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1-1로 비긴 FC서울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8.9.26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1-1로 비긴 FC서울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8.9.26 ⓒ 연합뉴스

 
FC서울(이하 서울)의 창은 무뎠고, 방패는 허술했다. 최근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수들의 몸부림은 거셌지만 탈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강등이라는 불안감이 그들을 점점 옥죄어 오고 있다.

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2라운드 전남드래곤즈(이하 전남)와 서울의 맞대결에서는 후반 29분 허용준의 결승골에 힘입은 전남이 1대 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남은 승점 32점을 기록, 같은 날 경기가 없었던 10위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하 상주)를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반면 서울은 최근 무승 행진을 9경기로 늘렸다. 격차가 컸던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과의 승점 차도 이제 5점 차에 불과하다.

양 팀은 승리가 다급했다. 리그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두 팀 모두 하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인천이 같은 날 대구FC를 꺾고 승점 3점을 추가했기에 꼴찌 탈출을 위해서는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3일 전 열린 FA컵 8강전에서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과의 맞대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지난 5일에는 미드필더 박준태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활동 정지 징계가 내려지는 등 구단 내·외적으로 암울한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전남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서울을 거세게 몰아치며 자신들의 경기를 풀어나갔다. 4-2-3-1의 포메이션에 입각해 중원과 측면 모두에서 단단함을 자랑했다. 3선의 유고비치와 김영욱이 중심을 세우며 밸런스를 잘 잡아갔고, 측면의 이유현과 완델손은 뛰어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후반 29분 허용준의 발끝이 빛났다. 쉽지 않은 슈팅 과정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서울의 골망을 갈랐다. 스플릿 라운드를 포함, 아직 6경기가 남아있어 강등에 대한 불안은 이어가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승리로 리그 2연패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선수단의 자신감마저 불어넣었다.  

서울의 숨길 수 없는 무딘 창과 무른 방패

서울도 상황은 좋지 못했다. 최근 8경기 동안 승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 가운데 9월 28일 이재하 단장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등 구단 분위기마저 뒤숭숭했다. 어떻게든 반전이 필요했다. 직전 라운드 상주전 무승부 이후 이을용 감독 대행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늦었지만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팀을 잘 추슬러 이번 경기부터 상승세의 발판을 만들어내겠다고 각오했다. 하지만 서울은 이번 경기에서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반전부터 상대에게 흐름을 쉽게 내줬고 의미 없는 공·수 전환만 계속될 뿐이었다.

서울은 공격적인 스쿼드를 들고 나왔다. 박희성과 안델손이 투톱을 형성했고, 최근 컨디션이 좋은 신진호와 하대성이 2선을 담당했다. 신진호와 하대성이 전남의 두터운 중원 압박을 뚫어낸 후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진에게 찬스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중이었다. 특히 하대성의 복귀는 서울에게 있어서 천군만마였다. 100%의 몸 상태는 아니지만 지난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번 경기에서도 서울 선수 중 밥값을 해낸 선수를 뽑자면 하대성뿐이었다. 미드필드진에서 전남 선수들의 압박을 풀어내며 어떻게든 패스 줄기를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수비 시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전반 34분 전남의 마쎄도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할 때 그의 태클이 없었더라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장면이었다.

이러한 하대성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 상주전에서 오랜만에 골 맛을 본 박희성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러한 기대는 아쉬움으로 돌아갔다. 걸출한 피지컬을 이용해 공을 지키는데 까지는 무리가 없었으나, 그 이후 플레이에서 둔탁함을 지울 수 없었다. 1선과 2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격 패턴을 시도한 안델손과 조영욱도 노력에 비해 성과물은 제로에 가까웠다. 전반 중반부터는 크로스와 마지막 패스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공격수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마저 줄어들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격의 빈공뿐만 아니라 무른 수비력도 서울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 전남의 공격도 완전치는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이유현에게 많은 힘을 싣고 측면 공격을 풀어냈으나, 득점으로 이어질 만한 찬스는 많지 않았다. 서울의 수비수들이 측면 공간만 잘 방어해 낸다면 손쉽게 수비를 가져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석영은 이유현의 빠른 발에 고전했다. 서울 공격 시 윤석영이 오버래핑한 상황에서 공을 뺏기니 측면 공간은 이유현의 차지였다. 이웅희와 김동우의 협력 수비도 문제가 있었고, 고요한의 수비 가담도 한발 늦었다. 측면 공간에서 균열이 나기 시작하자 포백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공간도 잘 메꿔지지 않았다. 전남의 허용준과 김영욱, 유고비치 등 2선 공격진들이 자유롭게 서울 중앙 공간을 점유했고, 이후 원활한 패스 플레이로 서울 수비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전·후반 내내 이어지던 안일한 수비가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후반 29분 전남의 공격 상황에서 윤종규가 타이트한 마킹을 가져가지 못했고, 허용준이 쉽게 득점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먼저 선제골을 허용한 이을용 감독 대행은 스코어를 뒤집기 위해 후반 14분과 32분, 신진호와 윤석영을 빼고 공격수 이상호와 에반드로를 투입했다. 수비 숫자를 줄이더라도 높은 위치에서 공격권을 뺏어 곧바로 득점으로 잇겠다는 승부수였다. 그러나 서울의 수비는 오히려 불안해져갔다. 전남이 수비 성공 후 빠른 역습으로 공격을 이어가자 수적 우세를 잃은 수비수들이 촘촘한 라인을 맞춰내기란 어려웠다. 후반 막바지 상대를 더욱 거세게 몰아쳐야 할 시점에 동점골은 고사하고,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정도로 수비가 흔들렸다.

'걱정 말아요 그대?' 서울 이제는 걱정해야 한다

이날 패배로 서울은 많은 것을 잃었다. 우선 하위 스플릿행이 확정됐다. 서울의 승점은 35점. 6위 강원FC(이하 강원)에 4점이 뒤진다. 정규 라운드가 이제 딱 한 경기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승리해도 강원을 따라잡을 수 없다. 서울은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2013년 이래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향하게 됐다. 시즌 초반부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똘똘 뭉치며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리겠다는 목표는 뜬구름이 된지 오래고, 상위 스플릿 진출도 이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서울은 스쿼드의 공백까지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후반 39분 고요한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이후 2경기 출전이 불가하다. 공과 상관없는 상황에서 전남 허용준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기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서울은 미드필드진에 많은 부상자가 존재한다. 김성준이 지난 7월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사실상 시즌 아웃됐고, 송진형과 정현철, 정원진 등도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 말리는 강등 싸움을 이어가는 시점에서 100% 전력으로 경기를 치러도 모자를 판에 '에이스' 고요한의 이탈은 팀에 치명적인 손실이다.

서울은 2016년부터 빅매치마다 하프타임 때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를 틀곤 했다.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낼 테니 팬들은 걱정하지 말고 경기를 즐기라는 빅클럽으로서의 멋이자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게 되는 12위 인천보다 승점이 5점밖에 많지 않고,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11위 전남과는 3점 차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과거 강등팀들과의 강등 패턴이 똑같이 닮아 있다는 것이 팬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기업구단 최초 강등을 당한 부산아이파크가 2015년 그랬고, K리그 최다 우승팀인 성남FC가 2016년 그랬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강등에 대해 안일해졌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추락했다. 불과 2년 전 K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리그 최고의 빅클럽으로 꼽히던 서울의 자존심이 한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을용 감독 대행과 선수들은 빠른 시일 내의 승리를 통해 어떻게든 '위닝 멘탈리티'를 회복해야 한다. 정말 걱정하지 않으면 강등이 보이는 것보다 가깝게 다가와 있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리그1 전남드래곤즈 FC서울 경기리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