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넣고 기뻐하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 로이터/연합뉴스



리오넬 메시가 또 한 번 '메시' 했다. 4일(한국 시각) 오전 4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경기에서 메시가 날아올랐다.

메시가 반짝반짝 빛났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기습적인 침투 패스로 필리페 쿠티뉴의 선제 득점의 시발점 역할을 한 메시다. 메시는 전반 28분 루이스 수아레스를 향한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보냈고, 토트넘의 수비진이 붕괴된 틈을 타 이반 라키티치가 놀라운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전도 메시의 시간이었다. 간결한 왼발 슈팅으로 골 포스트를 두 차례 강타한 메시는 후반 11분 호르디 알바의 크로스를 가볍게 마무리했다. 해리 케인의 득점으로 토트넘이 2-1로 점수 차이를 좁힌 순간 끼얹은 찬물 같은 골이었다. 후반 45분 다시 득점에 성공한 메시는 바르사의 4-2 쾌승에 선봉장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단순히 득점에 국한되지 않고 공격 작업 전체에 있어서 메시의 영향력을 거대했다. 메시가 공을 잡으면 경기장이 술렁일 정도였다. 어떤 선수에게는 '인생 경기'로 꼽혀도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허나 메시에게는 흔한 일이다.

메시는 수없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을 무너뜨렸다. 토트넘을 처음으로 만난 메시는 자신이 정복한 EPL 팀 목록에 토트넘의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토트넘전 멀티골로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한 메시가 잉글랜드 팀들을 무너뜨린 기억을 다시 돌아본다.

런던을 놀라게 한 단발머리 소년의 등장 (vs. 첼시FC)

메시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났다. 만 18세의 나이로 바르사에서 데뷔한 메시는 이듬해부터 주전급 멤버로 곧장 입지를 다졌다. 프랑스의 작은 윙어 루도빅 지울리와 출장 시간을 나눠가지며 팀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2005-2006 시즌 챔피언스리그(아래 UCL)는 메시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대회가 됐다. 16강에서 당시 EPL 챔피언 첼시FC를 만난 바르사는 1차전 스탬퍼드 브릿지 원정에서 메시를 선발로 내세웠다.

메시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호나우지뉴, 사무엘 에투와 쓰리톱을 이룬 메시는 폭발적인 속도로 첼시의 측면을 부쉈다. 큰 형의 유니폼을 몰래 훔친 듯 헐렁한 상의를 입은 소년 메시의 겉모습은 허술했지만 실력은 이미 형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메시를 막아야했던 첼시의 왼쪽 풀백 델 오르노는 곤경에 빠졌다. 메시가 공을 잡고 뛰기 시작하면 뒤꽁무니를 쫓아가기 바빴다. 메시를 방어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친 파울을 선택한 델 오르노는 결국 레드카드를 받고 하프타임이 오기도 전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후반전도 메시의 활약은 치명적이었다. 쉴 새 없이 첼시 수비진을 뚫어냈다. 돌격대장 메시의 환상적인 활약 덕에 바르사는 첼시 원정길에서 귀중한 2-1 승리를 따냈다. 메시는 공격포인트를 만들지 못했지만 자신의 재능이 진짜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메시의 프로 첫 잉글랜드 침공기는 위대한 역사의 서막이었다.

웸블리에서 역대급 반열에 오르다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5-2006 시즌부터 유럽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메시는 단숨에 정상을 정복했다. 펩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메시는 2009년 첫 번째 발롱도르 수상자가 됐다. 매 시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메시의 경기력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0-2011 시즌은 메시가 현존하는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급의 선수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시즌이다. 하이라이트는 UCL 결승이었다. 장소는 2007년 새롭게 완공을 마친 '뉴(new)웸블리'였고 상대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2009년 UCL 결승에서 바르사에게 패하며 눈물을 흘렸던 맨유의 승리를 향한 갈망은 강렬했다. 그러나 맨유는 바르사가 역대급 팀 반열에 오르는 발판에 불과했다. 사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로 이어지는 중원 삼각편대의 기술에 맨유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그래도 나름 버텼다. 선제 실점에도 불구하고 웨인 루니의 동점골로 1-1로 전반전을 종료했다. 맨유의 희망은 메시가 산산조각냈다. 이미 전반전부터 압도적인 드리블 능력과 돌파로 맨유 수비진들을 괴롭힌 메시는 후반 9분 결승골을 작렬했다. 전매특허인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키퍼 반 데 사르를 뚫고 골망을 갈랐다.

다비드 비야의 추가골도 메시의 돌파로 야기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놀라운 바디페인팅과 폭발적인 속도로 루이스 나니를 제쳤다. 메시가 공을 만지면 패닉에 빠졌던 맨유는 비야의 쐐기포에 침몰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 불리는 퍼거슨이 경기 내용이 분해서 손을 벌벌 떠는 모습이 포착됐을 정도다. 그만큼 메시와 그 동료들은 웸블리를 자신들의 안방마냥 휘저었다. 이날의 경기는 메시가 '영국의 축구성지'에서 역대급 반열에 오르는 경기로 남게 됐다. 

'축구의 신(神)' 북런던을 침묵시키다 (vs. 아스날FC)  

2015-2016 시즌 5년 만에 북런던을 방문한 메시는 이미 '축구의 신(神)'이었다. 아스날을 상대하는 메시에게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당시 아스날을 상대로 4경기에서 6골을 넣은 그의 기록이 여유의 이유였다.

편안함 속에서도 승리를 향한 의지는 돋보였다. 5년 전 원정길에서 패한 기억을 씻겠다는 자세였다. 메시는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트리오의 리더로서 공격 작업 전반에 관여했다. 네이마르와 수아레스의 위협적인 슈팅의 시작에는 언제나 메시가 있었다.

아스날은 나름 분전했다. 메수트 외질을 중심으로 바르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스날은 빠른 속공으로 바르사의 허를 찔렀다. 테어 슈테켄의 슈퍼세이브가 없었다면 선제골은 아스날의 것이었다.

그러나 슈테켄이 아스날의 공격을 견뎌냈고 기어코 메시가 차이를 만들었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바르사쪽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온 메시는 후반 26분 네이마르의 패스를 받아 MSN표 역습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때린 슈팅이 허공을 가른 아스날 선수들과 달리 메시의 슛은 가볍게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개인 커리어상 최초로 골키퍼 페트르 체흐를 뚫고 득점에 성공한 메시는 신나게 아스날 수비진을 유영했다. 결국 메시는 후반 38분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깔끔히 넣었다. 북런던을 수차례 침공했던 메시는 이날 북런던의 주인이 됐다. 지난 밤 북런던의 또 다른 팀 토트넘도 메시에 의해 무너졌다. 이제 메시 이름만 듣고도 북런던이 벌벌 떠는 일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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