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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명절이 되면 더 외롭고 쓸쓸한 이들이 있다. 무연고자로 센터나 그룹 홈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노숙자 등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산바다여행클럽 회원과 함께0하는 청년들이 사진을 찍었다.
▲ 은행 나무 앞에서 산바다여행클럽 회원과 함께0하는 청년들이 사진을 찍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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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가 시작되는 9월 22일 강화화문석 마을에서는 특별한 어울림 잔치가 열렸다. 정신지체 장애 청년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등산을 하는 동호회 회원과 장애인이 함께 한, 강화 여행과 명절 음식 나누기 행사다.

이 행사는 등산 동호회 산바다 여행 클럽이 주최하고 50플러스 사회공헌전문단 해왕, 생명평화포도농장, 넉살좋은 강화로 여행, 강화도 화문석 마을, 베떼르망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함께 한 청년들은 정신지체 장애를 지닌 무연고자로 그룹 홈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이다. 그들이 함께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행사를 주최한 '산바다여행클럽' 회원 양나미씨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 '교남 소망의 집' 장애인들과 봉사산책을 한다고 말했다.

"햇빛을 받으며 트래킹을 하면서 제 자신이 힘을 받고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50이 넘으면서 불면증이 오더라고요. 햇살을 듬뿍 받으며 몸을 움직이는 것은 모두의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엔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웠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위로받고 힐링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하고 있는 소모임 활동이 독거 어르신 등에게도 확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행은 '넉살좋은 강화로 여행' 함경숙 문화기획자의 해설을 들으며 차량 투어를 한 뒤 화개산에 올랐다. 천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소원을 빌기도 했다. 평화의 섬 교동도 대룡시장 스탬프 투어를 마치고 작은 기념품도 받았다. 석모도 햅쌀로 송편 빚기, 전 부치기 등 본격적인 어울림 행사는 강화도 화문석 마을에서 진행됐다.
  
 송편 빚는 법을 배워 열심히 송편을 빚는 청년등
▲ 송편을 빚는 청년들  송편 빚는 법을 배워 열심히 송편을 빚는 청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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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송편이 터져서 속이 나와 버렸어요."

송편 빚는 법을 배워 처음으로 송편을 빚다보니 속이 삐져나오기도 하고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청년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 청년은 속을 넣어 모양을 내는 것이 어렵다며 반죽을 주물러 소를 넣을 피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다른 청년은 손가락으로 꾹 눌러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송편을 빚기도 한다. 다른 청년은 소로 넣을 밤과 콩을 까고 어떤 청년은 전 부치는 것을 돕기도 한다. 다 부쳐진 전을 가져다 친구들 입에 넣어주는 청년도 있다.
  
  제각각인 모양은 다 다른 우리 모습과 같아요~
▲ 다양한 모양의 송편  제각각인 모양은 다 다른 우리 모습과 같아요~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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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섬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햅쌀밥, 전, 김치, 돼지불고기, 양파오이장아찌, 막걸리까지 준비된 상이 차려지고 청년들과 함께 한 봉사자들이 어울려 서로를 격려하며 밥과 떡을 나누어 먹는다. 함께 하지 못한 그룹 홈의 동료들을 위해 전과 떡을 싸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룹 홈 동료에게 가져다 줄 전을 포장하고 있다.
▲ 직접 만든 전을 동료에게  그룹 홈 동료에게 가져다 줄 전을 포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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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이들과 함께 1박 2일로 강화도를 찾았다고 한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이었지만 밖으로 나온 청년들은 무척 활기찼고 재미있었다며 다시 강화도를 오고 싶어 했단다. 긴 명절 연휴에 갈 곳이 없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어울림 한마당 프로그램을 강화도 화문석 마을에서 기획한 이유다.

화문석 마을 대표는 기꺼이 행사를 응원해 장소를 제공하고 막걸리도 한 상자 선물했다. 살맛나는 강화도를 꿈꾸는 시민연대 모임인 '살강시대'와 '넉살좋은 강화로 여행' 회원들이 기꺼이 음식을 준비해 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해줬다.

돌아오는 길에 생명살림 포도농장에 들러 포도 따기를 체험하고, 딴 포도를 맛보고 한두 송이씩 가져오기도 했다. 협동조합이면서 순수 유기농으로 포도농장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날씨 영향으로 당도는 높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아 조기에 판매를 끝낸 상태라고 한다. 공동 경영자 세 명 모두 장애인과 함께 하는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고 생활공간을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차별과 편견이 싹트는 것은 아닐까. 누구든 그들과 함께 활동을 해보면 사실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장애는 생활을 하는데 있어 조금 불편한 상황일 뿐이니 말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를 넘어 함께 어울려 행사가 아닌 일상의 어울림 마당에서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태그:#장애인과 함께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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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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