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굴딩(Ellie Goulding)은 열정적인 내한 공연을 펼쳤다.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은 열정적인 내한 공연을 펼쳤다.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지난 9월 6일, 팝스타 엘리 굴딩의 첫 내한공연이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엘리 굴딩은 세계적으로 많은 팬과 히트곡을 보유한 뮤지션이다. 캘빈 해리스나 카이고, 메이저 레이저 등 스타 DJ들이 앞다투어 찾는 'EDM의 뮤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세계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적어 보였다. 평일(목요일) 오후여서 그랬는지, 공연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서였는지 모르겠다. 올림픽홀은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인데, 2000명 정도의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쇼가 얼마나 좋은 공연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엘리 굴딩은 관객들에게 꽉 찬 90분을 선물했다.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밴드 멤버, 코러스 싱어들이 하나둘 무대 위에 등장했고, 엘리 굴딩이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곡 'Aftertaste'부터 목소리만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열정적인 관객들, 멋진 음악으로 화답한 엘리 굴딩

좋은 가수에게는 좋은 음색이 있다. 엘리 굴딩의 가장 큰 매력도 바로 음색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서리가 낀 듯 허스키하다. 관객과 가수 사이에 묘한 감정의 공기가 만들도록 하는 힘이 있다. 엘리 굴딩은 약 90분 동안 총 17곡을 불렀다. 쉬지 않고 여러 곡을 부르면서도 흐트러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음색도 그대로였다. 엘리 굴딩의 목소리는 밴드의 연주와 훌륭한 합을 이뤘다.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몫도 컸다. 엘리 굴딩도 열정적인 관객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무대의 좌우를 여러 차례 오가며 관객들과 눈을 맞췄고, 무릎을 꿇은 채 노래하기도 했다.

카메라 촬영에만 집중하는 팬도 일부 있었지만, 흥겹게 공연을 즐기는 이들이 더욱 많았다. 엘리 굴딩이 뛰기 시작하면, 관객들도 알아서 점프를 시작했다. 

한국 팬들의 '떼창'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빛을 발했다. 엘리 굴딩은 공연 말미 'Anything Could Happen'의 코러스 부분(심지어 가사가 없는 코러스 부분)을 전부 따라 부르는 팬들의 모습을 보고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의 첫 내한 공연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의 첫 내한 공연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아름다운 목소리로 채워진 가을밤

물론 'Lights', 'On My Mind', 'Something In The Way You Move'처럼 댄서블한 팝들이 주를 이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엘리 굴딩은 다양한 매력들을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엘튼 존의 'Your Song'이나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Devotion'을 부를 때는 관객들이 온전히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캘빈 해리스와 함께 작업한 히트 넘버 'I Need Your Love', 'Outside'를 홀로 부를 때에는 공연장을 EDM 페스티벌로 변모시켰다. EDM 페스티벌에서 여러 번 울려 퍼진 곡을 라이브 밴드 버전으로 들으니,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이 뿐 아니라 엘리 굴딩은 수준급의 일렉 기타 연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Figure 8'과 'Burn'을 부르는 동안에는 락 페스티벌이 따로 없었다.

히트곡만큼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레퍼토리도 없다. 공연을 마무리한 곡은 역시 모두의 예상대로 'Love Me Like You Do'였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로 유명한 이 곡은 영국을 포함한 전세계 수십 국가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엘리 굴딩은 "이 노래를 안다면 따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거의 모든 관객들이 이 곡을 함께 불렀다.

엘리 굴딩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관객들의 '떼창', 그리고 무대 뒤를 장식한 별 모양의 조명과 객석의 스마트폰 불빛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이 드라마틱한 곡을 마지막으로, 엘리 굴딩은 무대를 떠났다.
 
"Love me like you do Love Love Love me like you do
Touch me like you do Touch Touch Touch me like you do
What are you waiting for?"


엘리 굴딩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열창'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 주었다. 그녀뿐 아니라 코러스 싱어와 밴드 멤버들의 표정에도 만족스러움이 가득해보였다. 엘리 굴딩이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인사를 했을 때, 그 인사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엘리 굴딩 내한공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