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세계선수권 대표팀, 이소영(왼쪽)과 이재영 선수 (진천선수촌, 2018.9.21)

여자배구 세계선수권 대표팀, 이소영(왼쪽)과 이재영 선수 (진천선수촌, 2018.9.21) ⓒ 박진철


길었던 여정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인 2018 여자배구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오는 29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일본에서 열린다.

대표팀은 지난 5~6월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를 시작으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험난한 국제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부족함도 절감했다.

네이션스 리그에서 한국 여자배구 사상 처음으로 중국 홈구장에서 중국 성인 대표팀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여세를 몰아 유럽 강호 러시아마저 3-0으로 꺾었다. 중국·러시아가 일부 주전 멤버가 빠지긴 했지만, 1세트만 따내도 선전이라고 여겼던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체력 저하와 서브 리시브·수비 조직력 등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태국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매 세트마다 앞서가다 중반 이후 역전을 당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연경·이효희 절실함, 후배들 열정 결합 '분위기 최고'
 
 김해란(왼쪽·리베로)과 이나연(세터) 선수

김해란(왼쪽·리베로)과 이나연(세터) 선수 ⓒ 박진철

 
올해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 대회도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1년 농사에 대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결정판이다. 프로배구 구단들도 여자배구의 2018~2019시즌 V리그 일정을 세계선수권 뒤로 연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V리그 출범 이후 국제대회 출전을 이유로 정규리그 개막을 남자배구와 분리해서 뒤로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팀 선수들도 세계선수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1일 남자 고교 팀과 연습경기를 실시한 진천선수촌에는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 유지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김연경·이효희 등이 앞장서서 후배 선수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언하고,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박수와 칭찬을 보냈다.

이제 결실을 거두는 것만 남았다. 주어진 조건은 상당히 불리하다. 2라운드(16강 리그) 진출이 험난한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한국이 속한 C조는 만만한 팀이 한 팀도 없다. 반면 다른 조들은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팀이 2팀 이상 포함돼 있다. 이는 16강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이다. 하필 그런 조를 모두 피해 16강 진출마저 가장 치열한 조에 속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 강호 대열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미리부터 지나치게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한국 여자배구는 런던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에서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예상을 깨고 좋은 경기를 펼친 전례도 많았다.

한국이 죽음의 조를 통과해서 16강 진출만 이뤄내도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새롭게 재편될 '세계랭킹 순위'에서 현재 10위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14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않아 세계선수권 랭킹 점수가 매우 낮은 상태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수록 상대적으로 세계랭킹 상승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화려한 마침표'를 위한 조건
 
 '장신 고고생 3인방'... 왼쪽부터 박은진(188cm), 이주아(186cm), 정호영(190cm)

'장신 고고생 3인방'... 왼쪽부터 박은진(188cm), 이주아(186cm), 정호영(190cm) ⓒ 박진철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선수 모두가 '원팀'(One Team)이 되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공격 부문에서 김연경을 도와줄 이재영, 박정아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세계선수권 대표팀에 새로 합류한 김해란, 이나연, 이소영, 오지영의 소금 같은 역할도 꼭 필요하다. 특히 수비 부문에서 김해란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소영은 레프트 공격진이 흔들릴 때 수비와 공격에서 활로를 열어야 하고, 이나연도 이효희의 백업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장신 고교생 3인방도 조커로서 분위기 전환에 힘을 보태야 한다. 언니들을 믿고 거침없이 달려들어야 한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효율적인 경기 운영과 철저한 상대 팀 분석도 뒤따라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 대표팀은 29일 태국전을 시작으로, 아제르바이잔(9월 30일), 미국(10월 2일), 러시아(10월 3일), 트리니다드토바고(10월 4일) 순으로 맞대결한다. 2라운드(16강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태국, 아제르바이잔을 상대하는 초반 2연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는 국내 종편 방송사인 TV조선이 한국 팀의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한국 팀의 경기를 재방송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V리그 김연경 세계선수권 KOV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비록 모양이 틀려도 왜곡되지 않게끔 사각형 우리 삶의 모습을, 동그란 렌즈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