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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의 민간 참여 아파트 분양 공고문.
 경기도시공사의 민간 참여 아파트 분양 공고문.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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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분양가격의 항목별 공시내용은 사업에 실제 소요된 비용과 다를 수 있으며, 추후라도 이는 분쟁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

'(중략)민간사업자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으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등을 위하여 사후 검증은 실시하지 않음.'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15년 민간 참여 공공 아파트(자연앤) 분양 공고문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이런 단서를 붙였다. '공고문에 나온 분양원가와 실제 공사비가 맞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공고문은 도시공사쪽이 2017년까지 분양한 다른 공공아파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첫번째 문구에서 '공시내용은 사업에 실제 소요된 비용과 다를 수 있으며, 추후라도 분쟁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은 결국 아파트 분양원가에 대해 소비자가 정확하게 맞는지 전혀 검증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두번째 문구에서는 아예 '사후 검증은 실시하지 않음'이라고 적어놓고,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등'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수억 원짜리 물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고, 소비자들은 사후에 제품에 대한 검증조차도 할 수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어떻게 이같은 표현이 공공아파트 공고문에 버젓이 올라갈 수 있었을까?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08년부터 '자연앤'이라는 이름으로 공공 분양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지난 2015년부터는 도시공사와 민간건설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경기 남양주 다산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S-1)와 2016년 다산자연앤이편한세상 2차(B-5), 2017년 동탄 자연앤푸르지오(A-86), 평택 고덕 자연앤자이(A-9)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전에는 도시공사가 토지비와 공사비까지 모두 부담했던 것과 달리, 민간 공동 참여방식은 도시공사가 토지비용만을 부담한다. 나머지 공사비는 소비자들로부터 분양대금을 받아 민간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한다. 아파트 분양에 따른 수익은 공사와 건설사가 각각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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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경 경기도시공사 홍보실장은 "공사 입장에서는 부채비율 등의 부담을 덜고, 민간은 토지비 부담을 더는 장점이 있다"며 "무주택 서민에게 적은 자본으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건설사를 참여시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민간의 영업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분양원가에 대한 사후검증의 칼날을 피해갔던 것. 분양 공고문에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등을 위하여 사후 검증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버젓이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경기도시공사는 '민간 기업 영업 비밀'이라는 명분으로 실제 공사원가보다 분양가를 부풀리면서 이익을 챙겨왔다. 실제 경실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가 다산신도시와 평택 등에 분양한 아파트 4곳은 분양가(건축 분양가)총액이 실제 공사비보다 1284억 원 높게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동탄시 전경
▲ 동탄시 전경 동탄시 전경
ⓒ 김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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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신도시(A-86) 아파트와 남양주 다산신도시(S-1), 고덕(A-9) 등 3개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실제 공사비보다 102만~137만 원 가량 더 높게 책정됐다. 아파트 분양을 통해 공사와 건설사가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 

사실 이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드러나게 된 것은 지난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건설원가공개를 지시하면서부터다. 물론 경기도의 이같은 원가공개 방침을 두고 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영업비밀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27일 소셜라이브방송에서 "공공주택을 짓는데 실제 얼마가 들어갔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고 도시공사에서 얼마에 발주했는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은 또 있다. 민간건설사가 참여하는 민간 참여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면서 경기도시공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방공기업통합공시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의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경기도시공사의 영업이익은 528억 1700만 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1938억 9900만 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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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에는 무려 6111억 61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대 건설사인 대림산업(5468억)이나 대우건설(4373억)보다도 많다. 오로지 이윤만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민간 건설사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챙긴 것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경기도의 공사원가 공개 조치가 '분양가 부풀리기'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아파트 공사 내역이 모두 공개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여 부르긴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공사원가 공개를 통해, 분양가 거품의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면서 "도시공사도 분양가를 예전처럼 맘대로 책정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공공분야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 거품을 빼는 기회가 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지난달 21일 논평을 내고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하는 공공공사를 누가 설계하고, 어떻게 시공하는지, 공정별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건설공사의 원가공개는 경기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시공사는 <오마이뉴스>가 '사후검증을 실시하지 않음, 분쟁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 등 분양 공고문에 적힌 문구를 기재한 사유에 대해 문의를 하자, 향후 수정할 뜻이 있음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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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파트원가, #경기도시공사, #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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