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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남자와 택시를 함께 타본 적이 있는가? 분명 콜택시였음에도 앞자리에는 낯선 남자가 동행하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남자와 택시를 함께 타본 적이 있는가? 분명 콜택시였음에도 앞자리에는 낯선 남자가 동행하고 있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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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밤 늦게 시골 지역의 친척 집을 방문한 나는 귀가를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콜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호출하여 심야 귀가를 위해 자주 이용하는 수단이다.

택시가 도착하고 차에 오르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그랬다. 분명 콜택시였음에도 앞자리에는 낯선 남자가 동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내가 타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속닥거리며 대화를 이어간다. 심지어 내가 먼저 목적지를 말하기 전까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가만히 보니 조수석에 붙어있어야 할 택시 운전 면허증도 없다. 가끔 룸미러로 흘깃 보는 것도 그렇고 꽤 신경이 쓰였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일어난 이 일련의 상황,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이러려고 택시를 부른 것도 아닌데, 택시 내 침묵의 공간은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 뒤늦게 용기를(?) 내서 물어보니, 택시기사의 친구란다. 허나 진짜 친구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친구라 해도 합승은 당연히 불법행위다. 나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기사를 쓸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할수록 이건 아니다 싶다. 또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을 것도 같다. 특히 여성이 택시를 불렀는데, 낯선 남자가 미리 타고 있다면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남자인 나도 찜찜한데, 여성들은 오죽할까.

택시 합승은 지난 1982년 전면 금지됐다. 합승으로 인한 요금 시비와 각종 범죄 등의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승이 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함께 탄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동승자에 대한 정보 부재는 합승 손님의 불신과 이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이 속출했고, 또 범죄에 악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 택시 합승이나 기사와 동행하며 운행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적발될 경우 택시기사는 2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내야 하며, 같은 행위로 2번 이상 위반 때는 일정 기간 운행이 정지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정부가 36년 만에 택시 합승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 논란이 됐다. 출퇴근과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저렴한 요금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여성들의 경우라면 모르는 남성과 함께 택시를 합승하는 게 충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심야에 어려운 일을 당했을 경우 방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택시 합승제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한 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혹시라도 택시에 낯선 남자가 미리 타고 있다면, 반드시 탑승을 거부해야 한다.


태그:#모이, #택시, #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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