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지만 정말로 들어갔다. 믿기 힘든 동점골이었다. 말컹이 최고의 골잡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한 것이다. 홈팀 전남 선수들은 3-2 펠레 스코어 대역전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마지막 15초를 버티지 못했다. 말컹의 골 세리머니 직후 종료 휘슬 소리가 곧바로 울렸고 전남 미드필더 김영욱과 한찬희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또 하나의 축구 드라마가 이렇게 완성되었다.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16일 오후 2시 순천 팔마운동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28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말컹의 종료 직전 극장 골에 힘입어 3-3으로 비기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말컹 타임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 경남 FC와 FC 서울 경기. 경남 말컹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경남 FC 말컹. 지난 7월 25일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 경남 FC와 FC 서울과의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3-2 멋진 역전승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강등권 탈출 싸움을 벌이고 있기에 갈 길 바쁜 전남 드래곤즈가 전반전에 먼저 휘청거렸다. 오랜만에 순천에서 열린 경기라 기대도 많았지만 2위 경남의 결정력은 놀라웠다. 

26분, 경남 FC 공격형 미드필더 네게바가 절묘하게 찔러준 패스를 받은 이광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그림같은 얼리 크로스로 왼발을 쭉 내뻗은 김효기를 빛냈다. 팀 플레이가 무엇인가를 네게바, 이광진, 김효기가 분명히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경남은 40분에도 멋진 패스 플레이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역습 기회에서 침착하게 공을 확보한 네게바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오른발로 감아서 넘겨준 공을 김종진이 반대쪽에서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킥을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전남이 아무리 하위권 팀이라지만 일요일 낮 팔마 경기장을 찾아온 순천 시민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바꿔 들어온 이상헌이 그 순간들을 기다렸다는 듯 연거푸 두 골을 터뜨리며 관중들에게 함박 웃음을 선물한 것이다. 

69분에 완델손의 전진 패스를 받은 이상헌이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으로 한 골을 따라붙기 시작한 전남 드래곤즈는 77분에 기어코 동점골까지 뽑아냈다. 미드필더 한찬희의 기습적인 전진 패스를 받은 이상헌이 슛 각도가 넉넉하지 않은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상헌의 놀라운 결정력에 힘입어 점수판을 2-2로 만든 전남 선수들은 그로부터 2분도 안 되어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뒤에서 수비수가 길게 넘긴 공을 향해 뛰어든 골잡이 마쎄도가 반 박자 빠른 오른발 발리 슛을 경남 FC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약 14분 전 경남 FC 골키퍼 이범수의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에 막혀 얼굴을 감쌌던 마쎄도가 무엇보다 귀중한 역전골을 터뜨렸으니 기막힌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57분에 네게바 대신 들어온 경남 FC 골잡이 말컹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모두를 놀라게 하는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도 거의 다 끝나가던 순간 경남 수비수 우주성이 길게 헤더로 넘겨준 공을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따낸 말컹이 전남 중원의 핵심 김영욱과 한찬희를 차례로 따돌리는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자랑했다.

전남 선수들은 말컹의 오른발 슛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말 기막힌 마무리 슛은 말컹의 왼발에서 나왔다. 골키퍼 이호승도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졌지만 추가 시간 종료 15초 전에 말컹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강등권은 물론 상위 스플릿 싸움도 모른다

정말로 몇 초 안 남기고 승점 3점을 공중으로 날려버린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만큼 말컹의 극장 골 위력은 컸다. 경남FC가 왜 1강 전북 현대까지 위협하고 있는 팀인지 경기 마지막에 실감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전남 드래곤즈는 하루 전 수원 블루윙즈와 득점 없이 비긴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다시 승점 1점 차로 따돌리고 꼴찌에서 벗어났지만 강등권 순위표에서 그 정도로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12위로 끝나면 뒤도 돌아볼 일 없이 곧바로 강등이고 턱걸이에 성공하여 11위라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앞에 남은 일정으로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올리지 못하면 2019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의 바로 위에 있는 팀들의 순위 경쟁 또한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점입가경이다. 

대구 FC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4시에 시작한 FC 서울과의 어웨이 경기를 2-0으로 이겼다. 얼마 전까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대구 FC가 아니었다. 11위 전남 드래곤즈와의 승점 차이가 6점이나 벌어져 있으면서도 6위 강원 FC까지의 승점이 2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6위 강원 FC부터 10위 대구 FC의 순위는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강등권을 벗어나면 바로 앞에 상위 스플릿 순위가 보이니 이 또한 놀랍다.

그래서 다가오는 한가위는 선수들이 가족들과 보내기는 틀린 듯하다. 22일(토) 오후 2시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 FC(2위)와 FC 서울(8위)이 만나고, 같은 시각 스틸야드에서는 포항 스틸러스(5위)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만난다. 32점 같은 승점의 상주 상무(9위)와 대구 FC(10위)가 그날 오후 4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맞붙는다.

몇 초를 남기고 승점 2점을 빼앗긴 전남 드래곤즈(11위)는 23일 오후 4시 광양 전용구장으로 울산 현대(3위)를 불러들인다. 6위까지의 상위 스플릿 싸움이나 11위, 12위 강등권 순위표에서 올라서기 위한 몸부림이 어느 때보다 처절하게 보이는 2018 시즌 가을이다.

2018 K리그 원 28R 결과(16일 오후 2시, 순천 팔마 운동장)

★ 전남 드래곤즈 3-3 경남 FC [득점 : 이상헌(69분, 도움-완델손), 이상헌(77분, 도움-한찬희), 마쎄도(79분) / 김효기(26분, 도움-이광진), 김종진(40분, 도움-네게바), 말컹(90+3분)]

★ FC 서울 0-2 대구 FC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강원 FC 2-3 상주 상무(오후 4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 2018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66점 21승 3무 4패 59득점 22실점 +37
2 경남 FC 50점 14승 8무 6패 46득점 32실점 +14
3 울산 현대 48점 13승 9무 6패 44득점 31실점 +13
4 수원 블루윙즈 41점 11승 8무 9패 42득점 38실점 +4
5 포항 스틸러스 37점 10승 7무 11패 34득점 36실점 -2
6 강원 FC 34점 9승 7무 12패 45득점 47실점 -2
7 제주 유나이티드 34점 8승 10무 10패 30득점 35실점 -5
8 FC 서울 33점 8승 9무 11패 31득점 35실점 -4
9 상주 상무 32점 8승 8무 12패 31득점 36실점 -5
10 대구 FC 32점 9승 5무 14패 31득점 45실점 -14
11 전남 드래곤즈 26점 6승 8무 14패 36득점 55실점 -19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5점 5승 10무 13패 39득점 56실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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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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