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진행된 <미스 마>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윤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진짜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할리우드에서 10여 년 만에 한국 드라마로 돌아온 배우 김윤진이 드라마 촬영현장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윤진은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SBS 새 토요 드라마 <미스 마>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오는 6일 첫 방송되는 <미스 마>는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김윤진은 9년 전 딸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치료 감호소에 갇혔다가 탈출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 마'로 변신한다.
2004년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하며 미국으로 진출한 김윤진은 오랜 기간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다. <세븐데이즈> <하모니> <시간 위의 집> 등 그간 틈틈이 한국 활동도 해왔지만 모두 영화였다. 이번 <미스 마>로 김윤진은 1999년 방송된 <유정> 이후 19년 만에 안방극장 관객들을 만난다. 당시 조연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스 마>가 그의 한국 드라마 첫 주연작인 셈이다.
늘 센 캐릭터만 맡는다? 수동적이면 매력 못 느껴
▲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진행된 <미스 마>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배우 김윤진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BS
김윤진은 <미스 마>를 선택한 이유로 가장 먼저 대본을 꼽았다. 그는 "누구나 한번쯤 애거서 크리스트 책을 읽어보지 않았나. 나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었다. 이를 한국적으로 재구성한 박진우 작가님 대본을 4부까지 받았는데 단숨에 읽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원작의 주인공 '미스 마플'은 원조 걸크러시 같은 캐릭터인데 한국 버전은 좀 더 따뜻한 이야기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억울한 일을 겪은 후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19년 동안이나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대본이 마음에 안 들었다기 보다는 스케줄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니 시리즈에 출연하려면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데 미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 정도 시간이 없었다. 영화는 비교적 제 스케줄에 맞춰줄 수 있었고 그래서 선택했다. 감사하게도 꾸준히 드라마 제의를 받았지만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윤진은 가부장적인 남편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로스트)나 100%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세븐데이즈) 등 카리스마 있고 '센' 역할을 주로 선택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미스 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늘 센 역할만 맡는다'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김윤진은 "능동적인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꼭 남자가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할 수 있는데 왜 (작품에서) 남자한테 기대야 하나. 그런(수동적인) 캐릭터에는 개인적으로 매력을 못 느낀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를 경험하고 돌아온 김윤진, 그가 놀란 이유
▲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진행된 <미스 마>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윤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드라마 촬영을 하다 보니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20신을 찍는 것은 (미국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현장에 나갈 때마다 스케줄 표를 보면 '이걸 다 못 찍지, 어떻게 찍어' 생각하지만 다 찍더라. 10년 조금 넘게 미국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하루에 많이 찍어봤자 9개 신, 그것도 짧은 신 2개 정도 있어야 가능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매일 20신을 찍는 스태프들 너무 대단하다."
19년 만에 한국 드라마를 촬영하는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 드라마 촬영현장이 열악하고,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비교적 환경이 잘 갖춰진 할리우드를 경험한 김윤진은 한국 드라마 촬영현장에 혀를 내둘렀다고.
그는 "휴식시간부터 달랐다. 미국에서는 12시간 근무제도가 있고 주말은 반드시 쉰다. 일주일에 4일만 촬영하고 나머지는 청소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스 마>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빨래를 돌려본 적이 없다. 가끔 들어가서 설거지만 한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스태프와 배우의 힘을 느끼고 매일 감탄한다"고 고백했다.
▲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진행된 <미스 마>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배우 김윤진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BS
김윤진은 특히 드라마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했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한 번만 찍고 오케이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 매번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한 번의 기회를 살려서 대단한 연기를 해낸다. 영화는 거의 두 번 이상 테이크를 찍고 미국 역시 그랬다.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잘 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스 마>에 임하는 김윤진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드라마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미국 드라마와 한국 영화로 오랜 기간 활동했는데 대한민국 배우인데도 한국 드라마 중엔 대표작이 없다는 게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촬영도 잘 하고 좋은 반응을 얻어서 <미스 마>가 김윤진의 드라마 대표작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