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우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전반 29분 퇴장을 당한 뒤 억울해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우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전반 29분 퇴장을 당한 뒤 억울해하고 있다.(EPA=연합뉴스) ⓒ EPA/연합뉴스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개인 통산 첫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로는 처음 맞이하는 호날두의 UCL 데뷔전이 뜻밖의 퇴장 속에 논란으로 얼룩졌다.

호날두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발렌시아 캄프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18-2019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발렌시아와의 원정 1차전에서 선발출전했다. 전반 29분 문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호날두를 저지하려던 발렌시아 수비수 무리요가 넘어졌다. 호날두는 무리요의 머리를 만지며 불만을 표시했다. 무리요가 벌떡 일어나 화를 내며 호날두와 신경전을 벌였고 주변에 있던 양 팀 선수들까지 몰려들어 뒤엉키며 결국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주심은 부심과 잠시 상의하고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호날두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뜻밖의 판정에 충격을 받은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가 일어날 정도로 거세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호날두는 실망감에 눈물까지 흘리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UCL 출전 154경기 만이자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은 후 첫 레드카드였다.

유벤투스는 비록 호날두의 이른 시간 퇴장으로 인해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집중력을 잃지않고 페널티킥을 2번이나 얻어내며 2-0으로 승리를 따낸 것으로 위안을 삼을수 있었다.

호날두 레드카드 후폭풍, 에이스의 공백

문제는 앞으로도 이어질 호날두 퇴장의 후폭풍이다. UEFA 규정상 레드카드를 받은 호날두는 영보이스와의 2차전에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만일 호날두가 추가 징계라도 받게된다면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3차전도 결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벤투스로서는 공격의 핵심인 호날두의 공백은 큰 손실이다. 유벤투스가 속한 H조는 맨유-발렌시아 등 강팀들이 속한 '죽음의 조'로 꼽히며 16강 진출을 쉽게 낙관할수 없다. 또한 이탈리아 세리에A 이적 이후 초반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호날두로서도 이번 퇴장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호날두의 퇴장 상황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호날두의 행동이 충분히 퇴장당할만 했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퇴장까지는 지나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레알은 측면을 통해 발렌시아 진영을 향해 공격을 전개하고 있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호날두는 볼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하여 무리요와 경합하던 과정이었다. 두 선수간 가벼운 신체접촉이 있기는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무리요가 다소 큰 동작으로 넘어지자 호날두는 파울을 끌어내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판단한 듯, 언성을 높이며 왼손으로 무리요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무리요의 할리우드 액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무리요가 넘어졌던 장면만 놓고보면 다소 과장된 연기가 섞여있는 게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무리요는 큰 충돌이 없었던 상황에서 오히려 호날두가 옆으로 빠져나간 후 한 박자 뒤늦게 소리를 지르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는 것.

그러나 설사 무리요가 할리우드 액션을 펼쳤다고 해도 이후 호날두의 대응 방식은 분명 문제였다. 넘어져있는 상대의 머리를 움켜쥔 것은 명백히 불필요한 신체접촉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고의적인 '도발'로 비칠 수 있는 행위였다. 심판도 이 점을 고려하여 레드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견제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트래시 토크'를 주고받거나 심지어 상대 선수를 가격하는 돌출행동을 저지른 적이 있다. 이미 호날두의 경기 매너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던 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하기도 한다.

이날 상황만 놓고 보면 호날두나 유벤투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판정으로 보인다. 호날두의 '부적절한 터치' 자체는 잘못이었지만 과연 퇴장조치가 내려질 만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선 의아하게 생각하는 축구 팬이 많다. 축구에서 심판의 눈을 속여 상대를 가격하거나 더 위험한 파울을 저지르고도 옐로카드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레드카드까지는 다소 과도했던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심판이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심의 조언만을 토대로 레드카드를 꺼낸 것도 섣부르다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AFP/연합뉴스

 
VAR 도입됐다면 결과 달랐을까... 아쉬운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만일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 시스템이 적용되었다면 호날두의 퇴장 상황이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벤투스를 지휘하는 알레그리 감독도 호날두의 퇴장에 불만을 표시하며 VAR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호날두에 내린 퇴장 판정이 오심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VAR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비록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VAR가 도입된 이후 명백한 득점이나 PK 상황 등에서 발생하는 오심의 빈도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챔피언스리그에는 VAR가 도입되지 않았다. 심판의 눈이 따라잡을 수 없는 사각지대나 억울한 오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VAR이 반드시 필요해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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