴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된 한화 이글스의 최종 순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 와이번스의 2위 확정 매직넘버는 '1'로, 2위는 사실상 멀어진 상태다. 그러나 3위 수성도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4위 넥센 히어로즈가 1.5G 차로 여전히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와 넥센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두 팀의 이번주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확정될 전망이다.

한화는 현재 75승 66패 승률 0.532로, 정규시즌 잔여 경기는 3경기에 불과하다. 오는 9일 KT 위즈전, 10일 KIA 타이거즈전을 원정에서 치르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이후 13일 홈에서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소화할 예정이다. 반면 넥센은 11일까지 경기 일정이 없고, 12일 KT와 수원에서 원정 경기를 갖는다. 이튿날 대구 원정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는 것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한다. 홈 구장의 특성상 다른 팀들보다 쉬는 날이 많은 넥센은 남은 두 경기에서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한화로선 다소 껄끄러운 중상위권 팀들보단 하위권에 위치한 두 팀을 만나는 게 다행일 따름이다. 아직 3위를 확정하지 못했고, 넥센이 2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한화는 2승 이상을 거둬야 안전하게 준플레이오프로 향할 수 있다. 또한 오랜만에 단기전을 맞이하는 만큼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전력을 가다듬으면서 포스트시즌에 임해야 하는 것도 한화에게 승리가 필요한 이유다.

남은 기간 한화가 해결해야 할 것들... 3루 고민이 관건
 
베테랑으로서 묵묵하게 활약해왔던 송광민이 최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용덕 감독은 이에 대해 방향성을 언급하면서 팀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소 사유를 밝혔다. 올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100%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던 송광민이지만, 성적보다도 태도가 한용덕 감독을 화나게 만들었다. 팀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고 이야기한 한 감독이지만, 가을야구를 앞둔 한화에게 당장 주전 3루 고민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공-수 양면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 선수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크다. 타선에서는 한방을 쳐줄 우타 거포가 한 명 사라진 셈이고, 수비에서는 송광민만큼 좋은 수비를 보여줄 3루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회성, 오선진, 김태연 등 대체 자원이 있더라도 3루 고민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송광민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 여부에 대해선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았던 한용덕 감독의 마음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일단 잔여 경기에서는 나머지 선수들로 핫코너를 꾸려야 한다.

송광민이 없는 타선이 주춤한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9월 이후 타자들의 기록을 보면, 정근우(타율 0.365 4홈런 20타점)와 이용규(타율 0.319 1홈런 10타점), 김태균(타율 0.304 2홈런 6타점), 정은원(타율 0.302 3홈런 5타점)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방망이가 잠잠했다. 그나마 이성열이 10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게 위안거리였다.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비롯해 SK, 넥센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팀들의 타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넥센의 경우 외국인 타자 초이스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샌즈가 연일 장타쇼를 펼치고 있고, SK는 말이 필요 없는 홈런 부문 1위 팀이다. 두산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순이 거의 없는 지뢰밭 타선을 구축했다. 어느 한 팀도 만만한 타선이 없고, 단기전에서 흐름을 탄다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도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 '9월 이후 평균자책점 0.69' 이태양을 포함해 박상원, 송은범 등 불펜에서 두드러진 호투를 펼치는 투수가 보이지만, 선발진은 먹구름이 껴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 샘슨(9월 이후 4경기 1승 1패 ERA 7.36)과 헤일(9월 이후 6경기 2승 2패 ERA 5.14) 모두 흔들리고 있고, 토종 선발 고민은 진행형이다. 선발진 재정비는 가을야구 이전에 한화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3위와 4위는 다른 느낌... 준플레이오프 직행 여부 차이
   
 (대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 경기. 7회말 1사 주자 1,2루 한화 대타 최진행이 역전 3점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 경기. 7회말 1사 주자 1,2루 한화 대타 최진행이 역전 3점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3년간 3위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는 딱 한 번, 2015년 두산밖에 없었다. 2016년에는 KIA 타이거즈와 두 차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끝에 LG 트윈스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 넥센 히어로즈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의 경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 경기만 소화한 NC 다이노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제압하고 플레이오프로 향했다. 이를 두고 준플레이오프 직행의 가치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한 경기라도 덜 치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건 확실히 의미가 다르다. 더구나 선발진이 그리 미덥지 않은 한화라면 4위보단 3위로 정규시즌을 끝내는 게 훨씬 낫다. 1선발로는 샘슨이 유력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샘슨과 헤일 중 한 명은 반드시 선발로 등판해야 한다. SK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려면 준플레이오프도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게 한화의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한화 팬들은 그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정규시즌 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당당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한때 두산과 SK를 위협하기도 했다. 순위를 떠나서 그 저력만큼은 한화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이왕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상 조금이라도 더 길게 가을야구를 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정규 시즌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경기 수가 많진 않더라도 정규시즌 순위 확정과 포스트 시즌 준비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주일이 될 듯하다.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는 한화의 가을을 긴 시간 동안 볼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