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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군 사열 받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북한군 의장대 사열 받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평양정상회담은 파격과 최초의 연속이었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순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임 시절엔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사건이 많았다는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는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나가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방북단을 직접 맞았다. 이날 '국가원수' 예우의 의미가 담긴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대통령 각하'라는 호칭에 이어 인민군 의장대 사열이 이어졌다. 

원래 두 정상은 따로 차에 탑승했으나 평양 시내로 들어서는 지점에서 무개차(오픈카)에 동승해 카 퍼레이드를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운전석과 대각선 방향인 상석을 내줬다. 남북 정상은 '조국 통일'을 연호하는 수많은 평양시민을 향해 함께 손을 흔들었다.
 
카퍼레이드 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환영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이 카 퍼레이드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00년,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리무진을 타고 백화원까지 이동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무개차 카 퍼레이드를 제안했으나 청와대 측이 경호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당시 매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남측 언론에 '북한 정치의 심장부'인 노동당 본부 청사를 처음 공개했으며, 남측의 생중계도 처음으로 허용했다. 정상회담에서 단독 회담 이후 확대 회담 등을 갖지만 실제 대화 시간은 길지 않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선 거의 모든 일정에 김 위원장이 동행하면서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2박 3일간 양 정상이 비핵화 문제, 이산가족 상시 상봉 합의, 남북 협력은 물론 사적인 대화를 하는 모습도 전파를 탔다.

두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첫 육성 언급으로, 이는 전 세계에 생중계로 송출됐다.

그동안은 '통미봉남'이라고 해서 북한이 핵 문제는 미국과만 협상한다는 기조로 임해온 만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핵 협상에 있어 문 대통령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북·미 사이에 중재자가 돼줄 것을 적극 요청한 것이다. 남북 정상간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내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간부들이 반대했으나 김 위원장이 관철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의 오랜 바람이었던 금강산 상설면회소 개소도 합의했다. 전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련하고 신중하며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김 위원장은 형식에 개의치 않고 실익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성품임을 엿볼 수 있다.
 
환송받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방문을 위해 삼지연공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평양순안공항에서 환송을 받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내외는 일정 내내 북한 주민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주민들에게 다가가 직접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등 겸손하고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다. 일정 2일차인 19일 저녁에는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가 평양의 대중식당인 대동강 수산물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는데, 대중식당에 최고 지도자가 나타난 것은 북한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평양시민을 향해 역사적 연설을 했다. 남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원래는 2분가량 예정됐으나 평양 시민의 함성과 박수로 인해 7분으로 늘어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언론에 낸 논평에서 "김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에게 평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설 기회를 준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이것은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평양시민들은 남한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으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두산 천지에 선 남-북 정상 부부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옷 젖을라'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남-북 정상 부부가 백두산 천지를 오른 가운데, 김정숙 여사가 산책 도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리설주 여사가 김정숙 여사 옷이 젖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일정 마지막 날인 20일엔 남한 대통령 최초로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다. 일반에 공개된 이날 영상을 보면 양 정상과 수행단 사이에 스스럼없는 대화가 눈에 띈다. 리설주 여사가 문 대통령을 향해 "연설 잘 들었다", "오늘 천지에 새로운 전설이 생겼다"거나 김 위원장이 "내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해 일행을 웃기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 
    
김 위원장은 "중국 쪽에선 천지를 못 내려가지만, 우리는 갈 수 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손가락으로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가리키며 "백두산엔 사계절이 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천지를 멀리서 보도록 돼 있지만, 북측은 케이블카를 타고 장군봉에서 아래로 내려가 천지에 직접 닿을 수 있다. 백두산은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 맑은 천지를 뚜렷하게 볼 수 있는 확률은 불과 30% 정도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맑게 개인 뚜렷한 천지의 모습이 일행을 반겼다. 또 이 자리에서는 연내 서울 방문 시 한라산에 함께 가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양 정상이 함께 백두산에 오른 것은 남북이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올해 서울 방문 시 문 대통령이 그와 함께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귀국 뒤 곧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태그:#정상회담, #평양, #천지, #김정은,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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