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 포스터 ⓒ 영화사 진진
1960년대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에 있어 주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 직접적, 즉각적, 실제적으로 접근하는 '다이렉트 시네마' 경향을 주도한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90이 가까운 나이에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전설적인 감독이다.
<뉴욕 라이브러리>(2017)은 작년에 열린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이후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영화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 상영, 지난 5일 개최한 CGV아트하우스 스크린문학전 상영 이후 오는 1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제목에서 어느정도 드러났듯이, <뉴욕 라이브러리>는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뉴욕 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NYPL)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맨해튼에 위치한 본관 포함 뉴욕 전지역에 85개 분관을 가진 세계 5대 도서관이며, <뉴욕 라이브러리>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스파이더 맨> <오즈의 마법사> <섹스 앤 더 시티>에도 등장한 바 있는 뉴욕의 명소다.
흔히 도서관은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고 도서와 관련한 강의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85개 분관을 가지고 있는 뉴욕 공립도서관은 도서 및 기타 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하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맨해튼에 위치한 본관에서 열렸던 리처드 도킨스의 열띤 강연으로 시작하는 <뉴욕 라이브러리>는 유명 인사의 강연 외에도 예술 공연,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나아가 취업 박람회까지 여는 뉴욕 도서관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85개 분관에서 다양하게 열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역시 체계적인 도서관 운영 계획 및 효율적인 예산 배정 및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뉴욕 라이브러리>에는 뉴욕 공립 도서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조직 내부의 치열한 토론 현장까지 담아, 도서관 운영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시민들에게 좀 더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뉴욕 공립 도서관은 시 정부에서 나오는 예산 외에도 고액 기부자 유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매년 시 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받기 위해 신경 써야할 것도 이것저것이 아니다.
뉴욕 공립 도서관의 이모저모를 다룬 <뉴욕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뉴욕 공립 도서관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개입도, 판단도 하지 않는다. 와이즈먼 영화에 특화된 촬영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현장을 꼼꼼히 기록하고 카메라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볼 뿐이다.
▲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정신이상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매사추세츠주 소재의 한 병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제시하고 있는 데뷔작 <티티컷 풍자극>(1967) 이후 일명 공공기관 5부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을 발표한 와이즈먼 감독은 학교, 경찰, 의료, 법정, 사회복지센터 등 미국의 주요 기관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관료적 시스템 속에 벌어지는 비인간화 현상을 지적하여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왔다.
이후 공공기관에서 예술(기관)으로 작품 영역을 확장한 와이즈먼은 어쩌면 공공기관과 예술 두 경계에 놓여있는 도서관을 다루며 독창적이면서 날카로운 그만의 영화 세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시민들을 위한 여러 공공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시대 감각에 조우하는 NYPL의 탁월한 기획력이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분관이 위치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자 하며, 수많은 인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뉴욕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인종, 여성, 환경, 노동과 같은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오늘날 도서관을 포함한 문화·예술 공공기관 운영이 지향해야 할 가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