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씨가 의외였다. 화면에서 보이는 센 모습의 김숙씨는 최근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데 데뷔를 하고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큰 상을 받다가 10년 동안 이력이 없더라.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여러 상을 휩쓸었다. 그 사이의 공백 기간을 주목해본 적이 없다. 아, 우리는 햇볕만을 봐왔구나. 그림자에 주목하지 못했구나. 담담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김숙씨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가수 유희열)

KBS 새 토크쇼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이 지향하는 방향은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만 그동안 대중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인물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이를 캐내는 것이었다. 유희열은 차례대로 코미디언 김숙, 정치인 표창원, 의사 이국종까지 출연한 게스트들의 사례를 들었다. 유희열은 이국종 교수가 왜 웃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KBS <대화의 희열>의 진행자 유희열

KBS <대화의 희열>의 진행자 유희열 ⓒ KBS


"이국종 교수에게 보통 의료계의 현실을 물어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질문을 꼭 <대화의 희열>에서 해야만 하는 것인가 싶다. 이는 MBC <백분토론>에서도 JTBC <뉴스룸>에서도 심도 깊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이국종 교수가 웃지 않는지 궁금하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열린 <대화의 희열>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은 "요즘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이 벅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화의 희열>은 한 인물로부터 새로운 주제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그 인물에 대한 자료 조사를 선행한다. 제작진이 먼저 게스트들을 만나서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여기에 인물에 대한 자료가 더해 100페이지가 넘는 자료가 완성된다. 이를 모두 검토하는 건 프로그램의 MC인 유희열이다.

"포털에 치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
 
 KBS <대화의 희열>의 신수정 피디

KBS <대화의 희열>의 신수정 피디 ⓒ KBS


"기존 토크쇼에는 대본이 있고 이 대본을 MC가 받아서 그대로 질문을 한다. 원래 토크쇼에는 프롬프터가 있는데 <대화의 희열>에는 프롬프터도 제작진이나 카메라도 빠져있다. 제작진은 관찰 카메라를 찍는다는 느낌으로 게스트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다른 곳에 가서 모니터를 한다. 대화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제작진이 통제하는 것보다 진행자들이 주도하는 게 훨씬 낫다." (신수정 피디)

<대화의 희열>을 연출한 신수정 피디는 <대화의 희열>이 기존의 토크쇼 프로그램과 다를 것이라 말했다. <승승장구> 등 KBS가 과거 해왔던 원-게스트 토크쇼의 명맥을 잇고는 있지만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연출해 최대한 게스트들에게서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제작진이 의도했던 것과 아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새더라도 괜찮다는 셈이다.

"1인 토크쇼가 왜 사라졌을까. 제일 큰 원인은 더 이상 토크쇼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털이나 나무위키 등에 가서 그 사람 이름을 검색하면 모든 정보가 너무나도 재밌게 적혀 있다. 옛날에는 궁금한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정보를 전달했다면 지금은 포털에 검색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맥락이 뒤죽박죽일 수도 있지만 일단 포털에 치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게 저희 목표다." (신수정 피디)

그렇게 하니 녹화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었다. 신수정 피디는 "예상보다 좋은 이야기가 빨리 나왔다"면서 오히려 기존 토크쇼 프로그램(5~6시간) 보다 더 짧게(4~5시간) 녹화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화의 희열> 제작진은 진행자로서 유희열이 섭외된 것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신수정 피디는 "게스트 섭외를 할 때 진행자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유희열이라고 말하면 성사된 게스트들이 있다. 유희열이라고 이야기하면 마음을 열고 들어준다는 믿음이 있더라. 이국종 교수님도 그렇게 섭외에 응해주셨다"고 답했다.

강원국·김중혁 작가도 가세... 프로그램 제목은 누가 지었냐면
 
 KBS <대화의 희열>의 출연진. 가수 유희열, 작가 강원국, 김중혁, 방송인 다니엘

KBS <대화의 희열>의 출연진. 가수 유희열, 작가 강원국, 김중혁, 방송인 다니엘 ⓒ KBS


유희열 외에도 <대화의 희열> 진행자로서 <대통령의 글쓰기>의 강원국 작가와 김중혁 작가, 방송인 다니엘이 가세했다. <대화의 희열>이라는 제목은 김중혁 작가가 지은 거라고 한다.

유희열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이 만들게 된 토크쇼에 대해 민망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대화의 희열>이라는 제목은 내가 지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웃으면서 "솔직히 프로그램이 잘 될 확률이 없을 것 같은데 제작진이 시청률에 눈이 먼 나머지 나에게 독박을 씌우려는 것 같다"고 농담했다.

이어 "<유희열의 스케치북> 의 경우 KBS에서 해왔던 전통의 룰(<이소라의 프로포즈>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따라 내 이름이 앞에 붙게 돼 영광스럽다"면서 "<스케치북>은 내년 3월이면 10년이 된다. 음악하시는 분들이 1순위로 나오고 싶어한다는 게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10년째 되는 <스케치북>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또, 유희열씨는 '박진영씨와 양현석씨를 <대화의 희열>을 통해 만나보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내가 그 사람들을 왜 만나야 하느냐"라고 농담을 한 뒤 "그건 생각을 못해봤다. 진짜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답했다.
 
 KBS <대화의 희열>의 유희열

KBS <대화의 희열>의 유희열 ⓒ KBS


유희열은 꼭 만나보고 싶은 게스트로 가수 조용필과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를 꼽았다. 유희열은 "조용필씨는 도대체 왜 스케치북에 나오시지 않는지 궁금하다. 10년 가까이 매번 부탁을 했는데도 그렇다"고 답했고,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고 한국에 관심도 많으시다고 들었다. 영화 <남한산성> 음악을 하셨기도 하고"라면서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가수 유희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근 유희열이 음악 활동보다 방송인으로서 더 전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유희열은 "한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 인연이 생겨 다른 프로그램에 발을 담그는 경우가 생긴다. <대화의 희열> 역시 <스케치북>을 같이 했던 피디들과의 인연으로 시작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음악 작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부끄럽다. 외국에 나갈 때 출입국 신고서 직업란에 아직 '뮤지션'이라고 적는데 뜨끔하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는 "얼마 전 딸이 13살이 됐는데 갑자기 '아빠는 음악 왜 안 하냐'면서 '아빠 음악할 때 멋있는데'라고 말했다"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희열은 마지막으로 "최근 대중음악도 좋지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곡 작곡을 시작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확답을 드릴 수 없어 민망하다"는 말을 남겼다. KBS 2TV <대화의 희열>은 오는 8일 오후 10시 45분에 첫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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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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