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초 1사 1루, kt 윤석민이 좌월 2점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홈런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초 1사 1루, kt 윤석민이 좌월 2점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로 1군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kt 위즈에게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슈퍼루키' 강백호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데뷔 1년차에 팀의 핵심 선수로 거듭났고, 로하스와 황재균 등 주축 타자들의 활약이 더해져 타선이 지난 시즌보다 한층 강해졌다. 타선만 놓고 보면 결코 하위권 전력은 아니다.

2015년 129개, 2016년 116개, 2017년 119개였던 팀 홈런이 올핸 187개(22일 기준)로 시즌이 아직 진행중인 시점임에도 창단 이후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을 깔끔하게 갈아치웠다. '홈런군단' SK(206개)에 이어 팀 홈런 부문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남은 16경기에서 경기당 홈런 1개씩만 보태더라도 200홈런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담장 밖으로 많은 타구를 넘긴 만큼 상대에게 내준 홈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피홈런 176개로 이미 지난 세 시즌(2015년 154개, 2016년 145개, 2017년 174개)보다 훨씬 많은 피홈런을 기록했고, 리그에서 kt보다 피홈런이 많은 팀은 없다. 타선은 강해졌지만 마운드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면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팀 성적이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겉모습만 화려했던 1~3선발, 그리고 계속 이어진 토종 선발 고민

김진욱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5할 승률이었다. 5할은 물론이고 1군 진입 이후 시즌 4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한 kt에게는 나름 큰 도전이었다. 최하위 탈출과 더불어 중위권까지 노리겠다는 계산을 세웠다. 김 감독이 이런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무게감 있는 선발진이었다. 적어도 3선발까지는 다른 팀들과 견줘봐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우선, 2011년부터 7년간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하며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선 니퍼트가 kt 유니폼을 입었다. 조금씩 구위가 떨어지고 있는 투수이기는 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다방면에서 kt에게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올 시즌 25경기(선발 24경기) 동안 150.2이닝을 소화해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이상 매 경기 6이닝 정도는 거뜬하게 버텼다. 여기에 지난해 평균자책점 부문 타이틀 홀더를 차지한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피어밴드, 성장 가능성을 드러낸 고영표까지 선발진의 한 축을 맡게 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겉모습만 화려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니퍼트(25경기 7승 7패 ERA 4.36), 피어밴드(23경기 6승 7패 ERA 4.33), 고영표(23경기 5승 9패 ERA 5.23) 모두 10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고영표의 경우 전반기까지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으나 후반기 5경기에 등판해 1패 ERA 8.07로 부진했다. 7월 7일 롯데전을 끝으로 퀄리티스타트도 기록하지 못했고,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에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등판하는 것이 어려웠다. 타선의 득점 지원, 수비력 등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투수만 잘 던져서 이길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김 감독의 기대와는 다소 어긋났다.

또한 니퍼트는 23개, 피어밴드는 21개, 고영표는 17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며 타자들의 한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해 KBO리그 데뷔 이후 개인 한 시즌 최다 피홈런(20개)을 내줬던 니퍼트는 2년 연속으로 20개 이상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타고투저 현상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위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토종 선발 고민도 진행형이다.  그나마 금민철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8승을 올렸지만 26경기 8승 10패 ERA 5.18, 피홈런 18개 허용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선발 기회를 얻은 주권, 박세진, 김민, 김태오 등도 뚜렷한 과제를 남겼다. 하루이틀만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지만 4년째 비슷한 고민을 하는 상황에 대해선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피OPS, 피안타율 가장 높은' 불펜도 여전히 문제

선발(피홈런 113개, 최다 1위)만큼이나 불펜(63개, 최다 3위)도 홈런 허용이 잦았다. 또, 불펜 피안타율(0.295)과 OPS(0.828) 모두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 중후반에 접전 상황으로 흘러가다보면 불펜의 난조로 승리를 헌납하는 경우도 꽤 많았다. kt가 올 시즌에도 강팀 반열에 오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재윤, 홍성용, 엄상백, 심재민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불펜에서는 그나마 이종혁의 호투가 빛났다. 올 시즌 40경기에 등판해 4패 4홀드 1세이브 ERA 4.22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1군 진입 첫 해부터 매 시즌 30경기 이상 등판했던 홍성용도 올 시즌 51경기에 등판해 궂은 일을 도맡았다.

다만, 마무리 김재윤은 아쉬움을 남겼다. 53경기 6승 4패 14세이브 ERA 4.70으로, 2015년부터 3년간 기록한 피홈런이 10개에 그쳤지는데 올 시즌에만 피홈런 10개로, 특히 9월 이후 8경기 1승 1패 1세이브 ERA 7.04로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김진욱 감독은 최대한 김재윤에게 여유를 주려고 하지만,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려면 김재윤의 몫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SK의 올 시즌 2위 도전은 많은 홈런도 홈런이지만 타선을 돋보이게 하는 마운드의 호투가 있기에 가능했다. 짜임새 있는 타선이 완성된 kt도 충분히 SK처럼 거듭날 수 있다. 이젠 마운드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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