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의 절대강자였던 tvN <미스터 션샤인>이 종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tvN은 김희선을 내세운 후속작 <나인룸>으로 수성에 나섰고, <미스터 션샤인>의 기세에 눌려있던 SBS와 MBC 역시 각각 김윤진 주연의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하 미스 마)과 이유리 주연의 <숨바꼭질>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들의 불꽃 튀는 주말극 대전이다. 
 
 tvN 새 주말드라마 <나인룸>

tvN 새 주말드라마 <나인룸> ⓒ tvN

 
'제2의 전성기' 김희선, '품위녀 열풍' 재현할까

 
세 작품 중 가장 기대를 모은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나인룸>이다.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이 2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터전을 물려준 데다가 김희선, 김해숙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포진했고, <국희><패션70S><장사의 신-객주>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정성희 작가가 집필을 맡았기 떄문이다.
 
특히 주연배우 김희선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1995년 KBS <목욕탕집 남자들>로 스타덤에 오른 이래 <컬러><프로포즈><미스터Q><토마토><해바라기><세상 끝까지><안녕 내사랑> 등으로 당대 비교가 불가능한 흥행력과 인기를 과시했던 김희선은 2017년 JTBC <품위 있는 그녀>를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우아진 역을 맡아 김선아와 함께 치열한 연기대결을 펼친 김희선은 탁월한 캐릭터 분석과 절제된 연기력으로 극 전반을 무리없이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배우 부문 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tvN <섬총사>, 올리브 <토크몬> 등의 예능 프로그램 MC를 맡아 대중적 인지도를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나인룸>에서 희대의 악녀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와 운명이 바뀐 변호사 '을지해이'로 안방극장 공략에 나섰다. 흥행불패라는 복수극 장르의 외피를 입고 캐릭터 간의 치열한 심리 싸움, 미스터리한 사건을 둘러싼 추리를 더해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를 천명하며 자신있게 나선 것이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tvN이 공격적이라고 할 만큼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데다가 '김희선의 컴백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첫 방송 이 후에 관심도를 유지하며 상승세를 이끌어 갈 수 있느냐다. 주인공을 맡은 김희선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SBS 새 주말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SBS 새 주말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 SBS

 
19년 만의 드라마 컴백, 김윤진의 '뜨거운 도전'
 
SBS는 <미스터 션샤인>과 붙어 상당한 선전을 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기세를 몰아 김윤진 주연의 <미스 마>로 맞불을 놓는다. <미스터 션샤인>에 빼앗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되찾아 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드라마 왕국'으로서의 자존심까지 지키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1999년 KBS <유정> 이후, 19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하는 김윤진의 각오도 남다르다. 주로 할리우드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 활동했던 탓에 가장 대중적이라고 하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강하고 줏대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 온 그는 이번에도 '김윤진스러운'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미스 마>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성 탐정 '미스 마플'이 등장한 에피소드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로,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여자가 진범을 찾아가는 파란만장한 과정을 담고 있다. 김윤진 특유의 통쾌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 묘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성별곡><바람의 나라><닥터 이방인> 등으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해 온 박진우 작가가 대본 집필을 맡았고 정웅인, 고성희, 최광제, 성지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보탰다. 낯선 한국 드라마의 촬영 분위기를 극복하고 김윤진의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얻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 MBC

 
갈 길 바쁜 이유리, <숨바꼭질>로 자존심 지킨다
 
후발주자인 김희선과 김윤진에 비하면 선발주자로 나선 이유리는 갈 길이 바쁘다. <왔다 장보리><천상의 약속><아버지가 이상해> 등으로 '시청률의 여왕'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이유리는 최근 <숨바꼭질>의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한동안 고생을 했다. 강력한 경쟁작인 <미스터 션샤인>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동시 퇴장한 지금이야말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여건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우선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보합세를 기록하고 있어 언제든지 시청자 층을 규합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다. 게다가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경쟁작들과 달리 <숨바꼭질>은 등장인물 간의 갈등 구조가 확고해지면서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게다가 최근 안방 극장에서의 흥행 실적만 놓고 보자면 이유리는 김희선과 김윤진의 커리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두 여배우만큼 대형배우라는 느낌은 없는 대신에 흥행력과 대중적 신뢰도가 상당한 것이다. '믿고 보는 이유리'라는 세간의 평가가 계속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숨바꼭질>의 흥행세는 여전히 이유리의 연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다만, 반환점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여전히 넘지 못했다는 것은 불안요소다. 새로운 주말극 대전이 벌어지는 10월 6일, 반드시 두 자릿수 시청률을 확보하며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이 <숨바꼭질>과 이유리의 '지상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김희선, 김윤진, 이유리의 피 말리는 주말극 대전이 드디어 시작됐다.
김희선 김윤진 이유리 나인룸 미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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