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더 퓨쳐> 관람하는 시민들 9월 9일 평촌중앙공원에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야외상영으로 <백 투더 퓨처>가 상영되었다.

▲ <백 투더 퓨쳐> 관람하는 시민들 9월 9일 평촌중앙공원에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야외상영으로 <백 투더 퓨처>가 상영되었다. ⓒ 박장식


올해로 3회를 맞은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가 9월 6일부터 9월 9일까지 나흘간 진행되었다. 24세 이하, 19세 이하 감독들이 만든 톡톡 튀는 영화부터 가족, 그리고 기술을 주제로 한 여러 비경쟁 장단편 영화들이 한데 어우러진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에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안양은 동양 최대 영화종합촬영소가 위치했던 곳이다. 1957년 현재의 만안구 석수동 일대에 지어진 안양촬영소는 한국 영화의 부흥기였던 50~60년대 영화를 촬영한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그러한 곳에서 24세 이하 대상의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이니 의미가 남다르다.

죽순 크듯 쑥쑥... 60여 편 상영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VR 시네마 체험장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VR 시네마 체험장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 박장식


그동안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영화제)에서는 여러 국가에서 출품된 영화가 상영되었다. 최근 청소년 관련 영화제 일부가 휘청이는 사이, 안양시의 구체적인 노력과 민관의 협력 속에 한국 영화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여러 섹션이 진행되었다. 먼저 24세 이하와 19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준비한 총 서른 일곱 편의 경쟁작을 만날 수 있는 경쟁 섹션, 기계와 인간을 주제로 한 여러 영화를 만나는 '기계와 인간 특별전', 세상과 관계를 주제로 한 AIYouth 초이스까지, 60여 편에 이르는 다양한 장, 단편 영화가 영화제를 찾았다.

특히 영화에 많은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즐길 만한 영화가 상영되고, 행사가 진행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현재 개봉 중인 신동석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살아남은 아이> 을 비롯해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시각이 반영된 영화와 기성 감독들의 가족, 청소년기를 다룬 영화들이 영화제를 빛냈다.

VR용으로 제작된 여러 주제의 단편영화가 시민들을 찾는가 하면, 평촌중앙공원에서는 아미르 칸의 발리우드 <시크릿 슈퍼스타>와 명작 <백 투더 퓨처>를 상영하는 등 대중적인 행사도 진행되었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 팬, 영화 관계자 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들도 즐길 만한 축제가 된 셈이다.

'인생 첫 영화' 두고 교감한 영화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경쟁작 GV 왼쪽부터 이상훈 감독, 양수인 감독, 이영미 감독이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24/2 섹션의 GV에 참여하고 있다.

▲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경쟁작 GV 왼쪽부터 이상훈 감독, 양수인 감독, 이영미 감독이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24/2 섹션의 GV에 참여하고 있다. ⓒ 박장식


이번 영화제에서는 여러 영화에 대한 GV가 진행되었고, 경쟁작을 출품한 해외 감독들이 한국을 찾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모든 영화가 2회 이상 상영되는 등 충분한 상영 기회가 주어졌고, AI와 가상현실의 영화와의 접목을 주제로 한 시네마 클래스가 마련되기도 했다.

특히 첫 작품을 출품하거나, 영화제 참가 기회가 적은 청소년, 20대 감독들이 GV나 시상현장 등을 통해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GV를 진행한 기성감독들은 후배 감독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작품에 대해 질문하려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날카로운 질문도 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 역시 GV를 진행하는 감독들의 발언과 영화 속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지는 등 감독과 관객 사이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이렇듯 기성 감독들이 새로운 신예 감독들과 토론하고, 관객들 역시 이들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GV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경쟁 언더24 부문에 출품한 <잠에서 깨어, 나는 날>의 이상훈 감독은 "이 근처에 살고 있어서 이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오곤 했는데, 이 곳애서 내 영화를 상영하게 되어 신기했다"며 "다른 영화인, 관객들과 교류할 수 있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영화감독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9월 9일에는 평촌 번화가 일대에서 영화인들 커뮤니티 파티가 열려, 한국을 찾은 여러 경쟁작 감독과 심사위원, 그리고 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청소년의 시각 담긴 영화들, 수상은 누가?
 
 안양아트센터에서 10일 진행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시상식.

안양아트센터에서 10일 진행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시상식. ⓒ 박장식


이번 영화제에서는 단순히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영화들이 경쟁 부문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언더19에서는 생생한 현실연기가 담긴 작품들이, 언더24에서는 청소년 그룹에 접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상당수 상영되었다. 

기성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청소년 심사위원 등이 꼽은 작품 중 대상 격인 대왕고래상에는 다이어트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이예승 감독의 언더19 부문 <겟잇뷰티>, 인간의 죽음을 소재로 한 파블로 아디에고 감독의 언더24부문 <묘지>가 꼽혔다.  

흑등고래상에는 언더19 부문 임시연 감독의 <수연>, 언더24 부문 다니엘 리아코스 감독의 <컬러케이지>가 수상했다. 또한 김수정 감독의 <학교 가기 싫은 날>, 타티아나 칸탈레호 감독의 <바위의 노래>, 현수민, 이승이 감독의 <B틀어주세요>, 아나 야쿠보프스카 감독의 <열등반> 등도 향유고래상과 참돌고래상을 수상했다.

이예승 감독은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동기들과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었는데, 출품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음에도 대왕고래상까지 수상하게 되어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 내가 경험했거나 추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더 많은 영화, 더 많은 홍보 필요해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24/4 섹션의 GV가 진행되고 있다.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24/4 섹션의 GV가 진행되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상영작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의 수는 60여 편으로, 동시기 울주군에서 진행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150여 편에 비해 부족하다. 특히 이들 영화가 청소년들의 피땀이 섞인 영화라는 점, 그리고 청소년기를 다룬 영화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청소년들이 만든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비경쟁부문을 도입하거나, 더욱 많은 장편영화를 초청하여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영화제를 관람하려는 관객 모두에게 넓은 선택폭을 제공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다만 출품작을 2회씩 상영하는 정책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영화제에 방문케 할 수 있어 계속 이어나갈 만 하다.

또한 홍보가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영화를 관람하러 왔다가 영화제를 알게 되거나, 단순한 상영회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몇몇 시민들이 GV가 시작하자마자 황급하게 뛰어나가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알찬 상영작만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영화제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화수분'으로 거듭나길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시상식이 끝난 후 수상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시상식이 끝난 후 수상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 박장식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는 국내 최대 청소년 전문 영화제로 나아가려는 꿈을 꾸고 있다. 영화인의 길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청소년 영화캠프도 8월 개최했고, 다양한 시네마 클래스를 통해 영화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찾을 만한 계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화수분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내년의 영화제가 기대된다. 영화인을 꿈꾸는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성공을 위한 받침대가 되어주는 영화제로 쭉쭉 성장해나가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 여러 영화제의 선례를 찾고, 다른 영화제의 성공사례를 공부하는 등 변화를 위한 준비도 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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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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