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생일을 맞은 한국독립영화협회

20주년 생일을 맞은 한국독립영화협회 ⓒ 조성봉

 
'독립영화 운동 20년'은 모두가 여전히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잘 버티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18일 저녁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스무 살 생일파티를 열었다.
 
보수정권 시절 수많은 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저항하고 투쟁했던 한독협 20주년 행사에는 국내 영화단체와 전국에서 모인 독립영화인들이 함께했다.
 
성과 빼앗은 보수정권
 
1997년 부산영화제 당시 검열 철폐와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외치며 거리시위를 벌였던 독립영화인들은 이듬해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만들었고 김동원 감독이 대표를 맡았다. 한독협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화려하고 기름진 화면보다는 치열하고 정직한 장면들로 새로운 영상언어를 만들기 위해, 우린 상투적 영화공식에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린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독협은 창립 이후 정책위원회와 영상미디어센터인 미디액트 개관, 배급지원센터 발족 및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등으로 한국독립영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영화계 탄압의 타깃이 되면서 험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독립영화인들은 독립영화관과 영상미디어센터를 공모라는 이름으로 빼앗고 표적 감사와 지원 배제 등을 통해 목을 조르려는 정권에 강하게 맞섰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블랙리스트로 각종 사업에서 배제당한 영화나 영화인의 상당수는 독립영화와 독립영화인들이었다.
 
그럼에도 한독협은 굽히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 그들의 카메라는 약자들과 연대하고 촛불과 함께했다. 권력이나 자본의 힘에 억눌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옆에 자리 잡고 현재까지 독립영화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는 중이다. 
 
 보수정권 때 혹독한 탄압을 받은 한독협

보수정권 때 혹독한 탄압을 받은 한독협 ⓒ 조성봉

 
한국 독립다큐의 대부로 불리는 김동원 감독은 축하의 말을 통해 1998년 출범하던 해를 회상하며 독립영화전용관을 열게 된 것을 성과로 평가했다. 김 감독은 한독협 창립회원로서의 자부심도 나타냈다.
 
이장호 감독은 "한국영화가 독립영화 덕분에 발전했다"며 한독협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1998년 출범 초기 15만 원의 활동비를 받고 사무국을 책임졌던 조영각 영진위원의 헌신도 회자됐고,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조 위원이 영진위원으로 활동을 열심히 잘 해주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정숙 전 영진위원장과 역대 한독협 대표를 맡았던 황철민 감독과 임창재 감독,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홍형숙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해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한독협은 역대 활동가들을 비롯해 그간 연대하고 함께했던 인디스토리 정동진독립영화제, 문화연대 등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행사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평등문화약속문'을 통해 '모든 종류의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고 성차별 발언을 배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삼간다' 등을 결의했다.
 
척박한 현실은 여전
 
 한국독립영화협회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한독협 회원들

한국독립영화협회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한독협 회원들 ⓒ 조성봉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립영화의 현실은 척박하다. 이는 곧 독립영화계의 과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0주년 영상 총연출자이자 <더 블랙>을 만든 이마리오 감독은 "최근 개봉한 <더 블랙>의 누적 관객 수가 200명에 조금 못 미친다"면서 독립영화가 관심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은 "일부 독립영화관은 하루 6회까지 빠듯하게 상영하는데 비해 영진위의 지원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독립영화관들은 하루 3회만 상영하는 곳도 있다"면서 "그런데도 독립영화 관련 개정된 영비법 내용 중  관련 조항 등을 엉뚱하게 이해해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개정된 영비법 관련, 영진위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구분을 없애고 하나로 통합하는 쪽으로 정책을 가져가려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원 부관장은 "기존 방향대로 가도 문제될 게 없는데도 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하나의 틀안에 두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독협 이사를 역임하고 부산독립영화협회 초대 대표를 지낸 조성봉 감독은 한독협 20주년에 대해 "독립영화 비평가나 배급사, 상영관, 한독협 사무국 등도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보다 더 힘들었으면서도 다들 버티고 있었던 것"이라며 "한자리에 모여 스무 살을 자축하니 사뭇 울컥하더라"라는 말로 여전히 힘든 독립영화 현실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